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운데에서 잘할게요~”
대한민국 최초 트로트 시상식 ’2020 트롯어워즈’의 첫 번째 대상은 엘레지의 여왕 이미지가 가져갔다. 하지만 그 이상으로 값진 상은 장윤정이 거머쥐었다. 트로트 선후배 사이 가교 역할을 하며 트로트 제2의 부흥을 이끈 주인공이기 때문이다.
1일 오후 일산 킨텍스에서 TV조선 ‘2020 트롯어워즈’가 열린 가운데 장윤정은 송대관, 현철, 태진아, 김연자, 김수희, 하춘화, 남진, 나훈아, 설운도, 주현미와 함께 트롯 100년 가왕상을 거머쥐었다.
본상 격인 이 상을 받고서 장윤정은 “아직도 제가 막내 라인에 있다. 선배님들과 영광의 상을 받게 돼 감사하다. 노래를 하면 할수록 선배님들에 대한 존경심이 찐하게 커진다. 계속 공부하고 뒤따라서 열심히 배우며 노래하겠다”고 밝은 소감을 남겼다.
하지만 그의 트로피는 하나 더 남았다. 트롯 100년 심사위원 특별상이 그것. 장윤정은 2004년 데뷔곡 ‘어머나’로 대한민국에 트로트 열풍을 일으키며 이후 메가 히트곡들로 트로트 제2의 부흥과 젊은 바람을 이끈 공로를 인정 받았다.
이미자, 남진, 하춘화, 주현미, 진성, 설운도, 송대관, 태진아 등 쟁쟁한 선배들과 임영웅, 영탁, 이찬원, 정동원, 장민호, 김희재 등 막강한 후배들 사이 자신의 이름이 호명되자 장윤정은 예상하지 못했다는 듯 펑펑 울기 시작했다.
한동안 발걸음을 떼지 못하는 그를 ‘대선배’ 하춘화가 부축해서 무대 위에 오르도록 도왔고 후배 가수들은 아낌없는 기립박수를 보냈다. 상의 의미 그대로 선후배 사이 굳건하게 활동하며 트로트 열풍의 일등공신인 그이기에 모두가 인정한 수상이었다.
간신히 감정을 추스른 장윤정은 “이미자 선생님 노래하시는 거 보고 나도 저렇게 계속 할 수 있을까? 자신 없어졌다. 선배님들 모습에서 저의 나중을 자꾸 떠올리며 무대를 봤다. 건강하게 오랫동안 선배님들 노래하셨으면. 저도 선후배 사이에서 끊어지지 않게 단단히 노래하겠다”고 소감을 말했다.
장윤정은 누가 뭐래도 대한민국 트로트계 없어서는 안 될 존재다. 데뷔 22년 차이지만 트로트계에선 중요한 허리 라인이다. 선배들에겐 귀엽고 후배들에겐 따뜻한 선배 역할을 수행하고 있다. 그야말로 선후배 나이 격차가 있는 트로트계에서 징검다리 역할인 셈.
지난해 JTBC ‘냉장고를 부탁해’에 출연했을 때에도 그는 “선배님들이 후배들이 마음에 안 들면 저를 혼내신다. 나는 트로트계 동네북인 것 같다”면서도 트로트계 반장으로서 훌륭한 허리 역할을 하고 있음을 입증했다.
그래서 그의 수상에 많은 선배들과 후배들이 아낌없이 박수를 보내고 함께 눈시울을 붉힌 셈이다. 장윤정 역시 그 마음을 오롯이 알기에 “트로트로 언제든지 같이 즐길 수 있는 사이 되도록 가운데서 역할 잘하겠다”고 감동의 수상 소감을 밝혔다.
또 다른 의미의 대상, 장윤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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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트롯어워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