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굴’에서 존스 박스(조우진 분)는 도굴꾼 강동구(이제훈 분)가 소문을 듣고 어렵사리 찾아간 인물이다. 고분벽화를 도굴하는 데 특별한 능력을 가진 존스 박사. 어떻게 보면 ‘인디아나 존스’에서 배우 해리슨 포드가 연기한 인디아나 존스를 오마주한 캐릭터이기도 하다. 하지만 조우진표 캐릭터 해석력과 표현력에 의해 완전히 새로운 인물로 탄생했다.
조우진도 앞서 선보인 영화 속 캐릭터들과 달리 밝고 가볍게 대사를 치고 빠지며 거침없이 말하고 행동하는 특별한 변신을 보여줬다. 많이 시도하지 않았던 캐릭터이기에 자신의 기준에서는 “도전이었다”는 조우진은 ‘도굴’에서 이제훈과 함께 변신이 가장 기대되는 배우다.
조우진은 30일 오후 서울 삼청동의 한 카페에서 진행된 인터뷰에서 “저는 제가 연기한 존스 박스가 얄밉게 보이지 않을지, 혹여나 보기 싫은 캐릭터로 비춰지지 않을지 걱정했는데 보신 분들이 그렇지 않다는 반응을 보이셔서 감사하다”고 말했다.
“이제 걸음마 단계라고 생각한다”는 그는 “극장에서 관객들의 웃음 소리를 들으면 조금씩 자신감을 갖게 되지 않을까 싶다. 앞으로는 ‘도굴’과 비슷한 장르나 인물에 도전해봐도 되지 않을까, 싶다. 다만 아직까지 포부라 하겠다고 말하기엔 이른 거 같다"고 겸손하게 밝혔다.
‘도굴’은 타고난 천재 도굴꾼 강동구가 전국의 전문가들과 함께 땅 속에 숨어있는 유물을 파헤치며 짜릿한 판을 벌이는 하이스트 무비. 조우진은 고분벽화 도굴 전문가 존스 박사 역을 맡았다.
캐릭터 변신에 대해 “(그간의 캐릭터와)대비를 준 인물인 거 같아서 감사하게 생각하고 있다”며 “존스 박사의 비주얼(의상 등)이 보기 싫으면 안 되기 때문에 나름대로 걱정했다. (제가 연기를)잘하고 못하고를 떠나서 호감형인지, 비호감형인지 고민을 했는데 다행히 걱정했던 반응은 없었던 거 같다”고 안심했다.
존스 박사를 해석한 과정에 대해 “감독님이 말한 사전 디렉션이 있어서 저는 허세, 허풍을 더 살려보려고 했다. 재미있는 아이디어가 있으면 사전에 감독님과 협의를 하면서 촬영했다”며 “벽화 도굴꾼의 무게를 보여주지만 빈틈이 있는 모습도 보여주고 싶었다”고 캐릭터를 설명했다.
존스 박사는 중국으로 고구려 벽화를 도굴하러 떠나기 전 멤버들에게 자신이 짠 계획을 설명하는데, 그 과정에서 큰 웃음을 유발한다.
“중고등학교 때 대형 학원에 가면 강의하는 선생님들의 호흡법을 따라하려고 했다. 제가 유튜브를 보는 게 취미인데, 최진기 선생님이 강의 중 분필을 던지는 게 인상 깊었다.(웃음) ‘저 모습을 차용하면 어떨까?’ 싶었다. 무엇보다 존스 박사의 특징은 시나리오에 디테일하게 나와 있었다. 다만 제가 선생님을 흉내내는 게 취미였는데 이번에 써먹게 됐다.”
시나리오가 탄탄했다는 조우진은 “시나리오에 제가 연기한 것의 95%~97%까지 담겨 있었다. 책이 그만큼 좋았다. 캐릭터를 구축해 나가는 데 시나리오가 가이드라인이 됐다”며 “'티키타카가 좋다'고 말씀해주시는데 시나리오를 기반으로 저희는 연기만 한 거다”라고 말했다.
조우진은 영화 ‘내부자들’(감독 우민호, 2015)로 주목받기 시작해 현재 충무로에서 다양한 장르 속 캐릭터를 맡으며 관객들과 소통 중이다. 현재는 최동훈 감독의 ‘외계인’을 찍고 있다.
그는 “저는 영화로 인사 드린지 얼마 안 됐다. 그래서 경험이 부족하다는 생각을 많이 한다”며 “최근에는 작품 전체를 보고 상대 배우와의 케미를 중시하려고 한다. 그렇게 해야 결과물이 좋다는 것을 알게 됐다. 훌륭한 선배들과 짧은 시간에 하면서 배운 거다. 이제는 나도 그런 경험치를 실천으로 옮기는 게 좋지 않을까 싶다. 그래야 노화가 아닌 성장할 수 있을 거 같다”고 말했다.
‘좋은 영향을 끼친 선배를 구체적으로 말해달라’는 물음에 “너무 많았다. 동료 배우들을 챙기는 모습, 작품에 임하는 태도 등 너무 훌륭한 배우들이 많았다”며 “제 프로필을 보면 저조차 혀를 내두를 정도로 엄청난 선배 배우들과 함께 했다. 어느 한 분만 꼬집어 밝히긴 어려울 거 같다. 모두의 업적이나 커리어가 크다”고 했다.
“이번 작품을 통해 도전 의식이 생겼다. 다른 작품보다 영화적 콘셉트가 많이 담겨 있지 않나. 모험 어드벤처물에 콘셉트가 담겨 있는, 설정 가득한 인물은 저로선 또 다른 도전이라고 생각했다. 그래서 불안한 마음에 일종의 도전 의식 같은 게 있었다. 그래서 그런지 착장부터 꼼꼼하게 감독님과 상의를 했다."
코믹 연기의 대가인 임원희에 대해 그는 “선배님이 희극을 정말 잘 하신다. 희극을 잘 하시는 분들이 비극도 잘 하신다. 정통 드라마에선 선배님이 과연 어떤 연기를 보여주실지 궁금하다”고 말했다.
윤 실장 역의 배우 신혜선을 놓고 “표현력이 섬세하다"고 칭찬한 조우진은 “진심에서 우러나온 정말 자연스러운 연기를 보여줘서 현장에서도 놀랐다. 신혜선이 맡은 캐릭터 또한, 감정이 바뀌고 생각이 바뀌는데 미세하게 해내는 모습을 보고 사람의 마음이 변하는 감정의 맛을 지켜보는 재미가 있다고 느꼈다”고 칭찬했다.
많은 작품에 연이어 출연하며 지치진 않았는지 물었다. “피곤할 때도 있지만 힘들어하면 안 될 거 같다. 불과 몇 년 전만 해도 제가 작품이 없어서 헤맸지만 초심을 잃고 싶지 않다. 갈수록 영화 촬영을 하는 것도, 개봉을 하는 것도 자꾸 어려워지는데 이럴 때일수록 연기를 잘하기 위해서 멋진 장면을 만들어내기 위해서 일조하는 게 낫지 않을까 싶다”는 가치관을 드러냈다.
가까이에서 본 그는 ‘도굴’ 속 존스 박사와 비슷한 분위기를 풍겼지만 생각만큼은 누구보다 진지했다.
“앞으로 더 열심히 잘해야겠다는 생각이다. 제 커리어에 비해 과한 표현이지만 사명감을 느끼고 있다”는 마음을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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