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세영(27, 미래에셋)이 더 오래 갔으면 숙원이 될 뻔한 숙제 하나를 해치웠다. LPGA(미국여자프로골프) 투어 메이저대회 제패다.
김세영은 한국시간 12일 새벽, 미국 펜실베이니아주 뉴타운스퀘어 애러니밍크 골프클럽(파70/6,577야드)에서 벌어진 KPMG 여자 PGA 챔피언십(총상금 430만달러=49억 5,500만원, 우승상금 64만 5,000달러=7억 4,000만원) 최종라운드에서 보기없이 버디만 7개를 쓸어 담아 우승에 골인했다.
4라운드 최종합계 14언더파 266타(71-65-67-63)의 탁월한 성적이다. 2위 박인비가 5타를 줄이며 쫓아왔지만 최종라운드를 마쳤더니 5타나 벌어져 있었다.
2015년부터 LPGA 투어에서 뛰고 있는 김세영은 이날 우승으로 꼬리표 하나를 뗐다. ‘메이저대회 무관’의 미련이었다. 그런데 팬들의 뇌리에는 그 동안 김세영에게 메이저대회 우승이 없었다는 게 오히려 의아하다. LPGA 투어 10번의 우승과정에서 보여준 모습이 이미 충분히 극적이었기 때문이었을 게다.
사실 김세영이 메이저대회 우승에 연연한 것 같지는 않다. 꾸준히 제 갈 길을 갔고, 때마침 메이저대회에 우승 기운이 몰렸을 뿐이라는 느낌이 강하다. 어쨌거나 김세영은 작년 CME 그룹 투어 챔피언십 우승 이후 11개월만에 LPGA 투어 개인통산 11번째 우승컵을 들어올렸다.
KLPGA(한국여자프로골프) 투어에서 5승을 거두고 세계 무대에 오른 김세영은 2015년 3승, 2016년 2승, 2017~18년 각 1승, 2019년 3승 등 매년 1승 이상씩을 올리고 있다. 사람들은 빨간바지의 마법을 부리는 ‘역전의 명수’를 먼저 떠올리겠지만 사실 김세영은 ‘꾸준함의 대명사’였다.
그런 그도 메이저대회 우승과는 인연이 없었다. 2014년 ANA 인스퍼레이션부터 28차례 메이저대회에 출전했지만 준우승 2번이 최고 성적이었다. 메이저대회 우승컵과의 인연은 LPGA 투어 6년차, 29번째 도전만에 찾아왔다.
천하의 강심장이지만 내심 기다려왔던 메이저 우승이다. 김세영은 우승 후 인터뷰에서 “첫 메이저 우승을 하게 돼 눈물을 참고 싶은데 언제 터질지 모르겠다. 오랜 기간 동안 메이저 우승이 없었는데, 이렇게 우승하게 돼서 정말 기쁘다”고 말했다.
김세영은 우승도 우승이지만 이번 대회에서 값진 기록도 남겼다. 266타가 이 대회 최저타 우승 기록이고, 마지막 날 63타는 대회 18홀 타이 기록이다. 마지막까지 순간까지 스스로를 채찍질했다는 얘기다. 김세영은 “마지막 라운드지만 마지막 라운드가 아닌 것처럼 플레이했다. 끝까지 놓지 않으려고 했다. 우승도 우승이지만 마지막까지 베스트 플레이를 하려고 했던 것이 목표였다. 그게 잘 이뤄졌던 것 같다”고 말했다.
메이저 우승에 대해서는 “98년 박세리 프로가 US여자오픈에서 우승했을 때 나도 메이저에서 우승하고 싶다는 생각을 했다. 그런데 이렇게 오래 걸릴 줄은 몰랐다”고 소회를 털어놓았다.
이날 우승으로 김세영은 LPGA 투어 2020시즌 상금 랭킹 2위에 점프했고, 박인비는 시즌 상금랭킹 선두에 올랐다.
2위로 경기를 마친 박인비도 김세영의 우승을 진심으로 축하했다. “동료 선수인 김세영 선수가 우승을 차지하게 돼서 너무 기쁘다. 오늘 김세영 선수 플레이 너무 너무 좋았고, 아직까지 메이저 우승을 하지 못했다는 것이 믿기지 않을 정도로 좋은 플레이를 해왔다. 메이저 우승을 축하하고 오늘 플레이는 메이저 우승자다운 플레이였다”며 아낌없이 박수를 보냈다. /100c@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