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무야 나무야’ 아이유가 제주 청수곶자왈 숲에서 힐링했다.
3일 밤 방송된 KBS1 2020 추석특집 ‘나무야 나무야’에서는 제주 한경면 청수곶자왈 숲을 찾은 가수 아이유의 모습이 그려졌다.
비가 내리는 날씨 속에 아이유는 투명한 우산을 쓰고 청수곶자왈 숲에 도착했다. 싱그러운 초록잎이 가득한 숲에서 아이유는 “공부를 해봤다. 곶자왈이라고 하는데, ‘곶’이 제주 방언으로 숲이고 ‘자왈’이 가시 덤불이라고 하더라. 온통 가시 덤불로 덮여 있다. 나무 모양도 특이하다. 곧고 쭉 뻗은 게 아니라 엉켜 있다. 숲 자체가 주는 분위기가 마법의 성으로 가는 길 같다. 독특한 느낌이 있는 숲이다”고 소개했다.
숲 앞에서 자신을 환영하는 듯한 말과 마주한 아이유는 설명문을 읽으며 숲에 대해 알아갔다. 가축수로 사용되는 연못을 보고, 말에게 다정하게 “물 마시다가 가”라고 다정하게 인사했다. ‘바람의 나무’로 불리며 500년이 넘은 팽나무를 본 아이유는 “좋다”라며 “나무의 기상이 느껴진다. 연못을 둘러싸고 팽나무들이 줄지어 서 있는게 이 연못의 수호신 같기도 하다. 비가 와서 그런지 더 신성한 느낌이 든다. 500년 이상으로 추정된다고 하니 나는 완전 꼬마다”고 웃었다.
아이유는 마을 토박이 주민을 만났다. 주민들은 곶자왈 숲에 얽힌 어렸을 때의 이야기를 풀어 놓으며 추억에 젖었다. 아이유는 “추억이 많은 사람은 행복하다. 그 옛날, 배고픈 소년들을 품어준 건 곶자왈 숲이었다. 그리고 그들의 곁에는 언제나 팽나무가 있었다”고 내레이션했다. 주민들은 “어린 시절 장난감이 없으니, 팽나무 열매를 따서 ‘팽총’을 만들어서 쏘고 놀았다”고 옛날을 떠올렸다.
아이유는 본격적으로 청수곶자왈 숲으로 들어갔다. 들어가자마자 고무신 체험 코스를 발견했고, 귀여운 고무신에 미소를 지었다. 아이유는 “직접 신어본 적은 없다. 외할머니가 제주에 사셨는데 그때 놓여있는 것만 봤다”며 “건강 길이라고 해서 예전에는 이 길을 어르신들이 맨발로 걸으셨다고 한다. 여름에는 돌이 열을 받아 뜨거워서 밟고 걸으면 1년 동안 감기에 안 걸린다는 풍습이 있었다고 하더라. 그 이야기가 재미있었다”고 말했다.
이어 아이유는 공방에 방문해 자신만의 고무신을 만들었다. 아이유는 ‘그림 그리는 걸 좋아하냐’는 질문에 “좋아하긴 하는데 소질이 영 없는 편이다. 좋아하는 편이다”고 웃었다. 아이유는 “밖에 나가기 어려운 시기이니까, 숲에 오는 건 엄두도 못 내고 있었다. 눈 앞에 큰 팽나무가 있고 돌길을 걸을 수 있고 공기도 다르다. 비오는 날을 좋아하기도 해서 걸을 수 있어 너무 좋다. 휴식이 될 것 같다”고 웃었다.
직접 디자인한 고무신을 신고 숲으로 들어온 아이유는 “패션이 이상하지 않느냐. 지금 방송을 보시는 분들은 ‘무슨 패션이 저러냐’고 보실 듯 하다”며 “위에서 내려다보니까 예쁘게 잘 그린 거 같다. 자세히 보면 허점이 보이지만 얼핏 보면 예쁘다. 확실히 운동화를 신고 걸을 때랑 느낌이 다르다. 더 건강하게 걷는 느낌이 든다. 조금 더 천천히 걷게 된다. 발이 아파서 그렇기도 하지만 발 밑의 돌들을 조금 더 천천히 느끼면서 걷게 되는 거 같다”고 말했다.
