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족간의 이야기, 사람들의 따뜻한 소통에 대한 이야기를 하고 싶었다.’
영화 ‘이웃사촌’(감독 이환경)이 11일 오후 서울 용산구 CGV 용산아이파크몰에서 진행된 언론시사회를 통해 처음으로 공개됐다. 배우 오달수의 2년만의 복귀작인 만큼, 이날 기자간담회에 참석한 오달수에 많은 관심이 쏠렸다.
‘이웃사촌’은 좌천 위기의 도청팀이 자택 격리된 정치인 가족의 옆집으로 이사를 가게 돼 낮이고 밤이고 감시하며 벌어지는 이야기를 담았다.
이번 작품으로 7년 만에 돌아온 이환경 감독은 “7자와 인연이 많은 것 같다. ‘7번방의 선물’ 이후 7년 만에 내놓는 영화라 관객들에게도 죄송하고, 오랜 기다림 속에 나온 영화라 긴장도 되고 많이 떨린다. 설레기도 하고 그렇다. 오달수 선배님께도 내 옆에 꼭 계셔 달라고 몇 번 씩이나 부탁을 드렸다. 그러면서 오달수 선배님도 많은 힘을 받고 나오셨다”라고 복귀 소감을 말했다.
이환경 감독은 ‘7번방의 선물’에 이어 ‘이웃사촌’에서 다시 한 번 묵직한 웃음과 감동을 전한다. 누구나 공감할 만한 가족에 대한 고마움을 녹여내며 휴먼, 감동, 코미디를 모두 잡았다.
배우 오달수의 2년만의 복귀작이라는 점에서도 주목된다. 오달수는 ‘이웃사촌’으로 지난 2018년 ‘미투 파문’ 이후 처음으로 공식서상에 나섰다. 자택격리된 정치인 역할을 맡은 오달수는 특유의 유쾌하면서도 공감가는 연기로 스토리에 힘을 실었다.
먼저 오달수는 “반갑습니다. 오달수입니다. 날씨도 추워졌는데 많이 찾아주셔서 대단히 감사하다. 조금 전에 영화를 봤는데 누구보다도 마음이 무거웠다”라며, “영화를 보고 나니까 3년 전에 고생하셨던 우리 배우 분들, 감독님, 여러 스태프 분들 노고에 다시 한 번 감사하게 됐다”라고 소감을 밝혔다.
극 중 오달수는 대권의 도청 타깃이 된 정치인 이의식 역을 맡았다. 의식은 해외에서 입국하자마자 오래 전부터 자신을 견제해온 안정부 김실장에 의해 강제적 자택격리를 당하게 되는 인물로, 어느 날 옆집에 이사 온 이웃사촌 대권과 우연히 마주치며 조금씩 마음을 열게 된다.
오달수는 이의식 캐릭터에 대해서 “야당 총재, 그 이전에 한 가정의 아버지이고 일반 사람들과 전혀 다르지 않은 이웃이다. 본의 아니게 가택연금을 당하면서 가족들과 더 많은 시간을 보낼 수 있는 그런 아주 평범한, 크게 다르지 않은 인물로 다가가고 싶었다”라고 설명했다.
배우들의 ‘케미’는 이번 작품을 이끄는 큰 힘이 된다. 감시자 정우와 감시당하는 오달수의 만남은 물론, 도청팀의 김병철과 조현철도 감초 역할을 톡톡히 하며 웃음 코드를 담당했다. 진심이 묻어나는 정우의 눈빛 연기 또한 영화를 이끌어가는 힘이다.
극 중 정우는 가족의 생계를 책임져야 하는 도청팀장 대권 역을 맡았다. 안정부 김실장(김희원 분)의 좌천위기를 이겨낼 절체절명의 미션을 받고 마지막 기회를 잡기 위해 자택격리된 정치인 가족의 일거수일투족을 감시하게된 인물이다.
정우는 “대권이라는 캐릭터가 처음에는 굉장히 냉철하고 차갑고 가부장적인 딱딱한 캐릭터인데, 점차 옆집 이웃을 통해서 조금씩 사람 냄새 나는 인물로 변해간다. 그 모습들의 폭이 커서 처음과 마지막은 아예 갑옷을 벗은 듯한 사람 냄새 나는 그런 인물이 되길 바라고 연기했다”라고 밝혔다.
정우와 오달수 뿐만 아니라 김병철과 조현철, 김희원 등이 씬스틸러로 시선을 사로잡는다. 김희원은 악역을 맡아 특유의 내공 있는 연기를 보여줬다. 김희원은 “내 생각은 블랙 코미디를 많이 원했다. 어떻게 하면 악당이 웃길까라는 생각을 많이 했다. 너무 악하게만 한 게 아닌가라는 생각이 든다”라고 말했다.
김병철도 “국가정보기관에 근무하는 사람인데 좀 허술해 보이는 구석이 있어서 과연 이런 사람이 그런 기관에서 계속 근무할 수 있을까 생각하면서 연기했다. 좀 허술한 면과 그게 너무 과하지 않게 잘 선을 잡아야겠다는 생각을 하면서 연기했다”라고 말하며 캐릭터에 대한 애정을 드러냈다.
