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를 나라에서 미술 애호가에서 화가로 등극시켜준 거죠. 하하."
8일 오후 서울 강남구 청담동 피카프로젝트 청담본점에서 '아트, 하트, 화투 그리고 조영남' 전(展) 기자간담회가 열렸다. 현장에는 조영남이 참석했다.
지난 1일부터 개최된 '아트, 하트, 화투 그리고 조영남'은 조영남의 국내 최대 규모 전시로, 1960년대, 1970~2010년대, 최근 작품까지 조영남의 작품을 총망라한다.
'아트, 하트, 화투 그리고 조영남'은 미술로서 조영남을 바라보고자 기획됐다. 그간 조영남은 실험정신을 기반으로 2천여 점에 육박하는 작품을 만들어왔던 바. 그의 작품 변천 과정이 감상 포인트라는 전언이다.
조영남은 "제 취미가 등산, 낚시, 바둑도 아니고 그림 그리는 거다. 계속 하는 건 우선이다. 초등학교 때부터 그림을 했고 고등학교 때는 용문고등학교 미술부장이었다. 쭉 그려왔으니까 그림을 할 거다. 제일 시간을 많이 할애하는 부분"이라며 미술에 대한 애정을 드러냈다.
''아트, 하트, 화투 그리고 조영남'에서는 이름에서 엿볼 수 있듯, 대중적인 오락 도구 '화투'를 소재로 희로애락을 그린 작품들이 눈에 띈다. 이에 조영남은 "역시 사람들의 심중에는 제 화투 작품이 가장 인상적으로 남아있는 것 같다. 제일 잘 팔린다"고 덧붙였다.
앞서 조영남은 지난 6월 25일 그림 대작 논란과 관련, 4년간 법정 싸움 끝에 무죄를 확정받았다. 앞서 조영남은 2011년 9월부터 2015년 1월까지 화가 송 씨 등에게 건네받은 작품 21점을 17명에게 팔아 1억 5300여만 원을 챙긴 혐의로 불구속 기소됐다.
끝내 무죄를 받는 데에 성공한 조영남은 그야말로 '열일' 행보를 이어가고 있다. 책 발간부터 연이은 전시회 개최까지, 그동안 서러움을 푸는 듯한 모양새다.
관련 질문을 받은 조영남은 "대법원에 간 이유는 1심에서 무죄였으면 괜찮은데 1심에서 유죄가 나왔다. 이건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다. 제가 생각하기에는 그렇게 되면 평생 사기죄로 피소된 것으로 기억될 것 아니냐. 사기꾼이 죽을 때까지 사기꾼이 되는 거다. 이건 아니라고 생각해서 싸웠다"고 운을 뗐다.
이어 "법 시스템이 정말 잘 돼있더라. 1심에서 유죄가 났고 2심에서 무죄가 났다. 상고를 하면서 5년 가까이 걸렸다. (무죄가 판정난 뒤) 내 생각이 받아들여졌구나 했다"며 무죄를 받은 소회를 전했다.
또한 조영남은 "그림 자체가 손이 많이 가는데 바빴다. 조수가 능력이 뛰어난 친구니까 그려오라고 했다. 오리지널 작품이 있었는데 그걸 카피하라고 한 거다. 이 시대에는 파이널 터치 안 하고 그냥 조수가 한 걸 공장식으로 낸다. 저는 파이널 터치를 했으니까 아무 죄도 없다고 검찰에 얘기했다. 근데 검찰도 변호사도 판사님도 미술을 모르는 것 같다"고 억울함을 재차 호소했다.
조영남은 "아산 갤러리에서 겨울 쯤에 조수를 공모해서 10명 가까이 뽑을 계획"이라며 "뽑는 과정을 전국에 방송에 내보낼 것이다. 갤러리 측에서 아이디어를 냈다"고 말했다.
조영남은 당시 화제를 모았던 공청회 최후 진술을 회상하기도 했다. 조영남은 "대법원 판결을 앞두고 공청회가 열렸는데 마지막에 내게 5분 동안 최후 진술 기회를 줬다. 그게 하이라이트였다"며 "내가 누구 때문에 울어본 적이 없는데 나도 모르게 울컥했다. 5년간 설움에 북받쳤던 것 같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조영남은 "국가에서 나이가 드니까 소리도 안 나고 하니, 그림 그려서 먹고 살라고 해준 것 같다. 국가에서 엄청난 비용을 들여가면서 날 키운 거다. 고맙다고 하고 싶다. 미술 애호가에서 화가로 등극시켜준 거다"라며 너스레를 떨었다.
조영남은 최근 5년 만의 방송 출연 소식을 알리며 본격적인 활동 재개를 알리기도 했다. 조영남은 오는 9일 TV CHOSUN 예능 프로그램 '뽕숭아학당'에 송창식, 김세환과 출연하는 것. 조영남은 "방송에서 불러주면 가는 것"이라며 "멤버들에게 5년 만에 방송을 나온다니까 믿지를 않더라. 그 친구들에게는 내가 관심 밖이었던 거다. 깜짝 놀라더라. 진짜 오랜만이었다"고 소감을 전했다.
'아트, 하트, 화투 그리고 조영남'은 오는 11월 30일까지 전시를 이어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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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김성락 기자 ksl0919@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