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시대의 태일이에게 큰 힘이 됐으면 합니다."
9일 영화 '태일이'(감독 홍준표) 온라인 제작보고회가 생중계됐다. 현장에는 명필름 이은, 심재명 대표, 이수호 전태일 재단 이사, 장동윤, 염혜란, 권해효, 홍준표 감독이 참석해 작품에 대한 이야기를 나눴다.
본격적인 제작보고회에 앞서, 이수호 전태일 재단 이사는 "전태일 50주기를 맞아서 아름다운 영화 제작사 명필름과 함께 공동제작으로 '태일이'를 만들게 돼서 무한한 영광이다. 전태일을 따르는 모든 노동자, 국민들이 이 제작에 참여하게 돼서 큰 영광이다"라고 밝혔다.
이어 "특히 코로나19 등으로 많이 지쳐 있고 힘든 때, 혼신을 다해 자신의 삶을 살았던 전태일을 다시 돌아보는 기회를 통해서 위로를 받게 돼서 더욱더 이 영화에 대한 기대가 크다. 부디 이 영화가 크게 성공해서 함께하는 모든 분들에게 힘이 됐으면 하고, 전태일이 원했던, 우리 모두가 원하는 사회로 나갈 수 있었으면 좋겠다"고 전했다.
명필름 신재명 대표는 "전태일 열사의 이야기는 언젠가 꼭 한 번 영화로 만들고 싶었다. '마당을 낳은 암탉'에 이어서 이례적으로 장편 애니메이션으로 만들게 됐다. 개봉 한두 달 전에 하는데 전태일 50주기를 맞아서 하게 됐다. 이 영화가 전 세대들에게 감동을 주는 영화로 완성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얘기했다.
'태일이'는 노동자의 권리를 위해 자신을 바친 대한민국 노동운동사의 상징적인 인물 전태일의 삶을 그린 장편 애니메이션 영화다.
홍준표 감독은 '태일이'에 대해 "'노동의 상징'이라는 모습보다는 20대 초반의 젊은 형, 동생 같은 청년 태일이의 이미지를 심어주고 싶었다. 태일이에 대해서 조금 더 이야기하는 애니메이션을 만들고 있다"고 밝혔다.
이어 "저도 큰 부담이었다. 그 시대 살아본 사람이 아니기 때문에 어떤 분위기인지 잘 모른다. 어떤 이야기를 할 수 있을지 많이 고민했다. 시나리오를 읽고 그때 근로기준법을 찾아봤다. 현재 근로기준법과 큰 틀이 다르지 않더라. 상당히 놀랐다. 저도 노동자이기 때문에 그때 당시 이야기를 재해석해보고 싶었다. 친구 같은 태일이의 모습을 끌어내고 싶었다"며 '태일이'에 참여한 배경을 전했다.
홍준표 감독이 '태일이'를 제작하면서 가장 집중한 부분은 '공간'이었다. 홍 감독은 "그때 당시 실제 모습을 구현해내는 것에 큰 어려움이 있었다. 애니메이션을 보면서 '내가 그 시대 이야기를 보고 있구나'라고 충분히 느껴지기 위해 철저하게 자료 조사를 했다. 영화를 통해 공간을 확인하시면 그 시대에 들어간 느낌을 많이 받으실 것 같다"고 자신했다.
'태일이'는 전 세대를 아우르는 대세 배우들의 목소리 출연으로 화제를 모았다. 장동윤이 청년 태일 역을 맡았고, 염혜란이 태일의 어머니 이소선 여사를 연기했다. 권해효는 비정하고 비열한 성품을 지닌 평화시장 한미사 사장으로 분한다.
염혜란은 "이 제안을 받고 배우로서 영광스럽고 기뻤지만 부담스럽기도 했다. 많은 분들이 진심으로 참여하는 작품을 함께할 수 있어서 좋다. 남은 기간도 열심히 하겠다"고 말했고, 권해효는 "작품에 누가 되지 않을까 걱정스럽지만 이러한 작품에 참여하게 되어 영광스럽다. 저에게도 전태일 열사를 돌아보는 계기가 됐다"고 밝혔다.
