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월 24일 수원구장에서 열렸던 KIA 타이거즈와 kt 위즈전에서는 좀체 보기 드문, 아마도 KBO리그 사상 처음일 ‘발야구’ 장면이 나왔다.
당시 경기 장면을 녹화한 영상을 통해 여러 번 돌려봤다. 상황은 kt 위즈 강백호(21)가 KIA 선발 외국인 투수 드류 가뇽(30)이 던진 공을 포수 한승택이 제대로 포구하지 못하면서 튕겨 나오는 바람에 피하다가 왼발로 그만 공을 차버린 것이다. 엄밀하게는 ‘찬 것(=축구)’이 아니라 비켜서려는데 공이 튕겨 발에 걸렸다고 해야 정확하겠다.
애초에는 전일수 주심은 그 동작을 보지 못했는지 그대로 진행하려다가 KIA 맷 윌리엄스(55) 감독이 어필하자 심판들을 불러모아 숙의 끝에 강백호의 ‘포수 수비 방해’로 판단, 아웃을 시키고 2루에서 3루로 진루했던 멜 로하스 주니어를 2루로 되돌려보냈다.
심판의 판정은 어디까지나 룰(규칙)에 입각해야 한다. 그 룰을 적용하기 위해서는 물론 아주 찰나(또는 순식간)에 심판의 상황 판단이 작용한다. 그렇다면 강백호의 ‘축구’ 장면에서 심판진의 판단은 옳았고, 룰 적용은 정확했는가.
KBO 공식야구규칙 제6조 ‘부적절한 플레이, 금지행동, 비신사적인 행위’ 조항의 ‘6.01 방해, 업스트럭션’ (a) ‘타자 또는 주자에 의한 방해’ [원주]를 보면, ‘투구 된 공이 포수 또는 심판원에게 맞고 타자에게 닿은 경우 타자주자가 포수의 수비행위를 명확하게 방해하는 것으로 심판원이 판단하지 않는 한 해당 플레이는 방해로 간주되지 않는다’고 돼 있다. 이 대목에서 ‘명확’의 유추해석이 중요하다.
강백호의 ‘축구 동작’은 그 공이 지면에서 튀어서 날아와 맞은 것이다. 그 동작(행위)에 대한 ‘방해’ 여부는 야구규정에 명시돼 있지 않다. 다만 심판진이 합의한 것은 강백호의 ‘축구’가 상대 수비를 방해할 ‘의도’가 있다는 ‘판단’을 내린 것이다. ‘자연스럽지 못한 동작’이라고 생각한 것은 물론 자의적인 판단이다. 그 판단 뒤에 나온 ‘판정’은 심판의 ‘재량’을 한껏 발휘한 셈이 된다.
여기에서 큰 의문이 생긴다. 영상으로 미루어볼 때 심판진의 판단은 합리적이거나 합법적인 것으로 간주하기에는 미심쩍다. 그런 판단을 하려면 ‘강백호의 고의성’을 입증해야 하는데, 강백호가 차는 시늉이라도 했다면 모를까, 그 장면은 그렇지 않았다(고 보였다). (수비 방해를 하려는) 의도를 숨겼다면, 고도의 기술적인 축구를 강백호가 했다는 말이 된다. 어쨌든 강백호의 ‘부자연스러움’을 주장하는 것은 애매했다.
수비 방해 판정을 선언 받고 강백호가 ‘아니다’라고 도리질을 하고, 이강철(54) kt 감독이 덕 아웃에서 뛰쳐나와 격앙된 목소리로 “말도 안 된다”며 7분 남짓 격하게 항의한 것도 무리는 아니다. 더군다나 kt는 3-1로 앞서 있던 상태였다. 최근 선두권으로 치고 올라가는 흐름의 길목에서 벌어진 어처구니없는 사태에 흥분할 법도 했다.(kt는 결국 3-5로 역전패했다)
현장에서 그 장면을 지켜본 민훈기 야구해설위원은 “고의로 찬 것이 아닌 듯하다. 타자 아웃은 과했고, 볼 데드로 주자를 2루로 귀루시키는 게 맞지 않았을까”하는 견해를 해설 도중에 피력했다.
석연치 않은 판정에 오류는 없었을까. KBO 기록위원장을 역임했던 윤병웅 선임 기록원은 “(방해 규정은) 타자가 연기(演技)를 할 수도 있고, 못 본 척하고 툭 건드린다는가 하는 행위를 사전에 방지하려는 목적으로 규정해놓은 것인데, 아마도 ‘타자주자가 포수의 수비행위를 명확하게 판단하지 않는 한 해당 플레이는 방해로 간주하지 않는다’고 한 [원주]를 반대로 해석하면 미필적 고의 위험성이 있다고 판단했을 것”이라는 해석을 내렸다.
심판진이 ‘자연스럽지 못한 동작’이라고 한 것은 결국 ‘미필적 고의’로 판단했다는 얘기다. 말도 많고 탈도 많은 야구판이다. 당사자는 고의가 아니라고 펄쩍 뛰었지만 심판들은 ‘고의’로 의심했다. 서로 생각하는, 보는 눈이 이렇게 다르다.
글/ 홍윤표 OSEN 고문
사진/ 수원=곽영래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