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는 어쨌든 무대로 데뷔했고 많이는 아니지만 돌아와서 공연을 할 수 있다는 것 자체에 자부심이 있어요".
배우 주원이 초연까지 출연했던 뮤지컬 '고스트'로 7년 만에 무대에 선다. 공연으로 돌아온 그가 이유 있는 자부심과 당당한 포부를 드러냈다.
주원은 21일 오후 취재진과 '고스트' 인터뷰를 진행했다. 이 자리는 코로나19 확산 방지 차원에서 온라인 화상 미팅으로 꾸려졌다.
'고스트'는 배우 데미 무어와 패트릭 스웨이지가 열연한 할리우드 영화 '사랑과 영혼'을 원작으로 삼아 무대 버전으로 각색된 뮤지컬이다. 주원은 지난 2013년 한국 초연에서 남자 주인공 샘 위트 역으로 출연한 바 있다. 그는 이번에도 샘 위트 역을 맡아 7년 만에 공연에 도전한다. 여기에 또 다른 초연 멤버 뮤지컬배우 김우형, 아이비, 박지연, 최정원을 비롯해 새롭게 합류한 배우 김진욱, 박준면, 김승대, 백형훈 등이 힘을 보탠다.
주원은 '고스트' 출연 계기에 대해 "'고스트’이기 때문에 결정할 수 있었다"며 웃었다. 그는 "7년 전 초연을 했을 때 우리가 행복하고 즐거운 추억들이 많아서 그때 우리들끼리 군대 갔다 와서 다시 하게 된다면 또 같이 하면 좋겠다는 말을 진심으로 듣고 이 날을 기다려 왔다. 꾸준히 생각하고 있던 작품이다. 다시 하게 돼 너무 좋고, 행복한 연습을 하고 있다"고 밝혔다.
더욱이 주원은 2006년 뮤지컬 '알타 보이즈'로 데뷔한 만큼 드라마, 영화 등 다양한 대중예술에서 활약하면서도 공연에 대한 끈을 놓지 않고 있었다. 그런 그가 전역 후 첫 공연으로 '고스트’를 선택한 이유에 대해 주원은 "전역하고 뮤지컬 작품을 여러 개 받았는데 고사한 이유는 드라마와 영화도 있었지만 제 마음 안에 뭔가 있었기 때문이다. 그런데 '고스트’는 고민할 필요가 없었다. 초연을 했고, 지난해 '고스트’를 했는데 내년에 상황이 어떻든 맞춰서 한다고 생각했다. '고스트’였기 때문에 가능했다. '고스트’는 내게 있어 '이건 내 작품이야’라는 애정이 크다. 초연을 해서일지도 모르겠다. 내가 정말 좋아했던 영화를 뮤지컬로 만들어서 많은 사랑을 받았고 우리 팬들도 많이 기다렸고, 무대에서 배우가 됐다는 말도 많이 들었다. 오히려 과감하지 않게 푹 빠져서 좋아할 수 있을 것 같았다"고 했다.
그런 주원에게 '고스트’는 어떤 작품일까. 주원은 "7년 전에는 '굿닥터’를 촬영하고 바로 다음 날 '고스트’에 들어갔다. 그때도 엄청 재밌었다. '굿닥터' 캐릭터가 다 빠져나가기 전에 연습에 들어가서 그에 대한 고민은 있었지만 굉장히 행복했다. 그런데 그 기억이 굉장히 강하게 자리잡고 있다. 무대를 하면서도 배우, 스태프들과의 관계가 엄청 큰 것 같다. 이번 '고스트’도 대부분 다 똑같다. 이 사람들하고 같이 하면 더 잘할 수 있을 것 같더라. 너무 편하고 이 사람들은 나를 아니까. 애초에 나를 아는 사람드과 한다면 더 편하고, 마음 놓고 할 수 있을 것 같았다. 우리가 입대 전에 작품을 하고 전역하고 한번 더 하면 좋겠다는 말이 가장 기억에 남았다. 그래서 다시 선택하는 데에 무리가 없었다"고 했다.
