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산부 역할=최고의 선택"…'애비규환' 정수정, 냉미녀 NO 열정甲 배우 [인터뷰 종합]
OSEN 심언경 기자
발행 2020.11.05 14: 30

"대중이 생각하는 것만큼 '냉'은 아니에요. 하하."
정수정은 5일 서울 종로구 소격동의 한 카페에서 진행된 영화 '애비규환'(감독 최하나, 제작 아토ATO모토MOTTO, 배급 리틀빅빅처스) 인터뷰에서 이같이 밝혔다.
'애비규환'은 똑 부러진 5개월 차 임산부 토일(정수정 분)이 15년 전 연락이 끊긴 친아빠(이해영 분)와 집 나간 예비 아빠 호훈(신재휘 분)을 찾아 나서는 설상가상 첩첩산중 코믹 드라마. 오는 12일에 개봉된다.

극 중 정수정은 남자친구 호훈과 뜨거운 로맨스를 즐기던 중 덜컥 임신을 하게 된 대학생 토일로 분한다. 토일은 임신 사실을 알고 곧바로 출산 후 5개년 계획을 세울 정도로 야무진 구석이 있는 인물이다.
정수정은 스크린 데뷔작 '애비규환'을 통해 임산부 역할을 맡게 됐다. 첫 영화부터 특수한 설정이 가미된 캐릭터를 택했다는 것이 흥미롭다. 배우 본인 역시 부담되지 않았을지 궁금하다.
정수정은 "스크린 데뷔작으로는 최고의 선택인 것 같다"고 운을 뗐다. 이어 "첫 영화이긴 하지만 그렇게 의미를 많이 부여하지 않았다. 연기를 계속 해왔으니 그냥 다른 작품이라고 생각하고 임했다"고 밝혔다.
정수정이 '애비규환' 출연을 결심한 이유는 대본이었다. 정수정은 "처음 임산부라는 캐릭터를 접했을 때는 놀랐다. 부담도 됐었다. 그런데 대본을 읽고 나서는 한 번에 하겠다고 했다. 재미있어서 하나도 걱정이 안 됐다"고 말했다. 
그러나 임산부로 분하는 것은 녹록지 않은 작업이었다. 정수정은 "(임산부 분장을 위한) 벨트를 하니까 진짜 임산부가 된 것 같았다. 행동이 자연스럽게 나왔다. 다리를 꼬기도 모으기도 힘들고 정말 임산부처럼 행동하게 되더라. 최대한 가볍게 한 거였지만 촬영할 때 여름이어서 더웠다. 그래서 땀이 많이 났다"고 회상했다.
정수정은 임산부 역할을 보다 더 완벽하게 소화하기 위해 다이어트도 중단했다. 정수정은 "미팅을 할 때는 다이어트를 하고 있었다. 그런데 (감독님이) 안 된다고 하시더라. 그래서 감독님이랑 잘 먹으러 다녔다"며 "일부러 한 가지 음식을 먹지는 않았다. 밥 먹고 디저트 먹고 밥 먹고 디저트 먹고 했던 것 같다. 하루에 두 끼를 먹는데 그 때는 세네 끼를 먹었다"고 전했다. 
2010년 시트콤 '볼수록 애교만점'을 시작으로 배우의 길을 걷기 시작한 정수정은 '하이킥, 짧은 다리의 역습' '슬기로운 감빵생활' '써치' 등에 출연했다. 아이돌 출신 배우라는 편견을 깨는, 스펙트럼 넓은 필모그래피다. 
정수정은 "다양한 직업을 할 수 있다는 게 큰 매력인 것 같다. 언제 제가 군인이 되고 임산부가 돼보겠나"라며 "내가 아닌 다른 사람을 살아가는 것, 그 사람을 연기했을 때 나오는 내 모습이 어색하면서도 신기하면서도 어울리는 것도 같고. 되게 복합적이다"라며 연기에 대한 애정을 내비쳤다.
