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우 이동욱이 '도깨비' 저승사자에 이어 '구미호뎐'을 통해 한국 드라마 첫 남자 구미호로 변신한다. 다시 한번 한국형 판타지로 시청자를 사로잡을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된다.
7일 오후 tvN 새 수목드라마 '구미호뎐'(극본 한우리, 연출 강신효 조남형) 제작발표회가 진행됐다. 코로나19 확산 방지 차원에서 제작발표회가 tvN 공식 유튜브 채널과 티빙, 네이버V를 통해 온라인으로 생중계된 가운데, 주연 이동욱과 조보아 그리고 김범이 연출을 맡은 강신효 감독과 함께 방송인 박슬기의 진행 아래 드라마에 대해 이야기했다.
'구미호뎐'은 도시에 정착한 구미호와 그를 쫓는 프로듀서의 판타지 액션 로맨스 드라마다. 이동욱이 한때는 백두대간 산신이었지만 현재는 도심에 정착해 현세를 어지럽히는 요괴들을 처단하는 심판자로 활동 중인 구미호 이연 역을, 조보아는 청순한 얼굴 뒤 당찬 승부욕을 지닌 괴담 전문 프로그램 PD 남지아 역을, 김범은 이연(이동욱 분)의 배다른 형제이자 구미호와 인간 사이에서 태어난 현존하는 가장 위험한 구미호 이랑 역을 맡아 출연한다.
'구미호=여자'라는 공식을 갖고 있던 한국 설화와 달리 '구미호뎐'은 '남자 구미호'라는 신선한 소재를 전면에 내세운 한국형 판타지, 한국형 히어로물을 표방한다. 이에 남자 구미호를 맡은 타이틀 롤 이동욱과 그의 형제인 반인반요 김범 그 사이 유일한 여성 주연 조보아에 대한 기대감이 쏠리고 있다.
이처럼 '남자 구미호’라는 생소한 설정에 대해 배우들은 "신선하고 독특했다"고 입을 모았다. 이동욱은 "처음에 '구미호뎐' 제안을 받았을 때 여배우가 구미호인 줄 알았는데 '네가 구미호’라는 말을 듣고 '어?'라고 답하며 처음부터 끌렸다. 판타지에 여러 가지가 복합돼 더 끌렸다"고 했다. 이어 "캐스팅 기사 후 꽤 시간이 흘렀는데 많은 분들이 '이동욱 구미호 잘 어울린다’고 해주셔서 큰 힘이 되기도 했지만 기대에 부응해야 한다는 생각에 부담도 들었다. 좋게 봐주셨으면 좋겠다"고 했다.
김범은 "저 역시 신선하다고 생각했다. 너무나도 매력적이었다. 저희가 생각하는 이미지가 살마을 홀리는 이미지라 한번쯤 해보고 싶었다. 극 중 제 형이 이동욱 형이라는 말을 들었을 때 너무 같이 해보고 싶었다. 그리고 실제로 구미호 전설을 공부해 보니 재미있는 게 많더라. 여우가 50년을 살면 여성으로 둔갑하는데 100년을 살면 성별에 관계 없이 변신할 수 있다는 내용도 있더라. 거기서 시작된 게 아닌가 싶다"고 설명하기도 했다.
조보아는 "구미호가 남자라는 게 되게 신선했다. 뿐만 아니라 저희 드라마의 매력이 구미호와 우리나라 전설 속 캐릭터들이 등장하는 거다. 우렁각시, 어둑시니 같이 들어보면 어렸을 때 읽었던 내용인데 싶은 캐릭터들이 등장한다. 그런 것들도 보시면서 쏠쏠한 재미를 느낄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강신효 감독은 '남자 구미호' 설정에 대해 "드라마 기획의 시작을 놓고 거슬러 보면 작가 분과 한국적 히어로물을 하기로 했을 때 저희가 보통 본 구미호가 여성 캐릭터라 '한’을 갖고 있더라. 조금이라도 바꿔야 될 것 같더라. 남성 구미호가 있으면 인간을 사랑할 수도 있지 않았을까 싶었다. 사랑이 잘 됐을 리 없고, 기다릴 텐데 현대에서 어떤 시각으로 살아갈지까지 생각했다. 그래서 인물들이 탄생한 것 같다"고 설명했다.
판타지 장르에 생소한 캐릭터인 만큼 배우들도 신경 썼다. 김범은 "일단 이랑과 이연을 대본으로 봤을 때 굉장히 색다르고 매력적으로 느꼈다. 누구보다 잘하고 싶은 마음에 여러가지를 연구하고 찾아봤다. 구미호의 유래인 토종 여우의 움직임도 찾아보고 다큐멘터리도 보고 동물적인 움직임도 해보고 싶어서 따라해봤다. 그리고 굉장히 화려한 겉모습을 갖고 있기 때문에 그런 부분을 다른 전문가 분들과도 굉장히 많이 상의했다"고 했다. 이에 강신효 감독은 "(김범이) 귀도 움직일 줄 안다"고 칭찬하기도.