특히 아이유는 “힐링은 말 그대로 치유인데, 확실히 멈춰야 하는 거 같다. 멈춰서 쉬어야 치유가 된다고 생각한다. 아무리 좋은 걸 먹어도, 멈춰서 돌아보고 나를 돌보지 않으면 나을 수 없다. 그런 의미에서 내게 힐링이란 멈춤이다”고 말했다.
아이유는 숲을 걸으면서 신기한 것들과 마주했다. ‘동양 달팽이’ 등을 보기도 했고, 여러 달팽이와 마주하며 발걸음을 멈췄다. 아이유는 “숲이 있는 곳에 살면 느려질 거 같다. 잠깐 걸었지만 신기한 게 많다. 빨리빨리 자니치지 않게 된다. 눈여겨 보게 된다. 지나칠 뻔 했는데 발견해서 다행이다”고 미소지었다.
아이유는 ‘반딧불 고향’도 발견했다. 반딧불이를 좋아한다는 아이유는 “사극 찍을 때 숲에서 반딧불이를 처음 봤다. 반짝거려서 갔는데 반딧불이가 있더라. 너무 예뻤다. 내 노래 중 ‘밤편지’ 가사에도 반딧불이가 있을 정도로 반딧불이를 좋아한다”고 밝혔다. 아이유는 반딧불이가 있다는 연못에서 연꽃을 보고, 나비를 보며 마음을 치유했다.
태풍이 지나간 제주도 청수곶자왈에는 무지개가 떴다. 그리고 가을이 찾아왔다. 콧노래를 부르며 숲을 걷던 아이유는 ‘꾸지뽕 열매’를 주으며 “사촌 언니들과 거의 친자매처럼 같이 살고 있는데 어릴 때마다 여름방학마다 놀러 가서 같이 자전거 타고 봉숭아 꽃 따러 다니고 그랬다. 예전에는 그렇게만 놀아도 즐겁고 신났다. 그 자체가 하루를 채울만한 사건이었는데, 더 이상 그런 것에 흥분하지 않는 나이가 된 게 자랐다는 뜻이기도 하지만 그 시절이 문득 그리울 때도 있다”고 말했다. 이어 아이유는 꾸지뽕 열매를 이용한 차를 소개했다.
아이유는 숲 안에서 ‘돌탑’도 발견됐다. 누군가의 소원들이 쌓여 만들어진 돌탑에 자신도 돌을 얹은 아이유는 “무슨 소원 빌지?”라고 걱정하면서도 바로 소원을 빌었다. 아이유는 “소원은 비밀이다. 이뤄지면 좋겠다”고 말을 아꼈다. 이어 아이유는 갈림길 앞에서 선택을 한 뒤 “확률적으로 틀릴 때도 있지만 내 감을 믿고 도전하는 경우가 많다. 지나간 선택에 대해 크게 후회해 본 적 없다. 미련 없이 ‘이거다’ 하면 직행하는 편이다”고 말했다.
아이유는 “나무에 대해 진지하게 생각해 본 적은 많지 않다. 그런데 오늘 직접 숲으로 들어가 숲을 종일 보다가 왔지 않느냐. 그러니까 내 안에도 나무가 자리 잡고 있구나 싶다. 가늘게 자란 나무는 가는대로, 크게 자란 나무는 큰 대로, 나무가 사람 같기도 하고 시간을 다 지켜본 목격자, 증인 같다. 나무를 생각하며 쓸 수 있는 가사나 음악도 많겠다는 생각을 했다”고 소감을 밝혔다. 그리고 청수곶자왈 숲을 다시 찾아올 것을 약속했다. /elnino8919@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