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해준은 한국 대중의 감성을 누구보다 잘 저격하는 작곡가 겸 가수이다.
유해준은 남성 듀오 캔의 멤버로 데뷔한 이후 작곡가로 활동, 박완규 '천년의 사랑', 박상민 '지중해', '무기여 잘 있거라', 캔 '가라가라', 정재욱 '잘가요', 클릭비 ‘백전무패’ 등 다수의 곡을 히트시키며 작곡가로서의 명성을 떨쳤다. 이와 함께 싱어송라이터로서 '나에게 그대만이', '미치게 그리워서', '내 소중한 사람에게' 등 본인이 직접 노래한 곡들을 통해 대중에 그 능력을 입증받았다.
SBS 드라마 ‘프라하의 연인’ 주제가 '단 하나의 사랑'을 가창해 각종 차트를 휩쓸었던 유해준는 지난 8월 신곡 ‘신나는 세상을 위해’를 발매하며 다시금 사람들의 마음을 흔들었다.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19(COVID-19)로 인해 지치고 힘든 한 해를 보내고 있는 이들에게 노래를 통해 응원의 메시지를 전달한 것. 지치고 힘든 시기이지만 참고 이겨내면 좋은 세상이 온다는 희망의 메시지와 경쾌한 리듬은 리스너들에게 밝은 에너지를 선사했던 바다.
대중을 위한 음악을 하니 대중성을 가장 중요시한다는 유해준. 하지만 대중성에도 정확한 정답은 없기에 끊임없이 고민하고 노력하는 유해준이 직접 자신의 삶과 음악에 대해 들려줬다.
먼저 인터뷰를 보는 팬 분들께 근황 및 인사 한 말씀 부탁드린다.
- 안녕하세요, 작곡가 겸 가수 유해준입니다. 요즘은 직접 노래한 음악들을 많이 응원해주시고 사랑해 주시는데 힘입어 저의 음악 앨범을 녹음해 꾸준히 발표를 하고 있는데요. 가수로서 여러분과 소통하고 만날 수 있게 되어 무척 기쁘게 생각합니다. 이렇게 뵙게 되어 반갑습니다.
최근 발표하는 곡마다 음원사이트 1위를 기록하고 있다. 지난 8월 31일 발매한 '신나는 세상을 위해' 역시 1위를 기록했다. 지난해부터 사랑해주시는 분들이 기존보다 훨씬 많아진 것 같은데 소감을 들어보고 싶다.
- 음악 팬분들의 많은 사랑에 좀 어떨떨한 기분이 있습니다. 사실 작곡가로서 오랜 시간을 활동해 오긴 했지만 가수로서의 활동은 앨범 발표 외에는 미미하였기에 최근에 저에게 주신 사랑이 어떨떨하기는 합니다.
제 음악에 대한 SNS 댓글의 평을 읽어보면, 대체로 가식없이 진솔하게 노래하는 창법과 가사에 대해서 많은 공감을 해주시는 것 같습니다. 주신 성원과 사랑에 힘입어 더욱 좋은 음악을 만들어가야 하겠다는 생각을 많이 하고 있습니다.
'천년의 사랑', '무기여 잘있거라', '잘가요', '가라가라', '백전무패' 등 90년대와 00년대 메가히트곡을 수없이 작곡한 히트작곡가다. 눈에 띄는 것은 정통발라드 외에도 록, 댄스곡까지 다양한 장르의 곡을 작곡시켜 히트시켰을 만큼 작곡 스펙트럼이 넓다. 이렇게 다양한 장르를 작곡할 수 있는 비결이 궁금하다.
- 학창 시절 퓨전재즈, 블루스, 펑키 장르 등 흑인 음악을 좋아해 즐겨 들었지만 실제 음악 활동은 록 밴드에서 기타 연주자로 활동을 했습니다.
음대에 진학해서는 재즈음악을 공부하다가 군악대에 기타 연주병으로 입대해서 행사밴드 멤버로 성인가요 등을 자주 연주했는데 그때 트로트의 매력에 눈을 뜨게 되었고 제대 후에는 친구들과 어울려 홍대 클럽에서 놀면서 정신없이 EDM의 세계에 빠지기도 했습니다. 그러다 보니 백인음악에서 흑인음악까지, 또한 록 음악, 트로트 음악을 거쳐, 일렉트로닉 음악까지, 다양한 장르의 음악을 할 수 있는 스펙트럼이 생기지 않았나 추측을 해봅니다.
1990년대부터 2020년에 이르기까지 작곡가로서 끊임없이 달려왔다. 그 과정 속에서 발전하기 위해 피나는 노력이 있었을 것이라고 생각된다. 유해준이 지향하는 음악의 방향성과 작곡을 할 때 중요하게 생각하는 부분이 있다면?
