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재명표 '아재', 단언컨대 새롭다..'소리도 없이' 강한 대세(종합)[인터뷰]
OSEN 김보라 기자
발행 2020.10.13 17: 07

 “어떻게 변신이 그렇게 가능한가요?”…배우 유재명(48)을 만나자마자 질문하고 싶었던 물음이다. 그는 새 한국영화 ‘소리도 없이’에서 주변에서 흔히 볼 법한 아저씨이자, 위험한 일을 처리하는 남자 창복을 연기해 보는 이들에게 또 한 번 영화적 감흥을 선사했다.
유재명은 13일 서울 삼청동의 한 카페에서 진행된 인터뷰에서 “찍은지 1년 정도 지났는데 스크린을 통해 보니 새롭더라. 시나리오를 읽었을 때는 글이 주는 느낌이 강했다. 인물의 감정이 짙게 느껴졌는데 영화는 조금 더 밝고 유머러스하게 표현이 된 거 같더라. 색감도 좋았다”라고 밝혔다.  
그는 “배우가 제일 처음 시나리오를 접하면 배역을 제일 중요시한다. 직감 같은 게 있다. 어떻게 보면 익숙한 듯한 설정이고 유괴, 시체 같은 범죄의 소재가 담겨 있지만 장면이 넘어갈 때마다 상황이 역전되고 또 다른 이야기로 나간다는 것에서 독특한 매력을 느꼈다”며 “무엇보다 감독이 제시한 세계관이 좋았다. 전사가 없어서 불친절할 수 있지만 따라가다 보면 현실대로, 판타지적인 감정도 느낄 수 있다”고 출연을 결정한 이유를 밝혔다.

관객들은 ‘유재명표 창복’을 만나는 순간이 아마 새로울 것이다. 말 없는 태인(유아인 분)을 대신해 조금 더 능글맞고 민첩해진 그의 뻔뻔한 행동이 큰 웃음을 안기기 때문이다.
대사적으로 태인의 빈틈을 채우기 위해 노력했을 유재명의 고민이 녹아있다. 생계를 위해 이런저런 일을 하며 열심히 사는, 자신의 죄책감을 덜기 위해 신앙에 그 누구보다 열심히 의존하는 창복은 유재명이 가장 잘 이해하고 있었다.
유재명과 유아인이 주연을 맡은 ‘소리도 없이’(감독 홍의정, 제공배급 에이스메이커무비웍스, 제작 루이스픽쳐스・BROEDMACHINE·브로콜리픽쳐스)는 유괴된 초희(문승아 분)를 의도치 않게 맡게 된 두 남자가 그 아이로 인해 예상치 못한 사건에 휘말리는 이야기를 그린 범죄 스릴러 드라마 장르의 영화.
창복을 연기한 유재명은 “감독님의 시나리오를 처음 받았을 때 무서웠다. 시나리오가 너무 촘촘해서 자신만의 세계관이 셀 것이라고 예상했다”며 “그렇게 예단하고 실제로 봤는데 소녀 같고 유하고 굉장히 밝은 분이었다. 작품 외적으로 수다를 많이 떨었다. 레퍼토리가 많은 분이다. 재미있는 친구를 만난 기분이다. 다음 영화에서도 만나고 싶다”고 홍의정 감독에 대해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홍 감독은 ‘소리도 없이’를 통해 데뷔했다. 
유재명은 “새로운 작품에 들어갈 때 감독님들의 전작을 다 보는 건 아니다. 다만 만나서 느낌이 어떤지, 분위기 등을 본다”고 했다. 그러면서 “누구나 그렇지만 저도 고집이 세고 우유부단하기도 하다. 감독님만의 선이 있을 텐데 배우들의 얘기를 수용해서 바꾸어나가는 모습에서 합이 잘 맞았다. 기묘한 작품이 하나 나온 거 같다. 관객들이 어떻게 봐주실지 궁금하다”고 개봉 후 관객들의 반응을 기대했다. 
유재명은 다리를 저는 설정에 대해 “작품에 들어가기 전 어느 배우나 인물의 전사를 고민한다. 창복의 전사를 생각해봤는데, 고등학교 때까지 축구를 했는데 부상을 당한 거다. 근데 집이 가난해서 치료를 못 했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다리를 저는 것은 약자의 모습 같더라. 사회적으로 소외된 사람의 모습을 그리고 싶었다. 연극을 통해 신체적으로 불편한 캐릭터를 몇 차례 했었다”고 캐릭터를 표현한 과정을 덧붙였다. 
유재명은 “창복이 다리를 절면서 겁을 내고, 벌벌 떨며 도망가는 모습은 죄책감이다. 자기가 한 말에 욕심을 내면서 겁을 냈던 거다. 느닷없이 헛발질하고… 중첩된 세계관이 잘 표현돼 재미있는 거 같다”고 자신만의 해석을 전했다. 
그는 “태인이 말을 못 하니 리액션의 타이밍이 중요했다. 창복이 갖고 있는 친근감, 유머러스함을 보여주면 관객들에게 무거운 이야기도 잘 전달될 거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전했다. “창복에게 태인은 아들일 수 있고, 일을 잘 하는 친구일 수 있다. 그냥 부려먹는 것일 수도 있다. 분명한 것은 창복에게 태인은 유일한 동반자다. 아버지가 아들에게 하는 것처럼 표현했다”라고 말했다.  
“창복은 죄책감 덩어리다, 그의 입장에서 시체 청소는 나쁜 일이면서도 그렇지 않은 거다. 평온함 속에 작은 양심을 갖고 있는데, 그 사람이 범죄자인지 아닌지 저는 잘 모르겠다. 의도치 않은 악이 악행인가라는 담론을 공격적으로 던지시는 거 같다.”
개봉은 10월 15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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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에이스메이커무비웍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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