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도 못하고 야구 어떻게 해요?”
롯데 자이언츠에 소음 논란이 끊이지 않고 있다. 지난 22일 사직 KT전을 앞두고 홈 덕아웃에 들여놓은 징이 논란에 불씨를 지폈다. 외국인 투수 댄 스트레일리가 팀 분위기를 띄우기 위해 사비로 구입했고, 홈런을 치거나 득점을 올린 타자들이 징을 칠 때마다 롯데 덕아웃에 흥겨운 풍악 소리가 울려퍼졌다.
그러나 징 소리가 계속 되자 상대 팀이 오해 살 만한 상황이 발생했다. 지난 23일 KT전 도중 심판진이 롯데 덕아웃에 주의를 줬고, KBO도 24일 10개 구단에 공문을 보내 소음 자제를 공식 요청했다. 이달 초부터 롯데 덕아웃에 등장해 시끌벅적한 박수 소리를 낸 응원도구 클래퍼, 일명 ‘짝짝이’도 징과 함께 사라지게 됐다.
24일 대전 한화전을 앞두고 허문회 롯데 감독은 이와 관련 “상대 팀을 자극하거나 위압감을 주려고 한 것이 아니다. 팀 분위기를 즐겁게 하기 위해서였다. (코로나19로) 선수들끼리 손 터치를 못하고, 야구장도 너무 조용하다. 분위기를 좋게 하려고 한 것인데 (상대 팀이 오해할 만한) 그렇게 보였다면 안 하는 게 맞다는 생각이다”고 밝혔다.
다만 허 감독은 야구를 조금 더 즐기는 문화가 필요하다는 소신을 드러냈다. 그는 “시대가 조금씩 바뀌고 있다. 팬들이 있어야 야구가 있다. 무조건 이기려고 하는 게 아니다. (징과 짝짝이를 보면서) 팬들도 즐거워하신 것으로 안다. 짝짝이 판매량도 늘었다고 들었다. 팬들이 즐거워하셨다면 그것으로 만족하겠다”고 말했다.
이어 허 감독은 “스트레일리가 아무도 생각하지 못한 좋은 아이디어를 냈다. 고정관념이 있다면 그렇게 할 수 없다. 선수들도 엔터테이너 같은 모습이 필요하다. 관중과 시청자들이 좋아하면 얼마나 좋은가”라며 “발명왕 에디슨이 많이 힘들었겠다는 생각도 든다”는 말로 새로운 시도가 막힌 것에 못내 아쉬워했다.
올 시즌 유독 크게 불거지는 KBO리그의 각종 소음 관련 논란은 코로나19에서 시작된 '무관중 경기' 때문이다. 허 감독은 “코로나19가 아니었다면 이런 일도 없었을 것이다. 빨리 코로나19가 끝나서 부산 노래방(사직구장)이 시끌벅적했으면 좋겠다. 그러면 우리 선수들이 더 잘할 것이다”고 말했다.
그런데 이날 한화전에도 롯데에서 소음 관련 상황이 발생했다. 8회초 오윤석 타석 때 심판진이 롯데 덕아웃에 주의를 줬고, 허 감독이 그라운드에 나와 강력하게 어필했다. “말도 못하고 야구 어떻게 해요?”라며 아쉬움을 토로하는 롯데 덕아웃의 목소리가 TV 중계를 타고 흘러나왔다.
롯데 관계자는 “선수들이 덕아웃에서 화이팅 내는 소리를 심판진이 야유하는 것으로 오해했다. 감독님이 이를 설명하고 중재한 것이었다”고 상황을 전했다. 이에 앞서 6회초 김준태 타석 중 롯데 덕아웃에서 소음이 나오자 유덕형 주심이 허 감독을 통해 주의를 주기도 했다. /waw@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