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5회 부산국제영화제가 코로나19 확산 여파로 개최 일정이 2주 연기됐고, 규모도 대거 축소됐다. 만약 코로나 사태가 완화되지 않고 심각해지면 영화제 전면 취소도 불가피하다.
14일 오후 온라인 생중계를 통해 제25회 부산국제영화제(BIFF) 공식 기자회견이 진행됐다. 이 자리에는 이용관 이사장, 전양준 집행위원장, 남동철 수석 프로그래머 등이 참석했다.
이용관 이사장은 "지금 전 세계가 비상이 걸린 상황이고, 이렇게 마스크를 쓰고 만나는 상황이 유감스럽지만 상황이 상황인만큼 양해 부탁드린다"며 "지난 5월 직후부터 코로나19의 1단계 상황에 맞춰 가능한 정상 개최를 하려고 준비했지만, 8월 중순 이후 급변하면서 개최해야 할지, 한 달 동안 고민의 고민을 거듭했다"고 밝혔다.
이어 "그 결과 추석이라는 가장 큰 변수를 넘어서기가 엄중한 상황이라고 판단돼 불가피하게 2주 연기해 영화제를 개최하기로 했다"며 오는 10월 21일부터 30일까지 열린다고 했다.
전양준 집행위원장은 "스크린 수가 80% 이상 격감했지만 지난 1년 동안 아시아 유럽 한국에서 젊은 영화인들이 만들어 보내주신 소중한 192편의 영화를 상영하기로 결정했다. 마지막 순간까지도 최선의 노력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남동철 수석 프로그래머는 "작년에는 300편 이상이었지만 올해는 192편이 상영작으로 선정됐다. 예년에 비해 줄었지만 지금 상황에는 많은 편수이고, 하나하나 주옥같은 작품들이다. 더 많은 관객 여러분과 함께 볼 수 있었으면 하는 바람이 있지만 안타까운 마음이 크다"라고 털어놨다.
취재진과의 질의 응답 시간이 이어졌고, 주로 코로나19 사태와 관련된 질문이 쏟아졌다.
"코로나 사태가 심각해지면 영화제는 취소되느냐? 상영작은 어떻게 되느냐?"는 질문에 이용관 이사장은 "심각해지면 취소해야 될 것"이라며 "온라인은 준비돼 있지 않고, 작품을 출품하는 제작자들이 온라인의 경우는 곤란해 하기 때문에 또 다시 협의를 거쳐야 한다. 그건 임박해서 가능한 방법을 찾아보겠다"고 답했다.
이용관 이사장은 "만약에 못 하면 전면적인 취소를 해야하나, 그것도 고민하고 있다. 다만 어떤 경우든 최선을 다해서 가능한 영화 상영과 관객들의 만남을 이뤄질 수 있도록 하는 게 우리들의 기본적인 자세"라고 했다.
영화제 취소 기준에 대해 이용관 이사장은 "추석이 큰 변수다. 추석을 잘 넘겨서 완화된다면 그때 또 다른 기회가 생길 것 같다. 취소 기준은 애매한데 우선 국가 방침에 따를 것이고, 2.5단계 혹은 3단계라면 영화제를 개최해서는 안 된다고 생각한다. 2단계 일때가 임계점이라고 생각한다. 이 상태의 2단계가 계속되면 아마 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했다.
"영화제 기간 확진자가 나오면 어떻게 되나?"라는 질문에 이용관 이사장은 "지금 방역 자문단을 구성했고, 몇 차례 미팅을 하면서 소견을 듣고 있다. 이 분들의 의견을 존중하고 지침에 따를 것"이라며 "그것과는 별개로 매년 대학 병원을 비롯해 협력 의료진들과 협조해서 운영 중이다. 그런 일이 발생하지 않도록 사전 조치를 하겠다. 자문단의 의견을 절대적으로 따르겠다"고 답변했다.
남동철 수석 프로그래머는 "올해는 매표소를 운영하지 않을 계획이고, 모든 티켓은 온라인, 모바일 예매를 통해서 이뤄진다. 확인도 모바일을 통해서 이뤄지고, 모바일로 했을 때 QR 코드의 전자 출입 명부 기록이 남는 장점이 있다"고 설명했다.
이용관 이사장은 "영화제 개최 여부를 비롯해 모든 것은 10월 중순에 결정할 것"이라며 "다만 코로나가 완화될 경우 다른 시나리오도 준비하겠다. 하루하루 대책 회의를 하면서 최선을 다하겠다"고 덧붙였다.
한편, 제25회 부산국제영화제는 당초 10월 7일부터 16일까지 열리기로 했으나, 코로나19 확산 여파로 10월 21일~30일까지 2주 연기해 개최하기로 결정했다.
개·폐막식과 레드카펫은 물론 많은 관객이 모일 수 있는 야외무대 인사, 오픈토크 등의 야외 행사와 소규모 모임은 일절 진행하지 않는다. 해외 영화관계자 역시 초청을 진행하지 않는다. 영화인들의 네트워킹을 위해 열었던 리셉션 및 파티도 모두 취소한다. 아시아콘텐츠&필름마켓, 아시아프로젝트마켓, 비프 포럼은 온라인으로 개최된다. 강력한 방역과 안전한 운영을 위해 다양한 부대행사들을 취소하고 영화 상영에 집중할 계획이다.
올해 개막작은 홍콩의 전설적 감독들이 함께 한 '칠중주: 홍콩이야기'가 선정됐다. '칠중주: 홍콩이야기'는 홍금보, 허안화, 담가명, 토니 조, 원화평, 임영동, 서극 감독이 호흡을 맞춘 작품으로, 1950년대부터 근 미래까지의 시간을 배경으로 홍콩에 대한 모습을 그린다. 폐막작은 타무라 코타로 감독의 애니메이션 영화 '조제, 호랑이 그리고 물고기들'이다. 2003년 이누도 잇신 감독이 만든 실사 영화를 애니메이션화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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