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지않는 인간들의 밤’은 마지막까지 예측이 불가한, 4차원 코믹 스릴러 영화다. 영화나 드라마를 보면 대강 결말이 예상되는데, ‘죽지않는 인간들의 밤’은 정답을 벗어난다.
한 가지 장르로 규정할 수 없는 다차원적인 작품으로 독특한 영화 스타일을 좋아하는 관객들에게 크게 어필할 것으로 보인다.
22일 오후 서울 용산 CGV아이파크몰에서 영화 ‘죽지않는 인간들의 밤’(감독 신정원, 제공배급 TCO(주)더콘텐츠온, 제작 브라더픽처스・TCO(주)더콘텐츠온)의 라이브 컨퍼런스가 진행됐다. 코로나19 여파로 인해 취재진과 감독, 배우들이 다른 관에서 화상 간담회를 진행했다.
‘죽지않는 인간들의 밤’은 여고 동창생 세 명과 언브레이커블과의 전대미문의 대결을 그린 작품. 신혼의 단꿈에 빠져있던 소희(이정현 분)는 하루 21시간 쉬지 않고 활동하는, 웬만해선 인간 같지 않은 남편 만길(김성오 분)이 자신을 죽이려는 것을 어느 날 알게 된다. 소희는 고교동창인 세라(서영희 분)와 양선(이미도 분), 그리고 미스터리 연구소장 닥터 장(양동근 분)과 힘을 합쳐 언브레이커블을 상대로 반격에 나선다. 만길의 정체가 지구를 차지하러 온 외계인 언브레이커블임이 밝혀지고, 정부 요원까지 합세하면서 대결은 점점 전대미문의 상황으로 커져간다. 도저히 예측이 불가한 갈래로 뻗어나간다.
신정원 감독은 이날 영화의 시작은 장항준 감독이라고 했다. “장항준 감독님이 십 몇 년 전에 시나리오를 썼다. 원작에 제가 상상력을 보태 재창조했다”며 “지금의 시대 상황을 담아서 젠더 이슈를 넣었다. 다만 크게 바뀐 건 없다. 저는 어릴 때부터 여자들이 우월하다고 생각했다. 어머니의 영향을 받아 그런지 남자보다 여자가 더 강하다는 생각이다. 전작 ‘차우’에서도 강인한 여성을 표현했었다. 이번에도 그렇게 하고 싶었다”라고 기획의도를 밝혔다.
장항준 감독과의 협업에 대해서는 “사실 장항준 감독님을 만나 뵌 적이 없다.(웃음) 전화 통화 한 번 밖에 안 했다. 저를 믿고, 별말 안 하신 거 같다. 전화에서는 안부만 묻는 정도였다”고 말했다. 장 감독이 쓴 시나리오를 원작 그대로 살렸지만 여성 3인방이 이끌어가는 스토리로 재창조했다고.
이정현을 비롯해 김성오, 양동근, 서영희, 이미도 등 배우들이 신정원 감독을 신뢰하면서 출연이 성사됐다. 먼저 이정현은 “장항준 감독님이 쓰신 시나리오에 ‘시실리 2km’를 만든 감독님이라고 해서 선택을 했다. 신 감독님은 말 그대로 빵 터지게 만드는 힘이 있는 거 같다”고 칭찬했다.
이어 이정현은 “저희가 현장에서 합에 대한 얘기를 별로 안 했는데 호흡이 척척 잘 맞았다. 다들 차지게 연기를 잘 해주셨다”고 배우들과의 연기 호흡에 만족감을 드러냈다.
언브레이커블을 연기한 김성오는 “시나리오를 봤을 때 ‘이게 뭐지?’ 싶었다. 너무 새로웠다. 언브레이커블라는 역할을 이번 기회가 아니면 못 할 거 같았다”며 “제가 배우로서 다양한 역할을 해보고 싶었고 신정원 감독님에 대한 믿음이 합세해 재미있게 촬영했다”고 말했다.
서영희는 겉으로 보기엔 차갑지만 알고 보면 빈틈이 많은 정육점 사장 세라를 연기했다. 그녀는 소희와 절친한 여고 동창. “감독님을 믿고 선택했다. 제가 제일 나중에 캐스팅됐는데 이미 너무 좋은 배우들이 있어서 무조건 하고 싶다는 생각이었다”고 출연을 결정한 이유를 말했다.
닥터 장 역의 양동근이 진지한 분위기 속에 던진 말이 예상 밖 웃음 포인트. “저도 감독님 때문에 선택을 했다. 이 자리에 오니까 배우들을 처음 만났을 때가 생각난다. 촬영 전 이 배우들이 나온다는 소리를 듣고 ‘이 배우들이?’라는 생각이 가장 먼저 들어 좋았다. 그때 이미 맛이 갔다”고 함께 출연한 동료들에게 공을 돌렸다.
닥터 장은 양동근식 코미디 연기와 맞물려 곳곳에 웃음을 전파한다. “시나리오상으로 봤을 때 고생할지 몰랐다. 그 정도의 캐릭터도 아니었고. 감독님이 현장에서 만들어가셨다”며 “고생스러워 보이지만 사실 저는 즐겁게 했다. 속으로 ‘이거 언제까지 이렇게 해야하는 거야?’ 이런 생각도 하면서 하긴 했다”고 회상했다.
자신만의 코믹 연기에 대해 “저는 재미있는 성격이 아니다. 평상시에 농담도 잘 하지 못 할 정도로 ‘진지충’이다. 이번 영화도 코미디라고 생각하지 않았다. 정말 진진하게 임했다”면서 "제가 한 게 코미디 연기였는지 모르겠지만, 이번 닥터 장 캐릭터가 재미있다고 느끼셨다면 이게 다 감독님의 디렉션 덕분이다. 저도 이 영화를 보면서 많이 웃었다. 웃음을 보장하겠다”고 자신했다.
이미도는 소희의 동창 양선 역을 맡았다. “처음에 시나리오를 보고 많이 당황했다. 이해가 안 갔는데 신정원 감독님의 작품이라고 생각하고 보니 이해가 갔다. 감독님 팬으로서 시나리오를 읽는데 너무 재미있었다. 머릿속에 그려져서 '이게 되겠다' 싶었다”고 출연을 결정한 이유를 설명했다. 양선은 닥터 장과 미묘한 관계를 형성하며 웃음 코드에 힘을 보탠다.
‘양동근 찐팬'이었다는 그녀는 “어릴 때부터 팬이어서 언젠간 만나뵙길 바랐는데, 이번 영화를 통해 처음 호흡을 맞추게 됐다. 첫 만남에서 ‘선배님 정말 좋아한다’고 얘기했는데 선배님이 안 믿으시더라. 제가 SNS에 같이 찍은 사진을 올렸고 제 동창들이 ‘이미도 소원을 이뤘다’고 댓글을 썼다. 그걸 보여주니 선배님이 그제야 믿더라. ‘논스톱’을 볼 때부터 양동근 선배님들을 존경해왔다”고 힘을 보탰다.
역시 신 감독 팬이라는 이미도는 “이번에 작품을 같이 해보니 돌발 상황에 대한 캐치를 잘 하시더라. 감독님이 ‘컷’을 외치지 않으시고 배우들의 연기를 믿어주셨다”고 말했다.
‘죽지않는 인간들의 밤’은 신개념 SF 코믹이다. 신정원 감독 자체가 ‘장르’인 만큼 마니아층에게 영화적 재미를 안겨줄 것으로 보인다. 이달 29일 개봉.
/ purplish@osen.co.kr
[사진]TCO(주)더콘텐츠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