그는 "7년 만에 뮤지컬이라 부담이 안 된다고 할 순 없다. 하지만 부담보다 더 잘 놀고 싶고 즐기고 싶다는 마음이 크다. 오히려 부담은 크게 생각이 없다. 어떻게 하면 재밌게 할 수 있을지, 내가 즐거워야 관객도 즐거울 수 있다는 생각에 고민이 크다"고 했다.
이어 "7년 전에도 고민을 많이 하고 표현했지만 확실히 시간이 지났을 때 고민하는 질이나 방향이 많이 달라진 것 같다. 그때는 열심히 하고 잘한 거라 생각했는데 지금 생각하면 '그때 왜 그렇게 안 했을까’라는 부분들이 있다. 단순히 대사나 노래일 수도 있는데 그런 걸 떠나 사람의 관계에서도 그렇고 아쉬운 부분들을 이번에 채우고 싶었고, 그렇게 하면 조금 더 멋있는 공연을 할 수 있을 것 같았다. 그래서 이번에는 관객 분들한테 더 좋은 모습을 보여드릴 수 있겠다는 마음으로 하게 됐다"고 했다.
그는 나아가 오랜만에 관객과 만나는 소감에 대해 "설렌다"고 했다. 이어 "아직까지는 긴장은 안 된다. 공연날 물론 긴장하겠지만 아직까지는 설렌다. 이 느낌을 다시 느낄 수 있다는 게 감사하다. 7년 만이니 만큼 조금 더 성장했고, 조금 더 좋은 배우의 모습을 보여드릴 수 있었으면 좋겠다. 그 모습을 관객 분들 또한 좋아해주셨으면 좋겠다"며 웃었다. 또한 "긴 여정을 하루하루 무대 위에서 즐기고 싶다. 많은 실수도 있겠지만 즐겼으면 좋겠다. 요즘 들어 생각하는 게 하루하루 즐기지 않은면 나중에 어떤 일이 있을지 모른다. 관객 여러분들이 비싼 돈 내고 귀한 시간 내서 오셨는데 즐기셨으면 좋겠다"고 했다.
그렇다면 7년 만에 돌아온 만큼 무대와 캐릭터에 변화도 있을까. 주원은 "무대는 같다. 초연을 보셨던 분들은 무대를 굉장히 기대하고 계시기도 한다. 못 보신 분들도 '고스트' 무대가 멋있다는 말을 많이 하신다. 역시나 멋진 무대가 기다리고 있다. 요즘 극장에서 연습을 하고 있는데 다시 봐도 화려하고 멋있는 무대다. 이번 공연을 처음으로 화려하시는 분들이 놀랄 정도로 멋진 무대가 기다리고 있다"고 자부했다.
이어 "샘 역할을 다르게 하기 보다 조금 더 다양하게 하려고 노력하고 있다. 전에는 안 어울리 거란 생각에 눈치 보면서 했던 부분들을 지금은 여러 가지 시도를 하고 다양한 모습의 샘을 보여드리려 이것저것 시도하려고 하고 있다. 공연이 시작해도 계속해서 시도를 하려고 한다. 공연을 할 때마다 다른 모습들이 있을 것 같다. 조금 더 잘하고 싶다"고 말했다.
현재 주원은 SBS 금토드라마 '앨리스’에서도 열연 중인 상황. 드라마 촬영은 일찌감치 끝났지만 TV 속 주원과 '고스트' 속 주원의 차이도 있을까. 주원은 "드라마나 영화를 준비할 때는 혼자의 생각이 굉장히 많다. 매번 연출, 감독님과 준비하기 보다 혼자 준비할 게 많고 몇 번 하다 보면 촬영장에 와 있다. 스스로 고민하고 애를 쓰면서 간다. 누구한테 얘기하기도 하지만 스스로의 고민이 충분하지 못하면 절대 완성도 있게 만들지 못한다. 왜냐하면 순서대로 찍는 것도 아니고 왔다갔다 하면서 찍고, 감독님이나 작가님보다 더 캐릭터에 대해 잘 알아야 하는 게 크다. 그래서 나한테 확신이 없으면 연기할 때 힘든 게 영화나 드라마다"고 차이를 밝혔다.
