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박한 정리' 정은표, 아이→부모까지 비워서 채운 행복 [어저께TV]
OSEN 연휘선 기자
발행 2020.09.08 06: 50

10년 묵은 세간살이들을 훌훌 털어내자 가구와 공간이 모두 제자리를 찾았다. 배우 정은표 가족이 '신박한 정리'에서 역대급 '공간 다이어트'에 성공하며 삶의 질까지 향상했다.
7일 밤 방송된 tvN 예능 프로그램 '신박한 정리'에서는 정은표 가족이 의뢰인으로 출연했다. 
정은표는 앞서 '신박한 정리'를 거쳐간 배우 장현성이 추천한 의뢰인이었다. 장현성은 윤균상과의 전화에서 정은표에 대해 "이사 오기 전까지 10년 넘게 한 동네에서 살았다. 제가 알기론 같은 집에서 12년 정도 됐다. 그래서 짐이 장난 아닐 거다. 그 집도 삼남매라 태어날 때부터 보면서 자란 집이라 애정은 가지만 생각하면 답답하다"고 말해 긴장감을 자아냈다.

'신박한 정리' 팀이 단단히 각오하고 만난 정은표 가족은 정은표와 아내 김하얀 씨를 똑 닮은 첫째 아들 지웅, 둘째 딸 하은, 막내 아들 지훤까지 다복한 다섯 식구였다. 신애라는 어린 시절 영재 교육 프로그램에서 봤던 지웅과 하은이 똑같이 자란 모습에 반가워했고, 윤균상은 장현성이 통화에서 하은을 며느리 삼고 싶어 할 정도로 칭찬한 점을 언급하기도 했다. 
이 가운데 정은표는 "저희가 아이가 셋이 생기면서 계속 쌓아두기만 하고 정리할 엄두가 안 났다. 책장은 절반 정도 버렸다. 지웅이, 하은이가 어려서 책을 많이 읽어서 지훤이도 읽을 줄 알았는데 하나도 안 읽더라. 그런데도 엄청 많다"며 정리하지 못한 삶의 고충을 토로했다. 그는 "큰 애 낳고, 둘째 낳고, 어쩌다 늦둥이 낳으면서 치워야 한다는 생각은 했지만 막상 하진 못했다. 숙명처럼 받아들이고 살았는데 너무 짐이 많더라. 우리가 치울 엄두가 안 나는데 이번 기회에 환골탈태를 해야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어서 부끄럽지만 용기를 냈다"고 털어놨다. 이어 "이 기회가 아니면 평생을 이렇게 살아야 할지도 모르겠더라. 엄마, 아빠가 잘 알면 아이한테도 알려줄 텐데"라며 '신박한 정리’를 통한 변화를 기대했다. 
실제 정은표의 집은 빠른 변화가 필요한 곳이었다. 방 3개에 'ㄷ자' 형태 주방, 펜트리 공간에 창고방까지 실용적인 아파트 구조를 자랑했지만 곳곳이 10년 넘은 삼남매의 짐들로 빼곡해 답답함을 자아냈다. 지웅이 방은 문을 문을 열자마자 독서실 책장에, 한쪽 벽면을 가득 차지한 책부터 침대까지 덩치 큰 가구들로 꽉 차 있었다. 하은이 방도 어린 시절 팬에게 받은 유아용 화장대와 의자에 오래 돼 낡은 책상으로 가득찼다. 막내 지훤이 방은 독립된 잠자리를 위해 창고 공간을 급조해 너무 비좁았다.
