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냥 이건 운명적으로 만나진 느낌이었다.”
영화 ‘내가 죽던 날’(감독 박지완)의 제작보고회가 8일 오전 11시 온라인으로 진행됐다. 코로나19 확산 방지를 위해 온라인 생중계된 제작보고회에는 배우 김혜수와 이정은, 노정의, 박지완 감독이 참석했다.
먼저 김혜수는 이번 작품에 출연하게 된 것에 대해서 “시나리오를 보고 배우들 뿐만 아니라 스태프들까지도 정말 진심으로 만났다. 글에서 느껴지는 진심과 진실을 어떻게 하면 제대로 담아서 전달할 수 있을까 하는 마음이 제일 컸다. 배우들과 스태프 모두 한 마음이었다. 하나 하나 섬세함을 놓치지 않았으면 좋겠다는 마음이 컸다”라고 말했다.
이어 “나에게 운명 같은 느낌이었다. ‘내가 죽던 날’ 프린트된 대본으로 내 시선이 줌인된 느낌이었다. 읽기도 전에 이 영화는 뭔가 운명적으로 내가 해야 할 것 같은 그런 특별한 경험을 하면서 시작하게 된 작품이다. 내 마음은 그냥 이건 운명적으로 만나진 느낌이었다“라고 덧붙이며 작품에 대한 각별한 애정을 드러냈다.
특히 김혜수는 “처음 시나리오 읽으면서 굉장히 잔잔하면서도 묵직한 위로를 느꼈다. 내 스스로도 위로와 치유 같은 감정을 느끼면서 이런 감정을 관객에게 조금이라도 전달할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라고 생각했던 것 같다”라면서 관객들에게도 기대를 당부했다.
이정은은 이번 작품에 출연하게 된 것에 대해서 “그 당시에 홍보로 바빴을 거라고 생각하시지만 시나리오가 많이 안 들어올 때였다. 일단 시나리오가 너무 재미있었다. 기본적으로 김혜수 씨가 나오는 형사물을 관심 있게 봤었고 나오시면 좋을 것 같았다. 그냥 형사물이 아니라 다른 면이 있는 시나리오였기 때문에 좋았다”라고 말했다.
노정의는 선배 김혜수, 이정은과 함께 할 수 있는 작품이라 꼭 출연하고 싶었던 마음. 그는 “안 할 이유가 없었다. 김혜수 선배님의 작품을 즐겨 보고 있었는데 같이 작품을 할 수 있는 시간을 즐겨야겠다 싶었다. 이정은 선배님도 나오시니까 어떻게든 해야 겠다는 마음이 컸다“라고 밝혔다.
박지완 감독도 세 배우들과 함께 한 것에 대한 기쁨을 전했다. 박 감독은 “사실 나는 첫 영화기도 하고 김혜수 선배님을 계속 생각했는데 ‘해주실까?’라는 생각이 들기는 했다. 거절하시더라도 읽어주는 것만으로도 나에게 영광일 것 같다고 해서 드렸는데 생각보다 빨리 만나자고 하셨다. 이정은 선배님은 말씀드리고 기다리고 있었는데 그때 마침 ‘기생충’이 개봉돼서 혹시 밀려나지 않을까 걱정했었다. 노정의는 또래 배우들을 많이 보긴 했는데 보고 가만히 있는 표정과 활짝 웃는 표정의 차이가 굉장히 흥미로워서 같이 하게 됐다”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처음 들었을 때는 얼떨떨했는데 그 이야기가 다른 분들도 알게 되면서 엄청 축하 전화와 문자를 받았다. 그때 나만 잘하면 되는구나 하면서 실감하게 됐다”라고 덧붙였다.
‘내가 죽던 날’은 유서 한 장만 남긴 채 절벽 끝으로 사라진 소녀와 삶의 벼랑 끝에서 사건을 추적하는 형사, 그리고 그들에게 손을 내민 무언의 목격자까지 살아남기 위한 그들 각자의 선택을 그린 작품이다.
극 중 김혜수는 절벽 끝에서 사라진 소녀 세진의 흔적을 추적하며 삶의 진실과 마주하게 되는 형사 현수 역을 맡았다. 자신이 믿었던 인생이 한순간에 송두리째 흔들리게 되는 인물을 표현하기 위해 피폐하고 초췌한 외적인 변화까지 감행했다.
김혜수는 현수 캐릭터에 대해서 “누구든지 살아가다 보면 본인이 전혀 원치 않는 불행이나 절망을 맞닥뜨릴 때가 있다. 현수가 바로 그 지점에서 세진이라는 소녀를 만나게 된다”라며, “우리 작품 자체가 상처, 고통으로 점철된 가장 절망적인 순간의 인물들이 보인다. 현수는 그 중심이다. 그러다 보니까 내외적으로 피폐한 상태를 유지해야 했다. 다른 작품에서와는 다르게 많이 걷어진 인물”이라고 설명했다.
김혜수는 드라마 ‘시그널’ 이후 다시 한 번 형사 역을 맡아 관객들을 만나게 됐다. ‘시그널’이 많은 인기를 얻었던 만큼 다시 형사 역할을 맡는 것에 대한 부담감도 있었을 터.
이에 대해서 김혜수는 “직업적으로 형사에 대한 부담감은 전혀 느끼지 않았다. 직업과 관련된 것이 아니라 그 이면에 섬세한 감정들에 있다. 현수라는 사람이 처한 상황과 현수가 집중하는 세진이라는 소녀에 대해서 집중하고 촬영했다. 관객들도 처음에는 같은 직업에서 주는 연결점이 있지 않을까라는 생각을 하실 수 있을 것 같은데, 실제 영화를 본다면 시작하고 금방 그 부분은 자연스럽게 희석되지 않을까라는 생각이 든다. 그게 내 의도적인 노력보다는 작품 전체가 그랬다”라고 말했다.
