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도하는 마음"..'이웃사촌' 정우, 3년 전 연기보며 눈물 흘린 사연(종합)[인터뷰]
OSEN 선미경 기자
발행 2020.11.17 14: 39

“기도하는 마음으로 있었다.”
배우 정우(39)가 오랜만에 스크린 나들이에 나선다. 촬영을 끝낸지 3년 만에 관객들 앞에 내놓는 영화 ‘이웃사촌’(감독 이환경)을 통해서다. 영화 ‘7번방의 선무’을 통해 1280만 관객을 사로잡은 이환경 감독의 차기작으로 정우와 오달수 조합만으로도 기대를 모으고 있다.
정우는 17일 오전 서울 종로구 삼청동의 한 카페에서 영화 개봉을 앞두고 인터뷰를 진행했다. 드라마 ‘이 구역의 미친X’ 촬영으로 지방으로 오가며 바쁘게 영화 홍보 일정을 소화하고 있는 정우는 이날도 부산에서 드라마 촬영을 끝내고 막 서울에 올라온 참이었다. 정우는 미리 예상 질문을 생각해 답변까지 준비하는 꼼꼼함으로 영화에 대한 애정을 드러냈다. 

‘이웃사촌’은 좌천 위기의 도청팀이 자택격리된 청지인 가족의 옆집으로 이사를 오게 되고, 낮이고 밤이고 감시하며 벌어지는 이야기를 담은 작품이다. 영화 ‘7번방의 선물’의 이환경 감독이 7년 만에 내놓는 영화이자, 배우 오달수가 ‘미투 파문’ 이후 2년 9개월 만에 컴백하는 작품이다.
오랫동안 개봉을 기다려온 만큼 이환경 감독에게도, 배우들에게도 매우 특별한 작품이다. 정우는 가자어 먼저 이 작품에 출연하게 된 이유에 대해서 “이 작품 뿐만 아니라 매번 작품 선택을 할 때 이 작품이 어떤 이야기를 가지고 있는가, 이 작품을 봤을 때 단순하다. 작품을 하는 방식이 단순하다. 이 캐릭터에 감정이입이 됐는지, 안 됐는지가 가장 중요하다”라고 말했다. 
이어 정우는 “그 중심에는 사람에 대한 이야기, 감정적인 부분에서 공감을 가지면 흡인력 있게 시나리오를 보는 것 같다. 가장 기초가 되는 것은 시나리오다. 그 다음에 누구와 함께 하는냐다. 배우일 수도 있고, 감독님일 수도 있고, 제작진일 수도 있다”라며, “이번 작품에는 이환경 감독님이 크게 작용했다”라고 덧붙이며 이환경 감독에 대한 애정을 드러냈다.
정우와 이환경 감독은 지난 2004년 영화 ‘그 놈은 멋있었다’를 함께 작업한 바 있다. 정우는 이환경 감독과의 만남에 대해서 “연출하는 방식이 여러 스타일의 감독님이 계시다. 이환경 감독님이 2003~2004년도에 처음으로 감독님의 모습을 봤다. 그때 당시 감독이라는 위치는 굉장히 권위적이고 어려운 자리였다. 현장은 지금보다 훨씬 더한 긴장감도 있는 자리였다. 그때 당시만 해도 필름으로 현장이 돌아가던 시절이다. 매 시간이 제작비와 연결되는 예민할 수밖에 없는 현장이었다”라며, “이 분은 무섭거나 권위적인 것이 아니라 오로지 그 신과 연기에 대해서 집중하는 것을 느꼈다. 배우와 감독이 카메라를 통해 소통하는구나를 느꼈다”라고 털어놨다. 
그러면서 “연기하면서 불편하고 어려운 기운을 느끼는 것이 아니라 긍정적인 에너지를 받는 현장이었다. 그때 깨우친 게 많았다. 연기하는 게 항상 긴장되고 불안하고 무섭고 떨리는 게 아니라 성취감을 느낄 수 있는 현장이 될 수 있구나를 처음 깨달은 현장이었다”라며, “물론 지금 돌이켜 생각해 보면, 내 연기적인 부분을 보면 굉장히 부끄럽다. 하지만 개인적으로 굉장히 의미 있는 작품 중 하나다. 이환경 감독님 자체가 연기하는데 있어서 현장에서도 원동력, 자양분이 된다. 그 부분이 너무 든든했다”라고 전했다. 
이어 정우는 “사실 1300만 가까이 되는 관객의 사랑을 받은, 그 에너지를 받은 분이니까 그 에너지를 느껴보고 싶었다”라며, “2004년도에 만났던 감독님과 비슷하다. 그런데 디렉션 주는 부분에 있어서 굉장히 집요하고 디테일해지셨다. 그 부분에 많이 놀랐다”라고 덧붙였다. 
이번 작품은 배우로서도 정우에게 도전 욕구를 불러 일으킨 작품이기도 하다. 극 중 캐릭터인 대권이 영화 처음과 후반부의 감정 변화 폭이 큰 인물인 만큼 배우로서 연기적으로 도전해보고 싶은 욕심 나는 캐릭터였던 것. 
