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들 낳아보니 다른 세계"..'오! 문희' 이희준, 충청도에 사는 실존 인물처럼(인터뷰)[종합]
OSEN 김보라 기자
발행 2020.09.03 14: 45

 “두원이 딸과 어머니를 부양하는 모습이 마치 영웅 같았다. 저도 아들을 낳아 키워 보니 좀 더 부모의 마음을 이해하고 힘듦을 느낄 수 있었다.”
배우 이희준(42)은 지난해 아들을 얻은 후 일상에서 달라진 점이 많다고 했다. 
그가 연기한 영화 ‘오! 문희’의 두원은 자신의 딸을 키우고 아픈 어머니를 모시는 일을 완벽하게 해내 마을 사람들에게 귀감이 되는 인물이다.

CGV아트하우스

이희준은 두원이 따뜻한 면모를 지닌 영화 속 가상의 캐릭터지만, 우리가 주변에서도 흔히 볼 법한 친근한 ‘아재’의 모습으로 표현하며 연기력을 드러냈다. 지난해 아들을 얻은 후 세상 모든 부모들의 위대함을 느끼게 됐다는 그에게서 캐릭터에 몰입한 깊은 힘이 느껴졌다.
이희준은 3일 오후 온라인을 통해 영화 ‘오! 문희’(감독 정세교, 배급 CGV 아트하우스)를 홍보하는 인터뷰 자리를 마련하고 영화에 관한 이야기부터 코로나로 인해 ‘집콕’ 생활하는 일상을 전했다.
이희준은 이날 “작년 추석에 기획했는데 이제야 개봉하게 됐다”며 “코로나로 인해 무대 인사를 못 하고 있는데 저는 오프라인으로 홍보하고 싶다. 근데 상황이 이러하니 라디오나 예능으로 인사 드리고 있다. 이런 시국에 영화를 보러 와 달라고 말하기도 어려운데 저희 영화가 작게나마 힘이 됐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이희준은 이 영화에 출연을 결심한 이유에 대해 “시나리오가 너무 재미있었다. 관객들이 좋아할 요소가 많았다”라며 “대단한 영웅이 아니라 어머니를 모시고 아이를 키우며 사는 한 아빠가 어떤 일을 맞닥뜨렸을 때 헤쳐나가는 게 공감이 됐다. 대본이 좋았다”고 밝혔다. 
CGV아트하우스
그러면서 이희준은 “소소한 이야기고 시골의 어느 보험회사에 다니는 인물이라 처음엔 멋있다는 생각을 안 했다”라며 “근데 찍으면서 두원이 되게 멋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딸과 어머니를 부양하는 모습이 되게 영웅처럼 보였다. 저도 아이를 낳아 보니 알게 됐다”라고 답했다. 
이희준은 ‘오! 문희’의 촬영 과정에 대해 “영화 ‘남산의 부장들’을 찍고 살을 뺀 상태에서 촬영했다”며 “일단 제가 살면서 써본 적이 없는 충청도 말을 배우는 데 주력했다. 열심히 했지만 그래도 항상 제가 나온 작품들을 볼 때마다 아쉽다. 충청도 사람으로 보이고 싶었는데 사투리가 어렵더라”고 힘들었던 점을 짚었다. 이희준은 대구 출신이다.
충청도 사투리에 대해 그는 “지역을 가 보면 지역색을 느낄 수 있다. 영화팀에서 헌팅을 한 곳이 있었는데 출연이 결정된 후 제가 바로 찾아가서 인사를 드렸다”며 “주인집 아저씨도 치매를 앓는 어머니를 모시고 사시더라. 그 집에서 하룻밤 머물며 얘기를 듣고 올라왔다”고 두원 캐릭터를 준비한 과정을 전했다.
이희준은 “저는 충청도 사투리하면 최양락 선배님이 떠오른다.(웃음) 선배님의 영상을 찾아보며 공부하기도 했다”고 그간의 과정을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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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구 출신인 이희준은 “경상도가 훨씬 더 직접적이다”라며 “제가 생각하기엔 충청도는 에둘러 가는 느낌이 든다”라고 비교 분석했다. 
이희준이 연기한 두원은 부성애가 깊은 인물. “제가 막상 아이를 키우게 되니 한 번도 상상해본 적 없는 다른 세계더라”며 “처음엔 부담도 됐고 ‘진짜 내 아이인가?’ 싶었다.(웃음) 이제는 아기가 통잠을 자기 시작했다. 밤에 자면 아침까지 자서 아기가 더 훨씬 예뻐 보인다”고 전했다.
