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1987' 속 김태리의 실제 모델인 이정희 YMCA 사무총장이 '유 퀴즈 온 더 블록'을 방문했다.
지난 2일 방송된 tvN 예능 프로그램 '유 퀴즈 온 더 블록'은 '응답하라 세대들이여' 특집으로 꾸며졌다.
이날 이정희 씨는 386세대를 대표해 유재석과 조세호를 만났다. 이정희 씨는 YMCA 사무총장이자 영화 '1987' 속 김태리의 실제 모델로 잘 알려져 있다. 이와 관련, 이정희 씨는 "팩트지만 각색된 부분도 있다. 잘 아는 관계는 아니었다. 한열이가 2년 후배"라고 설명했다.
이정희 씨는 이한열 열사가 부상을 입은 날을 정확히 기억했다. 잊을 수 없는 그날은 바로 6월 9일이었다. 이정희 씨는 "6·10 항쟁의 전야제가 있던 날이었다. 다른 집회보다 훨씬 더 많은 학생들이 참여했고 굉장히 격렬하게 싸웠다. 교내에서 밖으로 나가는 과정에서 전투경찰이 조준사격을 했었다"고 회상했다.
이정희 씨는 "그때 (이한열 열사가) 다쳤었다. 처음에는 기절한 줄로만 알았다. 아이를 부축해서 가는데 질질 끌려가다 신발이 떨어져 있던 거다. 치료받은 후에 신발이 없으면 당황할까 봐 챙겨둔 거였다"며 이한열 열사의 운동화와 얽히게 된 배경도 설명했다.
이어 "신발을 줘야 하니까 병원까지 따라갔었다. 병원에서 어머니께 드렸다. 퇴원하시게 되면 이거 신겨서 보내야 한다고 어머니의 손을 붙잡고 등 두드려드리면서 늦게까지 있었다. 한 달 동안 사경을 헤맬 때는 늘 기도했다. '깨어나라, 깨어나라, 죽지 마' 이렇게 기도했다"고 말해 먹먹함을 자아냈다.
이정희 씨의 삶은 이한열 열사의 죽음으로 방향이 정해졌다고. 이정희 씨는 "열사의 죽음은 제 삶을 어떻게 살아야 할지 결정하는 중요한 계기가 됐었다. 그 기간 동안 6·29 민주화 선언 등 시민이 성공하는 과정을 겪었고 죽음으로 세상을 살리지 않았나 생각한다"고 밝혔다.
이정희 씨는 '꼰대'가 아닌, 바른 윗세대의 표본이었다. 이정희 씨는 Y세대인 오지우의 고민에 대해 "막막할 것 같다. 80년대 후반에는 대학을 졸업하면 실업자가 거의 없었다. 청년실업이 심각한 것에 대해서는 굉장히 안타깝게 생각한다"며 깊은 공감을 드러냈다.
그러면서 "우리 때는 시대적으로 암울했지만 요즘 친구들 같은 경우에는 삶에 대한 희망에 고민이 많아서 암울한 것 같다. 좀 더 나은 세상을 만들어줘야 할 책임이 있는 윗세대가 더욱 성찰해야 된다고 생각한다. 우리는 우리 위치에서 덜 힘들고 덜 아픈 세상에서 살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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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유 퀴즈 온 더 블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