지난해 영화 ‘기생충’(감독 봉준호)을 통해 강렬한 존재감을 뽐내며 대세 배우로 자리매김한 이정은은 소녀를 마지막으로 목격한 무언의 목격자 순천댁 역을 맡았다.
이정은은 “불의의 사고로 목소리를 잃은 섬 주민이다. 현수라는 형사가 쫓고 있는 사건의 어떤 부분을 목격한 목격자”라며,“자꾸 말이 나올 뻔 했다. 사실 좀 어려움이 있었다. 무엇보다 나중에 보겠지만 의사전달할 수 있는 방법이 또 하나가 글을 쓰는 거다. 그 글씨체를 만드는데 감독님과 오랫동안 이야기를 많이 했다”라고 밝혔다.
이에 김혜수는 “디테일의 장인이 바로 여기 있다. 정말 정은 씨를 만난 것도 이 작품에서 배우로서 큰 운명처럼 여겨졌다. 좋은 배우와 공연할 수 있다는 게 배우에겐 가장 축복이다. 정은 씨는 배우로 매 순간 경이로웠다”라고 칭찬했다.
그러자 이정은 “(김혜수 씨는)워낙 큰 배우라. 사실 나중에 보면 거의 모든 장면이 압도적이다. 그걸 보고 있는 것만으로도 많은 공부가 된 것 같다. 영화 속에 나온 얼굴의 혜수 씨 연기 모든 것들이, 지금도 장면 장면 많이 기억에 남는다”라고 화답했다.
김혜수는 “정은 씨가 정의에게만 그런 게 아니라 누구에게나 그런 배우다. 나도 그런 감정을 느꼈다. 가장 큰 위로의 첫 사슬이 되는 분이다. 실제 현장에서 정은 씨에게 그런 느낌을 받고, 배우로서 큰 위로를 얻었다”라면서 각별한 마음을 전하기도 했다.
특히 김혜수는 이정은과 찍은 후반부 장면을 가장 기억에 남는 순간으로 꼽기도 했다. 김혜수는 “어떻게 보면 개인적으로는 이번 영화를 통해서 가장 특별하고 소중하게 기억하는 지점이다. 사진에서 보면 정은 씨가 깊이 있는 배우로서 모습도 있지만, 저렇게 귀엽고 사랑스럽다. 현수와 순천댁이 만나는 장면이 있다. 아침 일찍 부둣가에서 촬영했다. 정은 씨 얼굴이 너무 보고 싶었고 순천댁을 만나고 싶기도 했다”라고 말했다.
김혜수는 “어떻게 잘 해나갈 수 있을까 하면서 정은 씨를 만나러 걸어가고 있었다. 순천댁으로 다 준비가 된 정은 씨가 걸어오는데 그냥 그 순간 정말 순천댁이 걸어오는 것 같은 느낌이었다. 촬영도 아니었고 리허설도 아니었는데 눈물이 나더라. 가까이 선 정은 씨가 울고 있었다. 배우로서 평생 잊지 못할 너무 서정적이고 강렬한 감정이었다. 가까이 있을 때 손잡고 계속 울었다. 그 느낌이 온전히 이 작품 속 인물로 마주하기도 했고, 이정은이란 인간과 내가 만난 것 같은 묘한 일치가 같은 게 있었다”라며 각별한 마음을 드러냈다.
김혜수, 이정은과 호흡을 맞춘 노정의 역시 선배들의 칭찬을 받았다. 노정의는 사라진 소녀 세진 역으로 열연했다.
김혜수는 노정의에 대해서 “정의 씨를 처음 만난 게 ‘탐정 홍길동’이라는 작품으로 봤다. 그때는 정말 예쁜 꼬마였다. 제일 처음 배역 오디션할 때 만났는데 어릴 때 얼굴이 그대로 있으면서 뭔가 성숙한 얼굴이 그대로 있었다. 세진이라는 인물 자체가 굉장히 복잡한 내면과 그 나이대만 가질 수 있는 해사로움이 있다. 처연함과 강렬함이 동시에 남아야 하는 이미지”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우리 정의 양이 그 어려운 것을 해냈구나 하는 대견함이 컸다. 개인적으로 노정의라는 예쁜 아이, 배우, 동생은 정말 신인 같은 느낌이지만 어릴 때부터 연기를 했다. 굉장히 순수함이 있다. 어떻게 보면 이제 진짜를 시작하고 보여줄 때가 되지 않았나 싶다”라고 덧붙였다.
김혜수와 이정은의 강렬한 만남과 신선한 소재만으로도 기대를 모으고 있는 ‘내가 죽던 날’. 마지막으로 김혜수는 “지금 어느 때보다 유례 없이 모두가 힘들고 지칠 때다. 극장을 찾기까지 마음 먹는 것도 조금 부담이 되겠지만, 어느 때보다 철저하게 방역을 하고 있다. 일상에서 누렸던, 영화가 주던 기쁨을 조금씩 누려도 되지 않을까 싶다. 힘들 때 일수록 서로가 서로의 마음을 들여다보면서 작지만 위로가 될 수 있는 작품이 되면 좋겠다”라고 당부했다.
배우들의 진한 케미와 깊이 있는 감정 연기, 이야기로 기대를 모으고 있는 만큼 코로나19 시대 관객들에게도 위로가 될 수 있을지 관심을 모은다.
‘내가 죽던 날’은 오는 11월 12일에 개봉된다. /seon@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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