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NS 절필’을 결정하며 팬들에게 사전에 양해를 구하는 일은 가수 이효리니까 가능한 일인 듯싶다. 보통 본인이 하고 싶지 않으면 SNS계정을 비공개로 전환하거나 삭제해버리곤 하는데, 다른 스타들과 달리 이효리는 늘 정면승부를 택해서다.
자신에게 성원을 보내준 사람들이 당황할 것을 예상해 자신의 입장을 직접 전한 것을 보면, 솔직하고 털털한 이효리만의 성격을 다시 한 번 느낄 수 있다. 인스타그램이나 유튜브 등 SNS를 홍보의 도구로만 생각하는 일부 스타들이 보고 배워야 할 정도로 성찰할 대목이 적지 않다.
이효리는 2일 오전 자신의 공식 SNS를 통해 “여러분들, 다름이 아니라 앞으로 3일쯤 기한을 두고 이제 인스타 그램을 그만 하려고 합니다”라고 말문을 열었다. 이에 많은 지인들과 네티즌들이 아쉬움을 표하고 있는 상황. 그녀의 ‘SNS 절필 선언’에 귀여운 항의를 하는 것이다.
그러나 이효리는 “최근에 있었던 일 때문은 아니다”라며 “물론 아주 영향이 없진 않지만.(웃음) 활동이 많이 없어 늘 제 소식에 목말라하는 팬들과 소통하고자 열었던 공간인데 은근히 신경도 많이 쓰이고 쉽지 않다”고 그만두는 이유를 상세히 설명했다.
그녀가 언급한 ‘최근에 있었던 일’은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으로 사회적 거리두기를 유지해오던 지난 7월 가수 윤아와 노래방에서 SNS 라이브 방송을 했던 에피소드와 환불원정대를 위한 '부캐'의 이름을 짓는 과정에서 '마오'라고 툭 던졌다가 중국 일부 네티즌들로부터 악플을 받았던 일을 언급한 것으로 예상된다. 이같은 일이 있었을 때도 직접 사과문을 올리며, 방송에 피해를 끼칠까 눈물까지 흘렸던 그녀다. 지금 와서 생각해 보면 이효리는 늘 여러 변명 대신에 솔직함으로 승부를 걸었다. 진정성을 모토로 내세웠고 그게 또 잘 먹혔다.
이효리는 인스타 그램을 없애면서 팬들과의 소통 방식을 고민해보겠다고 한다. “우리 팬들과는 다른 방식의 소통 생각해보겠다”라며 “그동안 늘 부족한 저를 보러와 주시고 응원해 주시고 예뻐해 주셔서 감사하다”고 적었다.
이어 “물론 쓴소리 해주신 분들도 고맙다. 여러 가지 힘든 상황 속에 굳건히 자기의 자리를 지켜 나가시길 바란다. 사랑하고 고맙다”고 안부 인사를 건넸다.
이효리가 SNS에 일상 사진 한 장만 올려도 곧바로 기사화 되며 화제의 중심에 섰다. 주목받길 원하는 연예인으로서 대중의 이같은 관심이 꼭 부담스럽진 않았을 터다. 최근 몇 년간 활동이 없다가 '싹쓰리'로 다시금 대세로 떠올랐기에 자신의 인기를 재확인하는 수단이 됐을 수도 있겠다.
그럼에도 절필을 선언한 데는, 여러 가지 이유가 있겠지만, 주변에서 만류한 게 아니고서야 스스로의 결심이다. 이효리의 절필 선언은 솔직함과 담대함이 만들어낸 결과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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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이효리 SN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