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즌 종료 후 보름이 지났지만 한화의 감독은 여전히 공석이다. 정중동 행보 속에 조금씩 새 감독 후보의 윤곽이 드러나고 있다.
시즌을 마친 뒤 벌써 2개팀이 감독 교체를 완료했다. 정규시즌 최종전이었던 지난달 30일 염경엽 감독이 자진 사퇴한 SK는 일주일 뒤인 지난 6일 김원형 두산 투수코치를 신임 감독으로 선임했다. 9일부터 김원형 감독 체제에서 마무리훈련을 시작했다.
플레이오프에서 2연패로 탈락한 LG는 3년 계약이 만료된 류중일 감독이 6일 사의를 표명하고 떠났다. 그로부터 일주일이 흘러 13일 류지현 수석코치를 신임 감독으로 승격시켰다. SK와 LG 모두 일주일 만에 차기 감독 선임 작업을 일사천리로 완료했다.
반면 한화는 지난달 30일 시즌 종료 후 2주가 지나도록 감독이 결정되지 않았다. 9일부터 시작된 마무리훈련은 최원호 감독대행이 지휘하고 있다. 지난 6월 한용덕 감독이 물러난 뒤 닻을 올린 최원호 감독대행 체제가 마무리훈련까지 연장된 것이다.
한화의 감독 선임 작업이 늦어진 데에는 이유가 있다. 지난 9월초 팀 내 코로나19 확진자 발생에 책임을 지고 사임한 박정규 대표이사의 후임이 결정되기까지 두 달 넘게 걸렸다. 감독 후보를 결재하고 그룹 재가를 받아야 할 대표이사의 부재로 업무가 마비됐다.
10월초 한화그룹 정기인사 때 대표이사가 결정되지 않으면서 야구계에 종사한 외부 인사 영입설이 나왔다. 실제 면접까지 본 것으로 알려졌고, 자연스럽게 경험 많은 거물급 베테랑 감독들의 이름이 오르내렸다. 과거에 한화는 김인식, 김응룡, 김성근 등 내로라하는 명감독들을 영입했다.
‘빅네임’을 선호해온 과거 분위기였다면 대표이사부터 감독까지 일찌감치 결정났을 문제. 하지만 이번에는 다르다. 한화는 지난 10일 그룹 커뮤니케이션팀 출신의 ‘브랜드·마케팅 전문가’ 박찬혁 한화생명 e스포츠단장 겸 브랜드전략 담당을 신임 대표이사로 내정했다. 2015~2017년 마케팅 팀장으로 일한 내부 인사로 구단 사정에도 밝다. 박찬혁 대표이사는 다음주 초부터 업무를 시작할 예정이다.
한화 구단 최초 40대 대표이사로 3세 경영자들이 전면에 나선 그룹 기조에 따라 젊고 신선한 감독이 발탁될 전망이다. 색깔이 강한 거물급 베테랑 감독 선임 가능성은 거의 지워졌다. 베테랑들을 대거 방출하며 팀 쇄신, 혁신에 나선 한화는 전면 리빌딩을 시작했다. 당장 성적도 외면할 수 없지만 구단 내부에선 긴 호흡으로 젊은 선수 육성에 인내를 갖고 함께할 후보를 추렸다. 최원호 감독대행 승격과 한화 출신의 외부 코치 영입이 유력한 선택지다. /waw@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