부부공간인 안방은 오랜 생활의 흔적이 역력한 낡은 가구와 침대가 차 있었다. 그 안에서 정은표는 대본 볼 책상 하나 없어 빨래 건조기와 침대 사이에 작은 낚시 의사를 둔 것으로 만족해야 했다. 심지어 '비움'을 위해 대종상, 백상예술대상, 동아연극상 등 권위 있는 시상식에서 받은 트로피들마저 버릴 각오까지 한 터. 트로피 비움을 실천했던 신애라조차 "제 건 버렸지만 다른 사람의 것을 버리라 마라 결정할 수는 없다. 제 이야기를 듣고 다른 분들이 어떤 기분이셨을지 이제야 짐작 간다"며 걱정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신박한 정리'에 의뢰한 정은표 가족의 결심은 확고했다. 이에 정은표 가족은 '신박한 정리' 팀이 떠난 뒤 일주일 동안 무려 상자 23개를 가득 채워 비워냈다. 버린 책만 1500권이었고, 1톤 트럭이 모자랄 정도였다. '신박한 정리' 역사상 가장 많은 비움의 양에 3MC 신애라, 박나래, 윤균상 조차 감탄과 걱정을 동시에 쏟아냈다. 정작 정은표는 "버리면서 아깝긴 했지만 너무 시원했다"며 웃었다. 이에 '신박한 정리' 팀은 정은표 가족이 비우면서 사진을 찍은 물건들을 파일로 만들어 추억은 간직할 수 있도록 선물했다. 
역대급 비움 이후 정리된 정은표 가족의 공간 테마는 '다이어트'였다. 가장 많은 짐을 비운 가족인 만큼 충분한 여유공간이 생겼고, 정리를 마친 뒤에도 거실 공간 만큼은 깔끔하고 널찍하게 사용할 수 있던 것이다. 이에 정은표 가족은 가장 먼저 다섯 식구가 공동으로 생활하는 공간인 거실을 보고 입을 다물지 못했다. 거실을 답답하게 에워싸던 책들이 사라지자 TV 뒤 아트월이 모습을 드러냈고, 소파와 테이블 등 큰 가구를 제 자리에 배치하고도 개방감이 있었다. 특히 정은표가 버리려했던 트로피 조차 빈 책장에 여유있게 드러낼 수 있어 추억과 보상을 모두 간직할 수 있었다. 아내가 가장 많은 시간을 보내던 주방 역시 가전, 주방 도구부터 식료품까지 깔끔하게 정리하자 모델하우스처럼 넓고 효율적인 공간을 되찾았다.
아이들방도 완벽하게 달라졌다. 첫째 지웅이 방은 한결 가벼워진 책장과 가구 재배치로 안정적이면서도 개방감 있는 구조로 바뀌었고, 둘째 하은이 방도 버린 가구 대신 집에 있던 쓸만한 가구들을 재배치해 여중생의 깔끔한 방으로 탈바꿈했다. 막내 지훤이 방은 비좁은 창고방 앞 펜트리 공간을 비워 공부 공간으로 활용하자 훨씬 널찍하게 사용할 수 있었다. 아이들의 방이 속속들이 제 모습을 갖춘 것을 보고 정은표는 결국 눈물을 보였다. 그는 "이런 공간이 나올 거라 상상을 못했다"며 감동하는가 하면 "이제야 방 답다"며 아이들에게 미안했던 마음을 드러내기도 했다. 
마지막으로 안방은 오랜 생활의 흔적이 담긴 잡동사니로 가득했던 곳에서 드디어 부부만을 위한 공간으로 변신했다. 더 이상 사용할 수 없던 서랍장 대신 새 서랍장이 제 자리를 찾은 가운데, 아이들 방에서 빠진 책상과 책장으로 정은표 만의 책상이 생겨났다. 이를 본 정은표 아내는 감격하며 통곡했고 "이 사람이 배우 생활 30년 넘게 하는데 대본 볼 곳이 없어서 항상 침대에 앉아서 봤다. 그런데도 어디 공간이 없으니까 그냥 그렇게 사는 게 맞다고 생각하고 살았다. 이렇게 넓은 줄 알았으면 진작 해줄 걸"이라며 눈물을 훔쳤다. 
결국 정은표 또한 눈물을 보이며 감격에 겨워 말을 잇지 못했다. 그는 감정을 추스른 뒤 "사실 아이들 방을 만들어줄 때마다 부러웠다. 내 책상이라는 생각이 드니까 너무 고맙다"며 자신만의 공간에 깊이 만족했다. 그는 아이들이 한번씩 앉아 보는 자신의 책상을 가리키며 "이제는 안 된다. 여기는 내 공간"이라고 선을 그어 웃음을 자아내기도 했다. 이에 방송 말미에는 장현성 가족이 찾아와 정은표 가족의 집이 달라진 모습을 보며 함께 기뻐하고 감탄했다. 비움을 통한 정리가 공간을 넘어 삶의 질까지 한층 높인 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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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tvN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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