- 특별히 지향하는 음악적 방향성은 없습니다. 다만 어떠한 방향의 음악을 하든 또는 어느 세대 어느 계층을 위한 음악을 만들던, 대중을 위한 음악이니까 대중성을 가장 중요시 합니다. 하지만 대중성을 지향한다고 하는 것은 아무리 오랜 시간 음악 활동을 해도 늘 어려운 문제라는 생각을 합니다. 정확한 정답이 없기 때문이지요.
그리고 작곡할 때 중요시하는 것은, 당연한 이야기지만 그 곡에 내 감정을 최대한 몰입해 작곡하는 것을 중요시 합니다. 예를 들면 슬픈 사랑을 테마로 한 발라드를 작곡 한다고 가정할 때, 조금 전 직접 그런 일을 겪은 사람처럼 그 속에 최대한 몰입해 작곡을 합니다. 그러다보면 발라드 한곡 작곡하고 나서 쓰러질 듯 몸과 마음이 매우 힘들어지는 경우도 많은데요. 그래야만 최대한의 원하는 결과를 얻게 되기에 참 중요시 하는 부분입니다. 만약 흥겨운 댄스곡을 쓴다고 했을 때도 그 곡에 맞는 감정 몰입을 중요시 해 작곡하게 됩니다.
지금도 꾸준히 작곡 활동을 하고 있고 공감할 수 밖에 없는 곡으로 많은 이들의 귀를 즐겁게 해주고 있다. 작곡을 할 때 일상생활, 영화, 책 등 다양한 곳에서 영감을 받을 것 같은데 주로 어디서 영감을 받는지 궁금하다.
- 이것은 창작자들마다 매우 다를 것이라 생각됩니다만 저의 경우에는 완전히 아니라고 할수는 없지만 일상생활, 영화, 책 등에서 크게 영감을 받지 않습니다. 그 이유는 만약 영화를 보고 감동을 받아 어떤 음악적 테마가 떠오르게 되어 작곡을 한다고 가정하면, 이내 그 영화속 소재에 갇혀버리게 되어 자유로운 작품 완성이 어렵더군요.
저는 음악을 듣다가 영감을 받아 다른 형태의 무언가로 창작을 하는 경우가 종종 있습니다. 음(소리)와 리듬이 조합되어 전개되는 것은 매우 무한하고 자유롭기에 많은 상상력을 발휘할수 있습니다.
예를 들면, 예전 학창 시절 록 밴드에서 기타리스트로 활동하던 시절 록 음악은 주로 8비트 리듬의 음악이 대세였고 그러한 곡들 위주로 많이 연주했습니다. 하지만 평상시에는 16비트 리듬의 펑키, 랩 음악을 즐겨 듣다보니 록 밴드의 강렬한 사운드 연주에 보컬은 힙합 랩을 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하고 있었고, 그 영향으로 만들어진 음악이 클릭비에 ‘백전무패’라는 음악이었지요. 당시 한국 가요에서는 흔치 않았던 형태의 음악이었습니다.
또는 록 밴드에서 활동 하던 시절에 CCR 등 미국 컨츄리 장르의 음악도 좋아했습니다만 거기서 영감을 받아 작곡한 음악이 ‘무기여 잘 있거라’ 라는 음악이었습니다. 이 음악은 록, 컨츄리, 가요가 합쳐진 느낌의 음악이었죠.
본인이 작곡한 곡 중에서 가장 애착가는 곡 하나를 추천 및 소개해달라.
- 꿈 속에서 작곡한 음악이 있는데요. 당시 고생이 많던 신인 작곡가 시절에 가수 박상민님 앨범에 수록될 타이틀 음악을 의뢰 받게 되었고, 힛트 작곡가가 되고 싶은 간절한 마음으로 며칠간 작곡 작업을 하던 어느 날, 잠이 들었는데 꿈속에서 멜로디가 막 떠오르더군요. 꿈속 상황에서도 곡이 너무 좋다는 생각에 벌떡 일어나 전등을 키고 정신없이 멜로디를 악보에 적기 시작했습니다. 그렇게 완성되어 녹음된 곡이 박상민 ‘애원’입니다. 힘들던 신인 시절이 생각나 참 애착이 가는 곡입니다.
그 외에 듀오 ‘캔’ 활동 시절 발표곡 ‘천상연’, 박완규가 노래한 ‘천년의 사랑’, 정재욱 ‘잘가요’ 등이 애착이 갑니다. 사실 가끔 라디오에서 우연히 듣게 되면, ‘이걸 정말 내가 했나?... 싶은 생각이 듭니다. 정말 미친 듯이 음악을 하던 시절의 쓴 곡이라 애착이 갑니다.
