배우 김명준과 '극한직업'의 이병헌 감독은 무려 다섯 작품을 함께 하면서 인연을 이어오고 있다. '긍정이 체질'부터 '드림'까지 보통 인연이 아니다.
최근 서울 종로구의 한 카페에서는 JTBC 월화드라마 '모범형사'에 출연한 배우 김명준의 인터뷰가 진행됐다.
8월 25일 종영한 '모범형사'는 진실에 다가가려는 자와 은폐하려는 자들 간의 대결을 담은 리얼한 형사들의 세계를 그린 드라마로, 손현주, 장승조, 오정세, 이엘리야, 지승현 등이 열연했다. 첫방 시청률 3.9%(닐슨코리아 기준)로 시작해 마지막 16회는 전국 7.5%, 수도권 8.5%를 기록하며 5주 연속 월화극 1위로 종영했다. 그야말로 유종의 미를 거뒀고, 엔딩 장면에서는 시즌2에 대한 기대감을 상승시켰다.
김명준은 극중 인천 서부경찰서 강력2팀 막내 형사이자 신참인 탓에 정의감에 불타오르는 심동욱을 맡아 열연했다. 대선배 손현주, 장승조 등과 호흡을 맞추면서 강력2팀의 멤버로 존재감을 드러냈고, 안정적인 연기력으로 호평을 받았다.
세종대 영화과를 졸업한 김명준은 독립영화와 연극 등으로 경험을 쌓았다. 2016년 웹드라마 '긍정이 체질'에서는 신입 매니저, 지난해 JTBC '멜로가 체질'에서는 배우 소민의 베테랑 매니저 이민준을 연기해 깊은 인상을 남겼다. 연예인과 매니저 관계에서 이후에는 러브라인으로 발전해 드라마를 보는 재미까지 높였다. 최근에는 박서준·아이유 주연의 영화 '드림' 촬영을 마쳤고, 현재 동 대학 대학원에서 학업을 병행 중이다.
김명준이 본격적으로 배우의 꿈을 키운 시기는 고3 입시부터다. 초등학교 4학년~중학교 3학년까지는 야구를 했다. 아버지의 권유로 입문했지만, 유소년 국가대표로 뽑힐 만큼 최선을 다했다. 야구선수로 진로를 정한 뒤 집에서도 적극적으로 지원했지만, 예상치 못한 무릎 부상으로 그만두게 됐다.
그는 "야구를 접고 방황했는데, 친구의 성당을 따라다니다 성극을 하면서 힐링 받았다. 그래서 연기를 포기할 수가 없더라. 엄청 열심히 연습해서 대학교에 들어갔다"며 "그런데 21, 22살 때 독립영화를 찍고, 오디션을 봐도 다 떨어졌다. 우연히 학교 게시판에 의경 지원 포스터를 봤고 '제대하고 나오면 뭐라도 해봐야지'라는 마음으로 지원했다. 그러다 졸업 공연할 때 이병헌 감독님이 오셔서 인연이 됐다"고 밝혔다.
2015년 의경 서울 경찰청홍보단으로 만기 전역한 김명준은 "이병헌 감독님과 '긍정이 체질'로 처음 작업했고, 궁금한 게 생기면 물어보기도 했다. 나한테 이런저런 오디션도 지원해보라고 해주셨다"고 말했다.
두 사람은 웹드라마 '긍정이 체질'을 시작으로 영화 '바람 바람 바람', 천만 '극한직업', JTBC '멜로가 체질', 신작 '드림'까지 감독과 배우로 호흡을 맞췄지만, 같은 동네 '친한 형·동생' 관계이기도 하다.
김명준은 "지금은 아니지만, 한때 같은 동네에 같이 살아서 연락을 자주 드렸다"며 "감독님이 원래 나뿐만 아니라 작품에 출연했던 단역, 조연들을 다음 작품에도 부른다. 주변 사람들을 많이 챙기신다. '바람 바람 바람'도 출연 계획이 없었는데, 촬영장 놀러 갔다가 찍었다. '멜로가 체질' 때도 '나한테 언제 이런 모습을 보셨지? 내가 이렇다고?' 하면서 놀란 적이 많았다. 그런 부분을 보면서 따뜻한 느낌이 들었고, 친형보다 더 친형 같았다"며 감사한 마음을 드러냈다.
'다작 배우'가 좋다는 김명준은 "아버지가 (지난주 끝난)'모범형사'를 굉장히 좋아하셨다. 어머니는 내색을 안 하시는 편인데, 형의 여자친구를 통해서 '좋아하신다'는 얘기를 들었다.(웃음) 요즘 오디션을 많이 못 봐서 아쉬운데 기회가 된다면 뭐든 하고 싶다. 가까운 목표는 상대가 불편해하지 않는, 노련한 실력을 갖춘 배우가 되고 싶다"며 미소를 지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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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셀리온 스튜디오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