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고의 후배로 기억할게, 지선아 고마웠고 행복하고 사랑해". 코미디언 김영철이 라디오에서 세상을 떠난 후배 개그우먼 고(故) 박지선의 생전 목소리와 인연을 공개하며 눈물을 보였다.
3일 오전 방송된 SBS 라디오 파워FM '김영철의 파워FM(이하 철파엠)'은 '그리운 사람에게 띄우는 아침 음악회' 특집으로 꾸며졌다. 평소 '철파엠'은 '철업디(cheer up dj)'라 불릴 정도로 아침부터 쾌활한 에너지를 발산하던 DJ 김영철의 유쾌함으로 가득 찼던 터. 그러나 이날 만은 달랐다. 보는 라디오 없이 다소 차분하게 진행된 것. 하루 전 세상을 떠난 박지선을 추모하기 위해서였다.
박지선은 과거 '철파엠'에서 코너 '수지 본색'에 고정 패널로 출연한 바 있다. 당시 그는 선배 코미디언 김영철은 물론 청취자들에게 건강한 메시지와 웃음을 선사하며 호평받았다. 이에 '철파엠' 청취자들도 박지선의 갑작스러운 비보에 황망함을 표현하며 애도 메시지를 보내왔다.
김영철은 "사실은 '수지 본색'으로 박지선 씨가 재기 발랄하게 1m 앞자리에서 읽어준 그때가 생각이 난다. 지선 씨 특유의 의상이 자꾸 눈에 아른거린다"며 울컥했다. 이어 "김애란 작가 소설 좋아한다고 작가님 책을 얘기한 게 1년 반도 더 됐다. 그 모습이 생각난다"고 설명하며 "오늘(3일)은 참 쉽지가 않다. 코너 했다가 다시 돌아왔다가 그러고 있다. 많은 개그맨 후배, 선배들 다 비슷한 마음이 아닐까 싶다"고 결국 눈물을 보였다.
이어 많은 청취자들이 박지선의 생전 목소리를 요청했다. '철파엠' 측은 박지선과 김영철의 목소리가 담긴 과거 녹음 파일을 공개했다. 과거 방송에 생생하게 담긴 박지선의 목소리와 청명한 웃음소리가 고인에 대한 그리움을 더했다. "라디오 최초로 NG를 냈다"며 너스레를 떠는 박지선의 목소리가 생생한 상황. 다시는 들을 수 없는 목소리라는 사실이 안타까움을 자아냈다.
이에 김영철은 "이날이 참"이라며 당시 방송을 추억했다. 그는 "이 목소리를 이제 들을 수 없다고 하니까"라며 쉽게 말을 잇지 못했다.
울먹이며 힘겹게 목소리를 다잡은 그는 "지선이 참 힘든 얘기, 아픈 얘기 잘 안 하는 스타일이다. 오늘 제가 느끼는 건 누군가에겐 엄살이겠지만 아프고, 힘든 얘기들 많이 했으면 좋겠다. 우리가 못 알아차릴 수도 있으니 더 많이 표현하는 하루 됐으면 한다"고 덧붙였다.
끝으로 '철파엠' 측은 "여러분 항상 행복하시고 건강하세요, 밝게 인사하고 저는 가야죠. 항상 저도 여러분과 같은 청취자 입장에서 철업디와 함께 하겠습니다"라던 박지선의 마지막 '철파엠' 출연 당시 목소리를 공개했다. 이에 김영철은 "마지막으로 영상을 듣는데 안 믿긴다"며 다시 한번 더 눈물을 보였다.
그는 "8월 15일 박성광 결혼식이었다. 지선이가 얼굴이 안 좋아 보여서 '왜 이렇게 아파 보여', '조만간 빨리 낫고 연락 줘'라고 했던 게 마지막 문자였다. 두 달 반 전이었다. 라디오를 함께 하면서 힘든 얘기도 잘 안 하고 아픈 얘기도 안 했다. 난 지선이에 대해 모르고 있는데 작별을 해야 하니 미안하다. 아주 특이하고 특별하고 기발하고 많이 웃겼던 지선이 인데. 우리 머지않아 조만간 만날 것 같았는데 너무 빨리, 왜 그렇게 일찍 갔나 싶어서 저 포함한 성광이, 영진이, 송은이 누나 등등 많은 선후배 분들이 힘들어한다. 같이 '개그콘서트' 함께 한 분들이 많이 우울해한다. 어떡하냐. 문득 '지선아 오늘 놀 건데, 선배님 저 갈게요'라고 한달음에 달려와준 지선이가 생각이 많이 날 것 같다. 내 최고의 후배로 박지선 영원히 기억할게. 지선아 고마웠고 행복하고 사랑해"라고 말했다.
※ 우울감 등 말하기 어려운 고민이 있거나 주변에 이런 어려움을 겪는 가족·지인이 있을 경우 자살 예방 핫라인 ☎1577-0199, 희망의 전화 ☎129, 생명의 전화 ☎1588-9191, 청소년 전화 ☎1388 등에서 24시간 전문가의 상담을 받을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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