장동윤은 "전태일이라는 인물에 대해서 이번 영화에 참여하면서 평전을 읽어보고 많이 알게 됐다. 힘든 상황 속에서도 본인의 어려움보다 주위를 둘러보고 주위 사람들을 챙기는 따뜻한 마음이 인상 깊었다. 현대 사회에서 기록할 만한 인물을 목소리로 연기하게 돼서 영광이었다. 스스로 감사한 마음이 많이 들었다. 정말 기꺼이 참여하고 싶었다"고 말했다.
이어 '태일이'에 임한 자세에 대해 "전태일 하면 흔히 생각하는 이미지의 이야기가 아니라 전태일의 생애를 거쳐서 인간 전태일로서 삶을 조명한다는 점에서 좋았다. 전태일 열사가 실제로 글도 되게 잘 쓰시더라. 썼던 글들을 읽으면서 공감되는 부분도 많고, 어떤 고민들을 해왔고 어떤 아픔을 가졌는지가 잘 느껴졌다. 인간적인 차원에서 목소리 연기할 때 염두를 두고 해야겠다고 생각했다"고 얘기했다.
염혜란은 이소선 여사를 연기하면서 중점을 뒀던 부분으로 '따뜻함'을 꼽았다. 염혜란은 "이번 기회에 책을 찾아보고 읽어봤다. 저희 어머니처럼 많이 고생하셨더라. 특히나 많은 고생을 하셨고 가장 노릇까지 하시면서 듬직하고 따뜻한 청년 태일이를 항상 믿고 사랑하셨던 분이더라. 그런 따뜻함을 생각하면서 연기했다"고 했다.
주로 선역으로 브라운관과 스크린을 오갔던 권해효는 '태일이'에서 악역을 맡았다. 권해효는 "실제로 이소선 어머니를 자주 뵀었다. 그러면서 정작 전태일 세 글자에는 먼 인물이었다. 그 시대의 가해자 역할을 맡게 됐지만, 당시 노동 환경의 피해자이기도 한 것 같다. '저 사람도 저 사람대로 이유가 있을 거야'라고 생각했다"고 밝혔다.
장동윤은 전태일의 삶을 이해하기 위해 공감을 우선했다. 장동윤은 "저는 그 시대와 많이 차이가 나는 어린 나이다. 그래서 오히려 더 가깝게 그 시대를 겪어봤던 부모님한테 많이 여쭤봤다. 어머니도 전태일 평전을 활발히 읽는 세대였다고 하시더라. 과거의 시대상이라고 생각하기보다, 가깝게 공감할 수 있는 것을 많이 떠올렸다. 불과 10년 전쯤 제가 고등학교 졸업하고 나서도 아르바이트를 많이 했었다. 백화점 도어맨, 편의점, 택배 상하차 등을 해봤다. 그런 거 할 때 내가 비슷한 환경이었다면 어땠을까 생각하는 게 많이 도움이 됐다"고 전했다.
심재명 대표는 애니메이션화된 인물들과 배우들의 싱크로율을 자신했다. 심 대표는 "싱크로율은 100%다. 배우들을 예상한 듯이 똑같다"고 말했고, 배우 모두 애니메이션 캐릭터에 대한 만족감을 드러냈다.
끝으로 홍준표 감독은 "작업도 많이 진행됐고, 끝을 바라보고 있다. 저를 비롯한 아티스트들이 고생해서 진심으로 만들고 있다. 배우들도 진심으로 이 작업에 참여해줘서 감사하다. 단순히 작품으로 끝나는 게 아니라 이 시대의 태일이에게 큰 힘이 됐으면 한다"고 밝혔다. 장동윤은 "인간 전태일의 모습을 따뜻하게 잘 그려냈고 큰 울림이 있는 영화가 될 수 있다고 생각한다. 많은 사랑과 관심 부탁드린다"고 당부했다.
'태일이'는 오는 2021년 개봉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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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명필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