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박한 정리'에서 코미디언 김미려, 배우 정성윤 부부가 부족한 수납 공간을 '물건 주소'로 완벽하게 정복했다.
31일 밤 방송된 tvN 예능 프로그램 '신박한 정리'에서는 김미려가 게스트로 출연해 정리를 의뢰했다.
박나래는 "오늘 의뢰인은 긴장하셔야 한다. 정주리 의뢰인이 '언니가 더 급한 것 같다’고 했다"고 말해 놀라움을 자아냈다. 아들 셋 키우는 집으로 놀라운 풍경을 보여줬던 정주리는 박나래와의 통화에 "진짜 난이도 상이다. 주방이 최악이다. 우리집보다 주방은 더 최악이다"라고 했다. 그는 "그 분은 나가서 일을 하시지만 형부가 독박육아를 하신다. 형부가 점점 더 살이 빠지고 있다. 옛날에는 그 분이 정말 멋있었다. 부인이 얼굴 하나 보고 반했다. 저는 형부가 행복했으면 좋겠다"고 설명했다. 정주리의 설명애 윤균상은 물론 신애라도 일동 긴장했다.
정주리도 혀를 내두른 의뢰인은 코미디, 연기, 노래까지 다방면으로 활동하는 김미려였다. 김미려는 "저희 남편이 육아랑 살림을 저 대신 맡아서 해주고 있다"고 했다. 뒤이어 도착한 김미려의 집은 클래식한 대문을 잘아하는 운치 있는 단독 주택이었다. '신박한 정리' 최초로 단독주택을 정리하는 것. 대문이 열리자마자 돌계단이 '신박한 정리' 팀을 반겼고 주택에서만 졸 수 있는 정겨운 풍경이 감탄을 자아냈다.
하지만 막상 들어간 집안은 총체적 난국이었다. 물건들이 제 자리를 찾지 못하고 온 집안을 가득 채우듯 빼곡하게 곳곳에 자리했던 것. 더욱이 김미려가 일하고 정성윤이 살림을 해야 하는 상황. 정성윤은 "첫째만 있을 때만 하더라도 저도 공연도 하고 싶고 일도 하고 싶은 사람인데 둘째가 나온 다음에는 그럴 정신이 없을 정도였다. 어차피 한 배를 탄 사람인데 누군가는 집중해야 한다고 생각해 제가 집중하게 됐다"며 "남자로서의 한계를 느꼈다. 정리, 청소, 살림에 관한 것들을 한다고 하는데 한계를 매일매일 느끼며 살았다. 변화를 주고 싶은데 쉽지 않더라"라고 했다. 정성윤은 가장 힘든 점에 대해 "청소도 깨끗이 한다고 하는데 질서 없이 처박는 정도"라고 했다. 김미려는 "물건들의 제자리가 있어서 저희 남편이 저 없을 때 집에서 살림 같은 걸 할 때도 편하게 할 수 있으면 좋겠다"고 강조하기도 했다.
김미려도 답답하긴 마찬가지였다. 그는 "우리끼리 약속한 제자리가 없어서 물건들이 여기저기 흩어져 있다"며 "왜 여자들은 일을 하고 와서도 쉬지 못할까? 일하고 집에 와서도 또 일하는 게 너무 힘든 것 같다"고 한탄했다. 특히 그는 "계속 악순환이 반복됐다. 이러다간 남편이랑 사이도 멀어지고 내 삶이 질적으로 너무 떨어지겠다 싶었다"며 의뢰 이유를 밝혔다.
집을 둘러본 뒤 윤균상은 "생각보다 버릴 물건보다 정리가 시급하다"고 평했다. 신애라는 "김미려 씨가 워낙 살림을 할 줄 알고 정리도 하실 줄 안다. 그런데 갑자기 공간이 확 줄어드니까 물건을 어찌할 줄 모른다. 주된 살림자가 남편 분으로 바뀌니까 거기서 오는 혼란도 있는 것 같다"며 안타까워 했다.
마침내 정리한 집을 공개하는 당일. 첫 번째 공간은 온갖 수납장과 식탁, TV 등 덩치 큰 가구들로 꽉 찼던 거실이었다. 거실은 가구 재배치를 통해 새로운 공간감을 자랑했다. TV가 사라진 대신 방마다 나눠있던 책장이 거실로 나왔고 마당을 가로 막던 식탁이 그 앞으로 자리해 지식인들의 서재 같은 분위기를 자아냈다. 무엇보다 마당이 거실과 연결돼 확 트인 널찍함을 자랑했다.