직접 노래한 곡 중에는 ‘나에게 그대만이‘, ‘미치게 그리워서’가 애착이 많이 갑니다. 작곡가로만 활동하던 나를, 가수로서 활동할 수 있게 이끌어준 노래라 의미가 매우 큽니다. 어쩌면 제 음악 인생이 이 곡의 탄생 이전과 이후로 나뉜다고 할수 있을 정도로 음악인으로서 많은 변화를 가져온 곡입니다.
작곡가로서 수많은 가수들을 만났을 것이란 생각이 든다. 본인을 놀라게 했거나 특별히 기억에 남는 가수가 있다면 누가 있을까? 이유도 함께 들어보고 싶다.
- 아주 오래전 운전 중에 한 라디오에서 우연히 듣게 된 어느 시골의 한 할머니의 민요풍 노래가 어느 가수들보다 기억에 남습니다.
일명 "밭 매는 소리"라고 소개하는 그 노래는, 친근한 민요풍의 구전 노동요(Work Song)였는데 그 할머니의 노래는 인기를 얻고자 하는 마음으로 부르는 노래도 아니었고 화려한 조명을 받고자 부르는 노래도 아니었습니다. 그저 몸과 마음을 잠시 모두 내려놓고 한평생 살아오시며 겪었을 기쁨, 슬픔 등 모든 희로애락을 노래 한 곡에 담아 담담히 부르는 소박한 노랫소리였는데 나에게 진정 진심이 담긴 영혼의 노랫소리로 들려왔고, 어쩌면 이 세상 그 어떤 유명한 가수의 노래보다도 위대한 노래일수 있겠다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때까지 내가 음악인으로 살아가면서 ‘훌륭한 가수’라면 어떻게 노래한다는 나름의 기준이 있었지만, 나의 이 모든 기준을 바꾸어 놓은 그런 할머니의 노랫소리였습니다. 무언가 뒤통수를 세게 맞은 것 같은 충격이었습니다.
싱어송라이터 유해준에 대해서 이야기 해보려고한다. 가수로서 '나에게 그대만이'라는 엄청난 히트곡을 가지고 있다. 특히 결혼식 축가로 큰 사랑을 받고 있고 유튜브 조회수는 2천만 조회수를 넘어 3천만 조회수를 향해 가고 있는데 이런 사랑에 대한 본인 생각과 작곡 당시 에피소드를 들어보고 싶다.
- 이 노래에 대한 멋진 에피소드를 기대하신다면 좀 실망하실 수도 있겠지만, 사실 이 노래가 탄생을 하게 된 배경에 그리 근사한 에피소드는 없습니다. 작곡가로만 활동하던 어느 날 친한 OST제작자가 드라마 OST에 사용할 노래를 직접 한번 불러보는게 어떻냐고 제안해서 작곡을 하게 되었고, 후배 작사가에게 작사를 부탁했는데 마침 그 후배가 사귀던 연인과 헤어진 직후라 자신의 애틋한 사랑 이야기를 바탕으로 가사를 완성해 녹음한 노래가 ‘나에게 그대만이’였습니다. 사실 가사가 너무 가슴에 와 닿아서 노래하다가 울컥하는 바람에 노래를 할 수 없어, 몇 번을 중단해가며 녹음을 마친 기억이 나네요.
그리고 어떤 분들은 결혼식 축가로 생각하고 만들어진 노래냐고 질문하시는 분이 있는데 그렇지 않습니다. 아무래도 가사의 내용이 연인간의 애틋한 사랑 이야기이다 보니 축가로도 자주 사용되는 것 같습니다.
공연장에서 라이브를 듣고 싶어하는 팬들이 많다. 아쉽게도 코로나19로 인해 오프라인 공연이 쉽지 않은 상황인데 향후 계획이 궁금하다.
- 사실 예전에 방송 활동은 하지 않더라도 가끔씩 소규모 공연은 해왔고, 올해부터는 조금 넓혀 전국 공연을 하려고 계획하고 있었으나 코로나19로 상황으로 인해 연기된 상황입니다. 매우 아쉬운 마음에 요즘은 가끔씩 유튜브에 라이브 영상을 올리는 등 온라인 활동을 하고 있습니다만 아무튼 코로나19가 종식되면 공연 위주의 활동을 계획하고 있고 아울러 기회가 된다면 방송 활동도 조금씩 해나가려 생각하고 있습니다.
끝으로 음악을 사랑해주는 팬 분들께 한마디 한다면.
- 제 음악을 좋아해 주셔서 진심으로 감사합니다. 많이 성원해주시는데 비해 거의 활동이 없다보니 응원해 주시는 분들께 송구한 마음이 큰데요. 앞으로는 조금씩 활동을 늘려 나가려 계획하고 있고 또한 여러분들을 뵙게 될 날들에 벌써부터 설레이기도 합니다.
열심히 하겠습니다. 앞으로 많은 응원 부탁드립니다. 감사합니다.
/nyc@osen.co.kr
[사진] 유해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