이동욱은 "저는 '도깨비’라는 판타지 드라마를 해본 경험이 있어서 뭔가를 많이 준비한다고 되는 게 아니더라. 결국에는 작가님이 만들어준 세계관 안에서 내가 얼마나 자유롭냐가 중요한 것 같더라. 대본에 충실하려고 했다. 현장에서 어렵거나 부딪히는 부분은 감독님과 상의드렸다. 액션은 저도 그렇고 조보아 씨도 그렇고 김범 씨도 그렇고 합을 맞춰 보면서 준비했다"고 말했다. 이어 "겪은 적도 없고 본 적도 없어서 참고할 것도 없다. 다른 판타지를 보는 것은 따라하게 될까 봐 경계했고 이 대본 안에서 즐겁게 뛰어놀자는 생각에 여우처럼 뛰고 있다"고 덧붙였다.
그 사이에 있던 조보아는 인간이 아닌 연기를 보여주는 두 남자 배우들에 대해 "비주얼부터 이미 구미호"라며 웃었다. 그는 "이동욱의 비현실적인 외모와 김범이 씩 웃는 모습이 웃을 때 귀도 움직이지만 매력포인트다. 두 분 다 비주얼부터 합격"이라고 했다. 또한 "액션이 정말 많은데 화려하고 멋지다"고 칭찬했다.
그런가 하면 조보아는 이번 작품을 통해 처음으로 액션에 도전했다. 이와 관련 그는 "액션이 저는 사실 많지는 않고 이동욱, 김범이 대부분이다. 그렇지만 시작부터 기본적인 것을 배웠어야 해서 준비했다. 액션은 경력이 짧지만 이제껏 한 연기들과 다른 결이 있는 것 같더라. 큰 재미를 느꼈고, 모든 게 마찬가지지만 상대 배우와 합이 중요한 것 같더라. 자칫하면 다칠 수 있으니까. 이동욱과 많은 장면을 했는데 사전에 맞춰주시고 배려해주신 것 같다"고 말했다.
더불어 김범은 이동욱에 대적할 악역을 맡은 것과 관련해 "빌런을 맡아서 찾아봤는데 예전엔 악당으로만 쓰였다가 요새는 어딘가에 꽂혀있거나 병적으로 집착하는 걸 말하기도 한다. 제가 봤을 때 이랑은 악당에 국한되는 게 아니라 형이나, 형과의 감정에 꽂혀있는 무언가가 있어서 그런 쪽의 빌런에 가깝지 않을까 싶다. 연기하는 데 있어서 저도 다채로운 감정이라고 느껴서 여러가지를 배우게 됐다. 또 이동욱 형이 계셔서 저도 조보아 씨 만큼 의지했고, 너무 많은 도움이 됐던 것 같다. '선생님’이다"라고 거들었다.
이동욱은 "늘 생각하는데 우리가 히어로물을 보면 아주 멋진 주인공에 대적할 멋진 빌런이 나온다. 그 매력과 섹시함이 중요한데 김범 씨가 모두 다 갖고 있으니 주목해 달라"고 거들어 훈훈함을 자아냈다.
판타지 느낌을 더할 특수효과에도 이목이 쏠리는 터. 다만 강신효 감독은 특수효과와 관련해 "드라마를 같이 만드는 스태프들과 콘셉트를 주로 얘기한다. 특수 장면이나 액션은 좋은 전문가들이 있어 연출을 하고 CG, 무술 등을 여러 분들과 이야기한다. 그래서 오히려 연출할 때 캐릭터에 중심을 두고 조금 더 리얼한 연기를 주문한다. 그런 장면일수록 연기가 떠있을 때 진짜처럼 보이지 않는다. 저는 어쨌든 진실성이 느껴지는 연기를 다른 드라마보다 더 신경 쓴 것 같다"고 밝혔다.
무엇보다 이동욱은 "'도깨비’와 달라야 한다는 부담감이 없지 않아 있었다. 외적인 부분도 다른 부분을 보여드리려 했다. 그런데 어쨌든 좋은 작품이라 기대해주신 거고 이번엔 못 보여드린 것들을 보여드려야 할 것 같다"고 담담하게 말했다.
신드롬급 인기를 얻었던 '도깨비'와 그 안에서 '저승이'로 불리며 새로운 저승사자 역할로 강한 존재감을 남긴 이동욱이다. 그가 '구미호뎐'에서 어떤 남자 구미호를 선보일까. 새로운 캐릭터의 등장이 한국 드라마 시장에 활기를 더할 수 있을지 기대를 모은다. 오늘(7일) 밤 10시 30분 첫 방송. / monamie@osen.co.kr
[사진] tvN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