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드 '체르노빌'을 얼마전 완주했다. 금세기 최고의 걸작이라는 입소문은 과장이 아니었다. 주위에서 워낙 많은 추천을 들었기에 막상 뚜껑을 열었을 때 실망을 느낄까 걱정했다. 결과는 기대 이상이었다. 요즘 말로 양손 엄지척이랄까.
'체르노빌'에 대한 리뷰 글은 다음 기회로 미룬다. 이번 칼럼에서 다룰 주제는 원전이나 미드가 아닌 때문이다. 오랫동안 벼르고 별렀던 드라마 '체르노빌'을 본 채널은 '왓챠' 서비스다. '체르노빌'을 보기 위해서 새로 가입했다. 인터넷 검색 결과, 국내에서 제대로 이 드라마를 접할 수 있는 방법은 '왓챠' 뿐이었다. 그럼 이 칼럼의 목표가 '왓챠' 홍보냐고 물으신다면 그것도 아니라고 답하겠다.
직업이 연예기자인 탓에 집에서 다양한 플랫폼의 여러 채널을 구독하느라 엔터테인먼트 콘텐츠 소비에 꽤 많은 돈을 들이고 있다. 본방 사수를 못한 TV 작품이나 극장에서 보지 못한 영화들을 집에서라도 모니터하기 위해서다. 인터넷 서비스를 KT에서 SK로 바꾸면서 계열사 서비스 BTV를 이용한지 꽤 됐다.
특정 통신사 계열의 인터넷과 IP TV를 이용해야 요금 할인 혜택이 크다는 판단에서다. 하지만 정말 양질의 서비스를 받고 있는 것인지, 아니면 호갱 노릇을 하고 있는지는 정확히 따져볼 필요가 있다. IP TV의 요금제에서 중급 이상을 택하면 통신사 연계 가족 할인(기자는 4인 가족)을 다 받아도 기본요금 2만원에 육박한다. 국내 엔터 콘텐츠의 부가판권 시장을 생각한다면 감수할만한 금액이다.
문제는 콘텐츠 과금이다. 해외 유명 드라마들의 몇 개 시즌을 정주행하면 수 십만원 고지서를 받아야 한다. 국내 지상파나 케이블, 종편의 인기작들을 다시 보려고 각각 월정액 상품에 따로 가입하는 건 덤이다. 빈약한 무료 영화 코너를 이리 뒤지고 저리 뒤지다 선택하는 게 또다른 월정액 프리미어 영화 서비스란다. 최신 영화는 수 년 전 월 4400원에서 이제 할리우드 블록버스터의 경우 1만원대 중반까지 훌쩍 치솟았다. 극장들이 영화 요금 1000원 올리느라 국민 눈치를 보던 시절이 엊그제인데, IP TV들의 경우 염치는 작고 배짱은 크다.
기본료 내고도 웃돈 얹는 방식의 국내 IP TV 과금제는 늘 나를 괴롭혔다. 여기에 과거 이 칼럼에서 다뤘듯이 내돈내산 컨텐츠를 보면서 강제로 광고까지 매회 똑같은 걸 봐야하는 고문은 도저히 이해 불가였다.
넷플릭스를 시작으로 아마존에 왓챠까지, 3개의 월정액 채널에 가입하면서 과감히 B TV를 해약했다. 지상파 TV 시청은 다소 귀찮아도 안테나 선을 연결하는 것으로 해결 끝. 구글도 스마트 TV 이용시 국내에서 가입 가능하지만 IP TV와 똑같은 과금 방식이라 패스했다. 콘텐츠 구성도 시원찮다.
혹자는 이런 식으로 넷플릭스가 가입자 영역을 빠르게 넓혀가면 종국에 독과점의 폐해에 휩쓸릴 것으로 우려하고 있다. 국익에 끼치는 악영향도 무시할 수준이 아니다. 유튜브와 구글, 넷플릭스 등이 이 땅에서 엄청난 돈을 쓸어가며 세금은 쥐꼬리만큼 낸다는 경제면 보도가 자주 나오는 현실이니까. 국내 통신망을 똑같이 이용하면서 엉뚱하게 국내 IT기업들이 역차별을 받는 현실도 안타까운 건 사실이다.
그렇다고 소비자 서비스 개선은 뒷전에 두고 이익을 보전하는 방식은 구시대적 발상이다. 넷플릭 독과점 우려를 깨고 싶으면 왓챠처럼 소비자 지향의 정책으로 대응하기를 바란다. 1990년작 미드 '트윈픽스'에 달린 시청자 댓글이 참고되지 않을까 싶다. "정말 보고 싶던 드라마를 찾아서 올려줘 고맙다"라고. 수 백 수 천억원 들여서 독점 콘텐츠를 만들 욕심은 못내더라도 이런 깨알 서비스에 소비자는 감동하기 마련이다. 아쉽게도 데이비드 린치의 '트윈픽스'는 기자 취향과는 맞지 않았다. 컬트는 늘 어렵고 심란하다.
첨언 : 국내 IP TV가 소비자를 위해 개선해야될 3가지 문제점을 요약하면 이렇다. 1. 기본료 외 웃돈 과금 2. 내돈내산 콘텐츠에도 강제 광고 3. 콘텐츠 업로드 취약 mcgwire@osen.co.kr
<사진> '체르노빌' HBO 제공 '트윈픽스' 나무위키 캡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