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지웅 "아카데미 작품상 다양성 기준 추가가 '기생충' 효과? 그렇지 않다" [전문]
OSEN 최이정 기자
발행 2020.09.10 11: 36

 
작가 겸 방송인 허지웅이 달라진 아카데미 시상식 작품상 선정 기준에 대한 자신의 목소리를 냈다.
허지웅은 10일 자신의 SNS에 "미국 아카데미 시상식이 작품상 수상 자격에 다양성 기준을 추가하기로 했다"라고 시작하는 글을 게재했다.

이어 "이 기준에 따르면 인종, 성별, 성적취향 등 다양성을 고려해 영화를 제작해야 작품상 수상 자격이 주어진다. 지난 시상식에서 봉준호 감독의 '기생충'이 놀라운 성과를 거둔 바 있다. 그래서 이를 소위 '기생충 효과' 라며 연관지어 해석하는 기사도 많아 보인다"라고 적었다. 
그러면서 "그런데 이게 바른 접근인지는 잘 모르겠다"라고 자신의 의견을 밝혔다. 그는 "그렇게 따지면 흡사 '기생충'의 수상이 작품 본연의 함량이 아닌 다양성을 고려한 배려와 구색의 차원에서 이루어진 것이라는 분석 또한 가능해지기 때문이다. 저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다"라고 말했다.
그는 그간 아카데미 시상식이 백인 시니어들의 닫힌 잔치라는 조롱을 들을 만큼 '그들만의 축제'였다며 "이를 해결하기 위한 노력이 이루어지고 있다는 건 환영할만한 일이다. 하지만 작품상 수상 자격에 다양성 기준을 추가하는 기계적인 방식이 과연 상황을 개선하는 데 근본적인 해결책이 될 수 있는지에 관해서는 의문이다. 거꾸로 말하면 그런 기준이 없어도 '기생충'은 성공했기 때문"이라고 비판을 가했다.
더불어 그는 "요즘에는 다양성이라는 말이 우상이 되어 삶의 입체적인 면모를 고려하지 않고 교조적으로 강요되며 누군가를 단죄하고 배제하는 데 유용한 도구로 활용될 뿐 정작 더불어 살아갈 수 있는 내일을 만들어 나가는 데에는 해를 끼치고 있지 않나 싶다. 다양성 기준을 충족해야 작품상을 받을 수 있다가 아니라, 백인이든 아니든간에 상관없이 작품이 좋으면 작품상을 받을 수 있다가 되어야 하는 게 아닌가. 그런 생각을 해보았다"라고 덧붙여 많은 이들의 공감을 샀다.
한편 미국 아카데미 시상식 측은 지난 8일 작품상 수상 자격에 다양성 기준을 추가하기로 해 화제를 모았다. 공개한 기준에 따르면 인종·성별 다양성을 고려해 영화를 제작해야 작품상 수상 자격이 주어진다. 해당 기준의 적용은 오는 2024년 열리는 시상식부터다.
- 다음은 허지웅 SNS글 전문
미국 아카데미 시상식이 작품상 수상 자격에 다양성 기준을 추가하기로 했습니다. 이 기준에 따르면 인종, 성별, 성적취향 등 다양성을 고려해 영화를 제작해야 작품상 수상 자격이 주어집니다. 지난 시상식에서 봉준호 감독의 <기생충>이 놀라운 성과를 거둔 바 있지요. 그래서 이를 소위 '기생충 효과' 라며 연관지어 해석하는 기사도 많아 보입니다. 그런데 이게 바른 접근인지는 잘 모르겠습니다. 그렇게 따지면 흡사 <기생충>의 수상이 작품 본연의 함량이 아닌 다양성을 고려한 배려와 구색의 차원에서 이루어진 것이라는 분석 또한 가능해지기 때문입니다. 저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습니다.
그간 아카데미 시상식은 백인 시니어들의 닫힌 잔치라는 조롱을 들을 만큼 그들만의 축제였습니다. 이를 해결하기 위한 노력이 이루어지고 있다는 건 환영할만한 일입니다. 하지만 작품상 수상 자격에 다양성 기준을 추가하는 기계적인 방식이 과연 상황을 개선하는 데 근본적인 해결책이 될 수 있는지에 관해서는 의문입니다. 거꾸로 말하면 그런 기준이 없어도 <기생충>은 성공했기 때문입니다.
요즘에는 다양성이라는 말이 우상이 되어 삶의 입체적인 면모를 고려하지 않고 교조적으로 강요되며 누군가를 단죄하고 배제하는 데 유용한 도구로 활용될 뿐 정작 더불어 살아갈 수 있는 내일을 만들어 나가는 데에는 해를 끼치고 있지 않나 싶습니다. 다양성 기준을 충족해야 작품상을 받을 수 있다가 아니라, 백인이든 아니든간에 상관없이 작품이 좋으면 작품상을 받을 수 있다가 되어야 하는 게 아닌가. 그런 생각을 해보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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