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산 베어스 구단은 올해 들어 이중고에 시달리고 있다. ‘코로나19’ 역병으로 인한 무관중 경기로 적자가 쌓이면서 운영에 어려움을 겪고 있고, 모기업 두산그룹의 자금난으로 구단 매각설이 끊임없이 나돌았기 때문이다.
경기 자체도 지난해 통합 우승의 ‘여력’으로 어느 정도 버티고는 있으나(이순철 해설위원은 ‘부자가 망해도 삼 년은 간다’고 익살을 부렸지만) 우승의 피로감 따위로 부상자가 속출, 급기야 5위권도 걱정해야 하는 처지로 내몰렸다. 그동안 김태형 감독의 강력한 지도력과 선수들의 ‘우승 경험’에 따른 노련미로 용케도 상위권에서 견디고는 있으나 9월 19일 일시적 6위 강등이 시사하듯 두산은 매 경기 살얼음판을 걷는 형국이다.
여러 보도에 따르면 두산은 21일 이사회를 열어 그룹의 상징인 서울 중구 두산타워빌딩을 부동산 전문투자업체에 매각 결정(매각대금 8000억 원 추산)을 내렸다. 두산타워의 매각으로 베어스 구단의 매각설이 완전히 수그러질지는 알 수 없으나 한숨 돌린 것만은 분명하다.
문제는 올 시즌 이후다. 두산은 그동안 ‘화수분 야구’라는 칭송을 들으며 팀을 안정되게 꾸려왔다. 하지만 ‘화수분’이라는 말을 뒤집어보면 그만큼 두산 구단이 선수 지키기에 힘을 쓰지 못하고 계속 다른 구단에 빼앗기는 바람에 어쩔 수 없이 ‘선수 육성’에 목을 맬 수밖에 없었다는 해석도 가능하다.
두산 구단은 지난 2015년에 FA 투수 장원준을 롯데에서 데려와 한국시리즈 우승을 일궈냈다. 그걸로 끝이었다. 모기업의 자금 지원을 받지 못한 두산 구단은 그 이후 저액의 내부 FA 선수 몇 명을 붙들어 앉히기는 했으나 고액 선수는 해마다 다른 구단으로 날아가 버렸다. 2018년 민병헌(롯데. 80억 원)을 신호로 메이저리그에서 되돌아온 간판타자 김현수(115억 원)는 옆집 LG 트윈스로 방향을 틀어버렸고, 최고 포수 양의지(125억 원)는 2019년에 NC 다이노스로 옮겼다.
올 시즌 뒤 두산 구단에서는 무려 10명의 선수가 FA 신분으로 쏟아져 나온다. 현재로선 두산 구단이 그 가운데 몇 명이나 잡을 수 있을지 예측하기가 쉽지 않다. 예비 FA 선수들 가운데 투수보다는 야수 쪽에 알짜배기가 많다. 만약 그 선수들이 빠져나간다면, 두산 구단은 내, 외야가 단숨에 ‘공동화(空洞化)’ 될 가능성이 커 전력이 현저히 약화하게 된다.
내야수 김재호(35)와 오재일(34), 최주환(32), 허경민(30), 외야수 정수빈(30)은 두산 전력의 핵심 요원들이다. 이들을 모두 그대로 눌러 앉히기에는 두산 구단의 자금력이 턱도 없을 것이라는 게 냉정한 평가일 것이다.
당장 눈앞의 성적도 성적이지만, 두산 구단은 이제 장기적인 전력 점검과 구축의 갈림길에 서 있다. 김태형 감독은 물론, 두산 구단도 시름에 겨워할 수밖에 없는 딱한 상황에 놓여 있는 것이다. 두산 구단으로선 피할 수 없는 혹독한, 엄동설한의 현실이 야금야금 다가오고 있다.
두산 구단은 김태형 감독이 지휘권을 잡은 이후 3번이나 한국시리즈 우승을 일궈내는 등 KIA 타이거즈(해태 시절 9번 포함 10회), 삼성 라이온즈(통합우승 1회 포함 8회)에 이어 3번째로 많은 6회나 정상에 올랐던 전통의 명문 강호다. 그런 명가가 흔들리고 있는 것은, 어쩔 수 없는 자본시장 논리라고는 하지만 자못 안타까운 노릇이다.
/홍윤표 OSEN 고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