이어 옷방도 옷 가게처럼 탈바꿈했다. '신박한 정리' 제작진이 이단 행거를 선물한 것 만으로도 옷들이 가지런히 정리된 것은 기본, 키 큰 아빠의 큰 옷들은 행거 윗줄에, 가벼운 김미려의 옷들은 아래에 자리해 제 자리를 찾았다. 정성윤은 "가족을 많이 생각하고 이렇게 해주셔서 너무 감사하다. 살려주셔서 감사하다"며 뭉클한 표정을 지었다.
김미려가 딸 모아와 함께 쓰던 모녀방은 부부만을 위한 안방으로 탈바꿈했다. 김미려는 "여기가 우리 방이냐"며사라졌던 안방이 다시 생겨나자 깜짝 놀라 감동했다. 김미려는 부부공간이란 신애라의 설명에 눈물까지 흘렸다. 정성윤도 "왜 우냐 나도 울컥한다"며 눈시울을 붉혔다. 그는 "하루하루 버틴다는 느낌으로 지내고 있었다. 무사히 넘기자는 상황이 계속돼서 (안방이) 저희한테 힐링이 되니까 울컥한다. 저희를 조금 잊고 살고 있다는 생각을 많이 했다"며 고마운 이유를 밝혔다.
박나래는 "저는 미려 씨를 오래 알지 않았나. 내가 알던 미려 언니는 홍반장에 남들 다 챙겨주는 사람인데 이렇게 정리도 못하는 사람이니까 너무 놀랐다. 오히려 본인은 못하고 지내는 걸 보니까 이 언니가 진짜 힘들게 열심히 살고 있다고 느꼈다"며 함께 울컥하기도 했다.
안방도 극적으로 변했다. 아이들만을 위한 육아 공간으로만 정리한 것. 아이들을 주로 돌보는 정성윤이 사용하는 컴퓨터를 정리 안 된 옷방에서 널찍한 안방으로 옮겨온 것이다. 아이들 눈높이에 맞춰 자주 쓰는 물건은 아래로 옮겨두는가 하면, 안방 한 구석 크게 공간을 차지하던 피아노는 거실로 빼내 새로운 공간 재배치가 완성됐다.
마지막 장소는 주방이었다. 김미려는 가장 극적인 주방의 변화에 입을 다물지 못했다. 주방 구석에서 제 기능을 못하던 아일랜드 식탁이 구석을 찾아 작은 부피감을 찾았다. 현관 앞 신발장 위를 차지하던 수납장이 아일랜드 장 위로 옮겨 작은 팬트리 역할을 했고, 세탁실에서 제 기능을 못하던 서랍장도 부엌에 돌아와 전자렌지, 에어프라이어, 행주 등 주방 가구와 불건들을 수납하는 공간으로 탈바꿈했다. 심지어 빼곡할 줄 알았던 서랍장에 빈 공간까지 차지해 여백의 미를 보여주기도 했다.
주방 옆에 있던 세탁실도 발 디딜 틈 없던 총체적 난국에서 탁 트인 공간으로 바뀌었다. 무자비하게 물건이 쌓여있던 선반들은 질서 있게 정리됐고 세탁기와 건조기까지 제 자리를 찾았다. 공간이 트이며 환기도 가능해졌고 주방 위에 나와있던 수납장이 세탁실에서 작은 팬트리로 변했다. 아수라장이었던 문 뒤 수납장도 품목별로 정리됐다.
김미려는 "저는 처음에 비울 때 내가 비우고 장바구니에 담아둔 거 사야지 하고 채우려 했다. 그런데 이 집이 저를 가득 채워줬다"며 감탄했다. 부족한 수납 가운데 물건의 주소를 정하는 정리 꿀팁만으로 탈바꿈한 김미려의 집이 연방 감탄을 선사했다. 이어 김미려는 "그동안 고생했다. 좁은 집에서 되지도 않는 살림하느라 고생했다. 미안했다"고 했고, 정성윤은 "아니다. 이제 시작인 것 같다"고 화답해 훈훈함을 자아냈다.
/ monamie@osen.co.kr
[사진] tvN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