이어 "하지만 '고스트’는 작품을 정하고 혼자 고민하는 시간도 있지만 2개월이라는 연습을 하기 때문에 내가 보여주고 얘기를 듣고 의견을 제시하는 과정에서 캐릭터가 다같이 만들어지는 기분이 있다. 표현은 내가 하지만 다같이 만드는 게 있어서 그런 것에 대해서 준비할 때의 태도가 정해지는 것 같다"고 했다. 또한 그는 "'고스트’의 매력은 기본적으로 좋아하는 '사랑’이라는 주제를 담고 있기 때문에 모두가 공감할 수 있다. 우리가 모두가 꿈꿨고 해보고 싶던 사랑, 내가 누군가를 위해 목숨을 바치고 죽어서도 그 사람을 보호하는 게 있어서 그게 '고스트’만의 매력"이라고 힘주어 말했다.
7년 사이 성장을 느낀 부분에 대해 주원은 "예전에는 말을 잘 안 했다. 그때 큰 건 위치였다"며 "'이렇게 하면 누군가 싫어할 거야’라고 나 혼자 생각하고 혼자 답답해하는 게 있었다"고 털어놓기도 했다. 그는 "그런데 그걸 이제 표현이라도 하면서 서로 해소하고 그러면서 가까워지고 오해도 있었다면 풀렸다. 연기적으로는 몰랐던 부분도 해결되고 그런 것만으로도 많은 게 해소된 것 같다. 고민하지 말고 표현하고 말하자는 게 생겨서 이번에 임할 때도 모르겠으면 도움도 요청하고 해답을 구하면서 성장한 것 같다. 내가 모르는 걸 감추고 있다면 그건 거기서 끝나는 건데 도움을 요청하고 받으면서 성장한 것 같다"고 했다.
다만 주원의 의욕과 달리 최근 극장가 상황은 좋지 않다. 코로나19로 인한 타격이 큰 여파다. 이에 대해 주원은 "모두가 타격이 크다. 개인적으로 마음이 아프다"고 했다. 그는 "화상 인터뷰 하는 것도 최첨단 시스템이라 좋아해야 할지 고민이 크다"며 애써 웃었다. 다만 그는 "우리는 준비하면서 열 체크나 개인 소독도 하고, 중간중간 소독도 하고, 연습실도 점검하면서 하고 있다. 식사를 할 때도 식당 가서 다같이 못하고, 회식도 한번도 못하고 정말 공연 연습 만을 위해 모이고 있다. 벌써 이런 가운데 배우들이 가까워진 것 같기도 하고 그런 느낌도 있다"고 했다.
또한 "어쨌든 배우 분들도 돌발상황이 있기 때문에 마음의 준비를 하면서 공연을 임한다는 게 쉽지 않은 것 같다. 우리 배우들도 공연장 소독을 해도 한 명이라도 의심 환자가 나온다면 준비해야 한다는 게 쉽지 않은 것 같다. 그랬을 때 나오는 피해도 생각하기도 싫다. 배우들과 제작사는 이 공연을 하고 싶은 마음이 크다. 공연으로 얻는 이익을 생각하면 안 하는 게 나을 수도 있다. 그렇지만 공연을 하고 싶고, 이 때에 힘이 되기 위해 서라는 그 마음 하나로 준비하고 있다. 그러한 상황이 있다면 금액으로서의 피해를 떠나서 우리가 이 날을 위해 준비했는데 못 하는 상황이 생길 수 있으니까 그걸 예상하고 준비해야 한다는 게 가장 어려운 것 같다"고 설명했다.
실제 '고스트' 출연진과 제작진은 연습이 없는 주말 개인 활동을 최대한 자제하며 애쓰고 있다. 주원은 1년 전부터 '고스트' 촬영을 위한 시간을 비원둔 만큼 더욱 철저하게 연습에만 매진하고 있단다.