또 극 중 이의식의 딸 은진 역을 맡은 이유비는 “가족을 많이 사랑하고 아빠를 많이 생각하는 착한 딸이지만, 강단이 있는 결정을 내릴 줄 알고 생각이 깊고 그런 캐릭터여서 중점을 두려고 했다”라고 설명했다.
극 중 정우가 연기한 대권은 내적인 변화가 큰 인물인 만큼 감정신이 많았다. 정우 특유의 자연스러운 연기가 대권의 감정신에서 잘 살아났다.
정우는 “대권이란 캐릭터 자체가 워낙 감정의 기복도 있고 감정신도 많았다. 대본을 보면서 내가 이 캐릭터를 잘 소화할 수 있을까 싶었다. 하지만 시나리오와 캐릭터가 너무나 욕심이 났다. 배우들이 카메라 앞에 서면 외롭다는 이야기를 참 많이 들었었다. 매번 작품할 때마다 혼자 맞서야 하는 순간들이 있더라. 이번 작품에도 그런 순간들이 좀 있었다. 그런데 새로운 경험을 했다. 나의 마음을 이해해주는 달수 선배님, 현장에 가면 내가 어떻게 연기해도 받아주는 희원 선배님, 같이 어깨동무 하면서 하는 병철이 형도 있었다”라고 말하며 동료들에게 고마워했다.
이어 정우는 “그 중심에는 이환경 감독님이 정말 큰 힘을 주셨다. 내가 심적으로 힘들어하거나 고민이 넘어서서 너무 힘겨워하는 모습을 볼 때면 항상 현장에서 모든 것을 내려놓고 정말 편안한 마음으로 연기할 수 있게 잘 지휘해주셨다. 배우로서 참 경험하기 쉽지 않은 감독님과의 협업, 작업, 그런 귀한 경험을 한 것 같다. 오랜만에 완성된 영화를 보니까 그때 당시에 느꼈던 감정들이 고스란히 전해지는 것 같아서 참 감사한 마음도 있고 뿌듯한 마음도 있고 여러 가지 복합적인 생각이 들었다”라고 덧붙였다.
이에 오달수는 호흡을 맞춘 정우에 대해서 “물론 배우들이 역할을 맡으면 그 배역을 소화해 내기 위해서 많은 노력들을 하고 당연히 그래야 한다. 나는 지금까지 이렇게 같이 연기해본 배우들 중에서 정우 씨처럼 열심히 하는 배우 잘 못 봤다. ‘왜 이렇게 열심히 하지?’ 그럴 정도였다. ‘왜 우니?’ 할 정도로 감정도 너무 풍부하다. 후배지만 정말 좋은 배우라고 생각한다”라고 칭찬했다.
‘이웃사촌’은 1985년을 배경으로 하고 있는 만큼 당시의 실존 인물과 실제 사건에 대한 관심으로 이어진다. 그렇지만 이환경 감독은 무엇보다 가족간의 사랑, 두 남자의 우정, 그리고 소통에 대한 중요성을 강조했다. 정치드라마보다는 가족 영화, 사람들간의 소통을 편안하게 보여주고 싶었다는 것.
이환경 감독은 “1980년대 아이러니한 시대에 대해서 자택격리를 통해서 보여주려고 했다. 가족간의 사랑, 두 남자의 우정에 초점을 맞추면서 시나리오를 썼다. 80년대 정치적인 상황을 조금이나마 들여다 보지 않을 수 없었다. 그때 당시의 경제, 정치, 문화 이런 것들을 다 보다 보니까 자연스럽게 내 머릿 속에서 투영되고 있었다. 그런 이야기를 하려고 한 것은 아니었다. 가족간의 이야기, 사람들의 따뜻한 소통에 대한 이야기를 하고 싶었다”라고 밝혔다.
이어 “그때 당시의 정치하고는 전혀 다른 내가 느끼는 감정에서의 시나리오가 움직였고 현장에서 디렉션을 하면서 나왔다. 염두에 두면서 가려고 했던 것은 아니고 그런 생각들이 많이 투영되지는 않았다. 이 드라마와 영화를 보는 분들이 그 느낌으로 보면 덜 느낄 수 있어서 교감과 소통에 대한 이야기로 봐주셨으면 좋겠다는 마음”이라고 설명했다.
마지막으로 이환경 감독은 “사실 나는 ‘7번방의 선물’의 업그레이드 버전으로 나왔으면 좋겠다, 그렇게 많은 분들과 호흡할 수 있는 영화였으면 좋겠다는 마음으로 작업했다. 내 마음 같아서는 답답하고 허탈하고 힘들고 외로운 많은 관객들이 백신을 맞듯이 보시면서 즐겁게 편안하게 보실 수 있는 해피한 영화로 보여줄 수 있으면 좋겠다는 바람이 있다”라고 바람을 전했다.
‘이웃사촌’은 오는 25일 개봉된다. /seon@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