배우 나문희(80)는 오문희 역을 맡아 촌철살인의 대사와 예측할 수 없는 행동으로 유쾌한 웃음을 자아냈다. 나무에 오르고 트랙터를 운전하는 등 이제껏 보여준 적 없던 액션 연기까지 더해 나문희표 캐릭터를 한층 풍성하게 완성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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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문희에 대해 이희준은 “선배님은 느낀 것을 바로 얘기해주신다. 저는 그런 부분이 편했다”며 “선배님이 ‘희준씨 조금 더 편하게 맛있게 해보라’고 하셨다. ‘엄니’만 30번 한 적도 있다.(웃음) 근데 그런 게 불편하진 않았다. 선생님이 보이는 부분을 알려주고 싶어 하신다는 걸 알고 응용하기 위해 애썼다. 한 번에 되면 좋은데 그렇지 못해 속상했다. 할 수 있는 만큼 최선을 다하자는 마음이었다. 선생님과 사이좋게 촬영을 잘 마쳤다”고 전했다.
나문희와 모자 관계로 분해 캐릭터를 분석한 과정도 설명했다. “저는  사람들이, 우리가 어머니를 대할 때 항상 좋게만 대한다고 생각하지 않았다. 애증의 관계가 아닌가 싶었다”며 “좀 더 자연스러운 엄마와 아들이 무엇인지 보여주고 싶었다. 두원이 어머니를 모시고 사는 게 고단하지만 이 인물이 어떻게 살아가는지 일상을 보여주고 싶었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나문희 선생님 아니면 이 역할을 누가할까 싶었다. 나문희 선생님 아니면 이 영화가 엎어지겠구나, 라는 생각도 들었다”고 선배 연기자에 대한 존경심을 표했다.
이희준은 영화 ‘로봇 소리’(감독 이호재, 2016)를 언급하며 “이 영화가 이성민 선배님의 첫 주연작이다. 저는 그전부터 선배님과 같이 연극을 해오고 있었다. (그래서 잘 아는데)그 영화의 촬영을 마치고 제가 ‘바로 옆에서 해서 좋다’는 말씀을 드렸다. 근데 선배님이 영화 전체를 연출하신 것처럼 긴장을 하시더라. 그동안 선배님이 떠는 모습을 본 적이 없었는데 무대인사를 하면서 떠는 모습을 처음 봤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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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면서 “제가 이번에 무대인사는 없지만 저도 (주연배우의) 긴장감을 느꼈다. 주연의 자리가 이런 무게감이라는 걸 알게 됐다”며 “마치 제가 만든 작품인 거 같아 책임감이 생겼다”고 털어놨다.
이희준은 선역을 맡으면 법 없이도 착하게 사는 사람처럼 보이고, 악역을 맡으면 밉상을 넘어 소름 돋는 모습을 보일 정도로 사악하다. 그만큼 스펙트럼이 정말 넓다는 것을 입증한다.
이희준은 이에 “제가 선역이든 악역이든 딱히 더 다가가기 수월한 것은 없지만, 악역을 할 때 더 쾌감은 있다”며 “평소에 욕하고 싶어도 참는데 욕을 할 수 있는 역할이라면 연기하면서 쾌감은 있다”라고 전했다. 
이날 이희준은 ‘연기를 잘 하는 후배를 꼽아달라’는 질문에 “‘남산의 부장들’에서 봤던 서현우”라며 “전 장군 역할을 맡았는데 서현우 배우가 너무 연기를 잘 하더라. 앞으로 다음 작품에서 또 만날 거 같다”고 대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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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CGV아트하우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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