나아가 주원은 "얻고 싶은 평가는 크지 않다. 7년 전의 나와 현재의 내가 표현하는 샘이 조금은 성장했고, 이 배우가 무대에서 조금 더 즐기고 놀 줄 아는 배우가 됐다는 평가면 좋을 것 같다. 사실, 저도 요즘은 무대에서 연습할 때 '내가 이렇게 재미있었나?'라고 느끼고 있다. 예전에는 뭔지 모를 부담감과 잘해야 한다는 생각 때문에 즐기지 못했던 것들을 요즘은 너무 재미있게 연습에 임하고 있다. 배우가 무대에서 재미있고 즐겁다면 관객 분들도 분명히 그렇게 느끼실 거라는 생각이 들어서 그렇게 하고 있다. 저는 어쨌든 개인적으로는 '나는 무대에서 데뷔했고, 영화와 드라마를 촬영하지만 무대에 설 수 있는 배우’라는 자부심이 개인적으로 크다. 내가 다른 배우들과 차별점이 있다면 무대에 설 수 있다는 점이다. 선배님들도 그 점을 칭찬을 많이 해주신다. 평가나 얻고 싶은 것은 '무대에서도 잘 노는 배우’라는 말을 듣고 싶다"고 했다.
그렇기에 주원은 "'고스트' 이후에도 무대에서 저를 보실 수 있을 것"이라고 웃으며 "좋은 작품이 있다면 언제든지 무대는 돌아올 수 있다"고 했다. 또한 그는 "브라운관과 공연을 병행하는 분들도 많고 가수 분들도 많아졌다. 저도 그런 현상을 보고 놀랐다. 가수 분들도 다 잘하고, 열심히 하고, 티켓 파워도 있다. 어떻게 보면 뮤지컬 배우로서 자리를 뺏긴다는 생각이 들 수도 있지만 너무 잘하고 끼도 많다. 그렇다고 열심히 안하는 것도 아니고 열심히 한다. 그러면서 공연계가 활성화 되고 대중화되지 않았나 생각도 한다. 그래서 더 좋은 것 같다. 이게 어쨌든 단순히 상업적인 용도가 아니라 하나의 예술로 참여를 해주셨으면 좋겠다"고 덧붙이기도 했다.
다양한 장르 중 주원이 작품을 선택하는 기준은 바로 '대본' 하나였다. "드라마, 영화, 무대 세 가지 대본이 들어온다면 그 중에 가장 좋은 대본을 택한다. 어쨌든 무대는 내가 공연을 준비할 때 대부분이 공연을 했거나 이미 하고 있는 작품들이 들어온다. 그런 것들을 다 봤을 때 공연이 낫다고 하면 공연을 선택한다. 그리고 공연 회사가 나하고 보는 방향이 같을지도 본다"는 것.
끝으로 그는 "선배님들이 칭찬해주신 게 드라마 하다가 무대로 갑자기 갔을 때 신기하기도 하면서 박수를 많이 쳤다고 말씀해주셨다. 저는 어쨌든 무대로 데뷔를 했고, 많이는 아니지만 돌아와서 공연을 한다는 것 자체에 자부심이 있고, 그런 자부심을 가질 수 있는 배우가 되고 싶다. 영화, 드라마, 무대 다양하게 할 수 있는 배우로 기억되고 싶다. 팬 분들도 많이 기다려주셨는데 무대에 선 모습을 못 본 분들이 특히나 기다려주셨는데 정말 재미있게 하고 싶다"며 "지금은 모두가 공연만이라도 했으면 좋곘다는 마음 하나로 준비하고 있다. 많이 기대해주시고 응원해주셨으면 좋겠다. 우리가 이 시기를 넘기고 모두에게 힘을 주고 위로를 줄 수 있는 좋은 작품이라는 생각이 든다. 많이 응원해 달라"고 덧붙였다.
'고스트'는 올해 10월 6일부터 내년 3월 14일까지 서울시 구로구 신도림동 디큐브아트센터에서 공연된다. / monamie@osen.co.kr
[사진] 신시컴퍼니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