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드시 ‘전곡재생’을 권유하고 싶다. 1번트랙부터 12번트랙까지 잠시도 흐트러짐 없이 ‘정주행’ 할 수 있다. 참신하면서도 진정성 있는 가사, 다양한 장르, 곡의 반전 등이 어우러져 ‘명반’을 완성한 것. 바로 위너 송민호의 솔로 정규 2집 ‘TAKE’다.
지난 10월 30일 발표된 송민호의 ‘TAKE’는 앨범명처럼 12개의 테이크가 모여 한 편의 영화를 탄생시켰다.
이에 따라 타이틀곡 ‘도망가’를 비롯한 수록곡들을 차례로 들어보면 송민호가 곡 배열순서부터 얼마나 고심했는지 짐작할 수 있다. 특히 송민호가 직접 작사, 작곡한 수록곡 모두 높은 완성도를 자랑하는 만큼 타이틀곡 선정은 더욱더 어려웠을 것으로 보인다.
#다양한 곡장르 변주
송민호하면 단연 힙합이다. 이번에도 송민호는 힙합을 베이스로 앨범을 완성했는데, 흥미로운 점은 다양한 장르를 녹여냈다는 것이다.
‘Ok man’ ‘Love and a boy’으로 센 힙합을 들려준 송민호는 ‘어부바’ ‘펑’에선 좀 더 유연하게, ‘도망가’ ‘이유없는 상실감에 대하여’에선 감성을 자극한다. 여기에 ‘Wa’로는 몽환적인 분위기를 안겼으며, ‘하고싶어’에선 섹시함을 가득 뽐냈다.
무엇보다 송민호는 여러가지 악기 사운드, 색다른 매력의 멜로디를 풍성하게 활용해, 듣는 재미를 배가시켰다. 모두 송민호가 참여한 곡이 맞나 싶을 정도로 곡마다 다른 재미포인트들을 넣었다.
곡의 변주 역시 신선하면서도 과하지 않게 시도했다는 점도 박수를 보내고 싶은 부분이다. ‘Click/Han river view’에선 독립적인 두 곡을 섞어 하나의 새로운 곡으로 탄생시키는 하이브리드 리믹스를 꾀한 만큼, “클릭”하면 완전히 반전되는 곡의 분위기가 압도적이다.
이 같은 송민호의 시도는 자칫하면 부담스럽거나 지나치게 느껴질 수 있을 터. 하지만 송민호는 영리하게 적당한 균형을 이뤄내면서 트렌디함과 본인의 음악적 역량을 적절히 섞었다.
또한 피처링진의 활용법도 돋보인다. ‘Wa’의 자이언티는 대중에게 널리 알려진 보컬적인 부분보다 랩적인 요소를 살리는가하면, DPR LIVE는 원더걸스 ‘텔미’ 부분을 인용해 ‘인생벌스’로 꼽을 법한 랩을 들려준다.
바비도 빼놓을 수 없다. MOBB 활동 후 4년만에 송민호와 협업한 바비는 ‘Ok man’을 통해 위트 넘치면서도 당당한 자신감을 과시한다.
#진정성 있는 가사
이번 앨범은 가사에서도 송민호의 성숙해진 면모와 센스가 가득 느껴진다. 억지로 라임을 끼워맞춘 것 같지 않은 느낌이 독보적. 마치 일기를 써내려가듯 진솔한 가사가 곡 군데군데 느껴진다.
또한 “고봉밥 같은 재떨이” “너를 몇번 접어 주머니” 등 친숙하면서도 신선한 비유법도 돋보인다. ‘교보문고’는 곡명 자체부터 궁금증을 자극하더니 송민호의 비유법이 정점을 찍었다.
이와 함께 송민호는 ‘하고싶어’에선 직설적으로 섹시한 면모를 드러내는가하면, ‘펑!’에선 쌍코피, 우주를 넘나들며 그림을 그리는 듯 감정을 풀어냈다. 가사 속 ‘><‘ 표기도 포인트.
‘Click/Han river view’ ’Sunrise’ ‘이유 없는 상실감에 대하여’에선 송민호의 고독함, 외로움이 절절히 느껴진다. 여기에 ‘도망가’에선 지독한 사랑을 한 듯한 감성이 공감도를 더한다. 그럼에도 지나치게 오그라들지 않는 송민호의 담백한 창법과 표현법이 어우러져 더욱 깊게 와닿는다.
#고품격 비주얼
송민호는 패션과 미술로도 정평이 나있는 만큼 이번 앨범은 비주얼적으로도 높은 완성도를 자랑한다. 이번에 송민호는 ‘TAKE' 티저 콘텐츠부터 3D 스캔 촬영을 활용하는 등 음악만큼 시각적 즐거움을 다채롭게 만들었다.
무엇보다 '도망가' 뮤직비디오는 잠시도 눈을 뗄 수 없다. 여러가지 특수효과가 어우러진 이번 뮤직비디오는 송민호의 진정성과 조화를 이루며 예술 그 자체다. 거센 파도에 도망치는 장면, 발 없이 도망치는 신발 장면 등이 인상적. 위트 넘치는 신체변형 구사에 탁월한 미셸 공드리의 영화를 떠올리게 만든다. 뿐만 아니라 송민호는 자신의 시그니처가 된 해바라기 꽃을 등장시키는가하면, 강렬한 스타일링과 함께 열연을 펼친다.
이에 힘입어 송민호는 보기도 듣기도 좋은 앨범을 탄생시켰다 송민호만의 위트, 독창성-상상력, 진솔함이 합쳐져 그야말로 명반을 완성시킨 것이다.
이처럼 아티스트란 단어가 너무나 잘 어울리는 송민호. 그는 이번 앨범으로 자신의 필모그래피에서 가장 뜨거운 ’TAKE’를 찍게 됐다. /misskim321@osen.co.kr
[사진] YG엔터테인먼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