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이를 먹으면서 좀 더 유연해진 걸까. 가족사에 대해 직접적으로 언급하지 않았던 배우 정경호의 태도가 자연스럽게 달라져서다. 남을 의식하지 않고 자신을 표현하는 모습에서 왠지 모를 당당함이 느껴진다.
걸그룹 소녀시대 출신 배우 수영과 지난 2012년 열애를 시작하면서 본의 아니게 라디오 및 예능프로그램을 통해 애정을 드러내왔던 정경호는 사실 아버지 정을영 PD를 언급하거나 ‘엄마’ 박정수에 관련된 얘기를 하게 될 때 조심스러워했던 게 사실이다.
많은 사람들이 알고 있긴 했지만 그가 자신의 입으로, 아버지가 배우 박정수와 부부가 됐다는 사실을, 방송에서 얘기했던 적이 없었는데 처음으로 세 사람이 프로그램에 동반 출연해 감동의 ‘쓰리 샷’을 만들어냈다.
지난 11일 오후 방송된 TV조선 ‘식객 허영만의 백반기행’에는 정경호가 게스트로 출연해 자신의 입맛을 추구한 맛집 탐방에 나섰다. 관계자들에 따르면, 그가 특별한 이유가 있어서 출연했다기보다 평소 먹을거리를 좋아하고 허영만의 팬이었기에 기꺼이 나갔다고 한다. 홍보할 게 없는 자리에서 본인이 가족을 소개하고 먼저 얘기를 꺼냈다는 것은 분명 전과는 달라진 모습이다.
이날 허영만과 식사를 하고 있던 정경호 앞에 아버지 정을영과 박정수가 등장해 주변의 관심이 집중됐다. 정경호도 두 사람의 갑작스러운 등장을 예상 못 했던 표정이었다. 그러면서도 “아빠 엄마 오셨다. 불편해. 아 휴.(웃음)”라고 말하면서도 “밥 먹었어? 여기 맛집이래. 식사하세요”라고 미소로 반겼다. 이에 박정수는 “우리 아들이 연기는 잘 하는데 예능감이 없다. 말하다 보면 뚝 끊어진다. 말을 이어가질 못 한다”고 ‘아들’ 정경호에 대한 애정을 드러냈다.
정경호는 제작진에 의해서가 아닌, 본인이 직접 수영을 소환했다. “저는 고기를 먹고 한 번 아픈 적이 있었다. 간염 위험이 있다고 해서 5~6년 동안 돼지고기와 소고기를 안 먹었다”며 “제가 연애를 8년 동안 하고 있는데 4~5년 동안 여자친구에게 고기 한 번 사주지 않고 닭만 먹였다. 여자친구가 ‘이러다 알 낳겠다’고 하더라”고 먼저 수영과의 에피소드를 꺼내기도 했다. 활기와 생기가 도는 그의 얼굴에서 스스로 소중한 존재라는 느낌이 커졌다.
정경호는 자신에 대해 정확히 알지 못 하는 누군가가 가족사와 연애사에 대해 관심을 갖는 것에 공허함을 느꼈을 터다. 하지만 세상을 바라보는 관점을 바꾸고 자세, 태도가 달려져서인지 ‘마음 근육’이 전보다 한층 더 튼튼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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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식객 허영만의 백반기행' 방송화면 캡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