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들 이언 씨도 '커피프린스 1호점'의 구성원인데 얘기를 안 할 수 없다고 생각했죠."
MBC '청춘다큐 다시스물 - 커피프린스 편'(이하 '청춘다큐')이 고(故) 이언에 대한 동료 배우들의 추억을 담담하게 전해 안방을 울렸다.
지난 1일 방송된 '청춘다큐' 2부에서는 2007년 방영된 드라마 '커피프린스 1호점'에 출연한 공유, 윤은혜, 이선균, 채정안, 김동욱, 김재욱이 촬영 당시를 반추하는 모습이 다뤄졌다.
김동욱과 김재욱은 극 중 프린스 3인방의 멤버로 많은 사랑을 받았다. 두 사람은 그때 그 시절을 회상하며 흥미로운 비하인드를 풀어냈다. 특히 이들의 이야기에서는 빼놓을 수 없는 존재가 있었다. 바로, 프린스 3인방의 마지막 멤버인 이언이었다.
이언이 세상을 떠난 지 자그마치 12년이 흘렀다. 세월은 슬픔을 지우지는 못했지만, 그의 죽음을 조금은 담담히 받아들일 수 있게 했다. 김현기 PD는 "배우들한테 사전에 이언 씨 언급을 어떻게 하는 게 좋을지 직접 여쭤봤었다"며 "슬픈 감정을 아직 가지고 있지만 조금은 담담하게 얘기할 수 있을 만큼 세월이 지나서 가능했던 것 같다"고 말했다.
김재욱, 김동욱의 인터뷰 날은 지난 8월 21일, 이언의 기일이었다. 김현기 PD는 "8월 중순에서 8월 말 사이로 스케줄을 조율하고 있었는데, 이언 씨 기일이 있어서 먼저 제안을 드렸다. 세 명이 같이 하는 느낌으로 인터뷰를 하는 게 어떻겠냐고 말씀드렸더니, 흔쾌히 동의를 해주셔서 날을 확정하게 됐다"고 배경을 설명했다.
김재욱의 인터뷰는 장대비와 함께 시작됐다. 김재욱은 "잊고 있던 생소한 감정들이 살아난다거나 그런 지점은 아예 없었다. 그런데 VCR을 보는데 형이 딱 나오니까 되게 이상하더라. 내가 알던 그 당시의 이언, 황민엽, 박상민(이언 본명). 스물여섯? 스물일곱? 때의 언이 형이 딱 나오니까"라고 운을 뗐다.
김재욱은 "나에게 가장 엄했던 사람이다. 왜냐면 같은 회사였고 그리고 모델 선배였고. 그런데 또 형이 씨름을 했던 형이라 선후배라는 위계질서가 좀 강한 형이다. 그래서 더 다른 사람들보다 저한테 엄격하게 대했었다"고 떠올렸다.
김재욱이 이언에 대해 이야기를 하려고 하자 비가 쏟아진 상황은 우연이었다. 그러나 그 우연과 김재욱의 담담한 회상이 맞물리면서, 시청자들은 더욱이 애틋한 마음을 이언을 추억하게 됐다. 이에 김현기 PD는 "김재욱 씨에게 이언 씨와 관련된 질문을 할 차례가 됐는데 갑자기 비가 오기 시작했다. 재욱 씨도 '비가 오네요' 하고 말을 멈췄다. 촬영을 1분 정도 멈추고 비 오는 걸 봤던 기억이 난다. 이언 씨의 기일에 맞춰서 인터뷰를 해서 날씨도 이런 걸까 싶었다. 기분이 묘했다"고 전했다.
또한 공유는 이언에 대해 "'커피프린스 1호점' 후에 너무나 많은 것들을 할 수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보여주지 못하고 펼치지 못하고 그게 너무 안타까웠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재욱이랑 둘이서 미친 듯이 정신을 못 차릴 정도로 관 앞에서 울었다. 저희끼리 만났을 때도 한동안 일부러 말을 안 했다. 얘기를 하면 너무 힘드니까. 세월이 많이 흘렀지만 상민이 생각하면 마음이 항상 아프다"고 털어놨다.
'청춘다큐'는 이언의 죽음을 마냥 애통하게 그려내지 않았다. 그래서 오히려 더욱 애달팠다. 김현기 PD는 "자극적이지 않은 방식으로 '프린스 3인방'을 언급하면서 자연스럽게 녹여내기로 해서 흔쾌히 응해주셨다"며 "애초에 얘기하고자 한 지점이 이언 씨가 '커피프린스 1호점'에서 중요한 역할을 했다는 것이기 때문에 자극적인 소재로 삼고 싶지 않았다"고 밝혔다.
김현기 PD는 '청춘다큐'를 마무리한 소감으로 "'좋은 프로그램은 시간이 많이 지나도 사람들이 하나의 우주처럼 여기면서, 자신들만의 추억과 애정을 키우는구나'라는 생각을 했다"고 말했다. 하나의 우주가 된 '커피프린스 1호점' 속 하늘의 별로 영원히 살아 숨 쉴 이언을 향해 네티즌들의 추모가 이어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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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청춘다큐' 방송화면 캡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