이어 독특한 캐릭터로 가득한 연기 이력에 대해 "일부러 '남다른 캐릭터를 해야겠다' 이런 생각을 했다기 보다는 다 제가 본능적으로 끌렸던 작품이나 캐릭터였다. 생각해 보면 제가 새로운 걸 원하는 것 같다. 그래야 안 질리고 재미있게 할 수 있다. 저도 제가 도전하는 사람인 줄 몰랐는데 필모그래피를 보면서 특이하다고 느꼈다"고 얘기했다. 
정수정은 그룹 에프엑스의 크리스탈로도 잘 알려져 있다. 그의 음악도 많은 사랑을 받았던 만큼, 향후 가수 활동에 대한 계획은 없는지 관심이 쏠린다. 정수정은 "(가수 활동에 대해) 항상 오픈인 것 같다. 연기도 안 하려고 했다가 한 게 아니고 하려고 했는데 못 했던 것도 아니다. 저는 가수를 했었고 그것도 제 일부분이기 때문에 언제나 다시 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크리스탈을 좋아해주시는 팬분들도 있기 때문에 버리려고 하지 않는다"고 했다.
올해로 27살인 정수정은 벌써 데뷔 12년 차를 맞았다. 정수정은 "12년 같지가 않다. '오래 했는데 아직 20대네'라는 생각도 들고. 빨리 데뷔해서 다행이라고 생각한다. 그만큼 얻은 것도 많다. 나쁘게 생각하지 않는다. 빨리 성숙해진 것도 있는 것 같다"고 소회를 전했다.
그러면서 정수정은 "저는 아직도 제가 10대 같다. 지금 제가 27살인데 어렸을 때 27살은 너무 어른 같았다. 그런데 제가 돼보니까 그냥 똑같이 틴에이저 같더라. 아직도 성장 중인 것 같다. 그런 계기로 성장한 것보다는 계속 알게 모르게 성장하는 것 같다"고 덧붙였다. 
정수정이 그간 단단히 연예계에 뿌리를 내릴 수 있었던 데에는 언니 제시카의 역할도 컸다. 정수정은 "가족인데 같은 일을 하는 게 이렇게 큰 힘이 될 줄은 저도 어렸을 때 몰랐다. 언니도 몰랐던 것 같다. 아무리 같은 직업을 가진 친구가 있다고 해도 가족만큼 이해해주는 사람은 없지 않나. 그런 게 제일 좋다. 저는 언니 덕분에 편하게 생활한 것 같다"고 밝혔다.
정수정의 성장통은 현재진행형이다. 정수정은 대중의 평가에 대해 "기본적으로 만족하는 성격이 아니다. 욕 먹는 건 마음의 준비를 하고 있다. 하지만 정신건강을 위해 안 보려고 한다. 그래서 스스로 보고 '이거 고쳐야겠다'라고 생각하는 식으로 보완해나가려고 한다. 평가가 큰 영향을 주진 않는다"고 말했다.
또한 정수정은 자신을 둘러싼 '냉미녀' 이미지에 대해 "그 또한 나다. 일부러 그렇게 만든 건 아닌데 그렇게 봐주시지 않나. 저는 그거에 대한 불만도 없고, 없애고 싶은 생각도 없다"라고 전했다. 이어 "대중이 생각하는 것만큼 '냉'은 아닌 것 같다"고 덧붙여 웃음을 자아냈다.
이날 만난 정수정은 어느덧 작품에 대한 책임감을 지닌 배우로 자라 있었다.  "책임감은 어렸을 때부터 있었다. 한 번 시작한 일은 잘 해내야 하고 그런 성격을 지닌 것 같다"며 "'애비규환'이 토일이 이야기이지 않나. 사람들이 봤을 때 잘 받아들여지려면 내가 잘해야 한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딥하게 생각하지는 않았다"고 얘기했다.
정수정의 향후 목표는 무엇일까. 정수정은 "목표나 꿈을 물어보면 항상 대답을 못한다. 정해놓지 않았다. 저는 항상 그때 그때 하려고 한다. 내 앞에 주어진 것을 잘하려고 한다. 자연스럽게 흘러가듯이 살아왔다. 내가 좋은 작품을 계속하고 그게 쌓이면 믿음직스러운 사람, 배우, 가수가 되지 않을까 생각을 많이 한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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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에이치앤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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