정우는 이 부분에 대해서 “이 인물이 변화하는 과정이다. 처음에는 굉장히 찔러도 피 한 방울 나올 것 같지 않은 인물이 도청을 하면서 이웃의 일거수일투족을 감시하게 되면서 전혀 변할 것 같지 않은 이 인물이 스펀지에 물이 스며들듯이 조금씩 변해가면서 감정의 동요가 오는 거다. 그 부분이, 처음과 마지막의 진폭이 굉장히 컸던 것 같다”라며, “그걸 표현하는 방식이 여러 가지다. 감정적으로, 심리적으로 표현하는 부분도 있다. 후반부에는 모든 것을 다 내던지듯이 표현하는 부분이 배우로서 연기함에 있어서 도전해 볼 만한 그런 것들이 욕심이 났다”라고 밝혔다. 
‘이웃사촌’은 코미디와 휴먼 드라마가 적절히 섞인 작품으로 중간 중간 블랙 코미디의 결을 가지고 있기도 하다. 100% 코미디가 아닌 작품이라 정우의 현실 연기, 섬세함이 더욱 돋보였다. 정우는 “전제적인 지휘는 감독님이 해주셨다. 초고는 대본이 굉장히 드라이했다. 감독님의 손을 거치면서 조금은 따뜻하고, 때로는 블랙 코미디 내면의 신이 추가됐다. 그러면서 나는 부담감 없이 이야기에 접근할 수 있었던 것 같다”라고 설명했다. 
‘이웃사촌’이 더욱 관심을 모으는 이유 중 하나는 오달수의 복귀다. 오달수는 지난 2018년 ‘이웃사촌’ 막바지 촬영 당시 ‘미투’ 가해자로 지목되면서 자숙의 시간을 갖게 됐다. 해당 사건은 내사종결로 마무리됐지만, 한 번 논란에 언급된 만큼 오달수의 자숙 기간을 길어졌고, 영화 개봉도 늦춰졌다.
정우는 오달수와 함께 출연한 것에 대해서 “사실 캐스팅에 있어서는 전적으로 감독님을 믿었다. 물론 오달수 선배님에 대한 배우로서의 모습은 봐왔기 때문에 알고 있었지만, 캐스팅에 대해서는 전적으로 감독님을 믿었다”라며, “오달수 선배님은 촬영을 묵묵히 지켜봐주는 스타일이다. 받아주실 거 다 받아주시고. 그리고 말수가 그렇게 많은 스타일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이어 “오달수 선배님과는 이번이 첫 작품이다. 친밀감이나 이런 것들은 당연히 작품 전보다는 친밀해졌다. 오달수 선배님 뿐만 아니라 김병철 형, 조현철 씨는 다른 작품도 함께 했다. 겹치는 작품이 많아질수록 연기하기에도 호흡이 좋아지고 만나면 반갑고 그런 마음”이라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정우는 오달수의 ‘미투’ 파문 당시 심경에 대해서는 언급하기 조심스러워했다. 정우는 “사실 그 질문은 영화 외적인 질문일 수도 있는데, 잘 부탁드리겠습니다”라며, “기도하는 마음으로 있었다”라고 말했다. 
여러 이유로 3년 만에 빛을 보게 된 ‘이웃사촌’. 정우는 오랜 기다림이 있었던 만큼 영화 개봉이 더 없이 반갑지만, 현재 코로나19 상황으로 영화계 사정이 좋지 않아 아쉬울 수밖에 없다.  
정우는 “사실 개봉을 하느냐 마느냐는 배우들이 할 수 있는 영역이 아니다. 내가 지금 촬영해 놓은 작품이 있는데, 사실 ‘뜨거운 피’도 촬영한 지가 1년이 넘었다. 특별한 이유가 있어서가 아니라 코로나 때문에 한국 영화계가 어려운 상황이다. 나보다는 좀 더 전문가 분들이 개봉 시기를 판단 하에 개봉한다. 배우들은 항상 응원하고 기다리는 마음”이라고 솔직하게 전했다. 
이어 “사실 지금 안타깝다. 영화 개봉을 떠나서 시국 자체가 굉장히. 지금도 시간이 흘렀으니 익숙해졌지만 그냥 촬영하면서 느끼는 게 시내에서 촬영을 하다 보니까 시민 분들이 많이 계시다. 사진도 찍고, 악수도 하고 싶고, 포옹도 해드리고 싶은데 그럴 수 없는 상황이니까 그게 자연스러운 지금 상황이 안타깝다. 극장에 한 칸 띄어서 앉는 모습이나 전부 마스크를 쓰고 있는 모습을 보면 안타깝다”라며 아쉬워했다. 
‘이웃사촌’의 개봉이 늦춰지면서 정우는 지난 2017년 개봉된 영화 ‘흥부: 글로 세상을 바꾼 자’ 이후 3년 만에 관객들과 만나게 됐다. ‘이웃사촌’ 역시 2~3년 전의 연기로 스크린으로 보는 감회가 새로웠을 터.
정우는 “사실 엊그제 촬영 끝낸 것 같다. 매일 매일 ‘이웃사촌’이라는 작품을 생각을 해왔다. 나 역시도 마찬가지로 굉장히 애타게 기다렸던 작품이다. 2년 만에, 3년 만에 보는 것에 대해서 느끼는 감정도 있겠지만 그것보다는 그때 당시 촬영했던 현장의 공기나 감정들이 얼만큼 스크린에 잘 담겨서 전달됐을까가 궁금했다. 나도 내가 한 연기를 보면서 내가 감정을 흐느끼는 게 쑥스러운 일이긴 하지만 눈물이 나더라”라고 털어놨다.
‘이웃사촌’ 이환경 감독은 정치적인 영화가 아니라고 말했지만, 극 중 오달수가 맡은 이의식 역이나 시대상은 실존 인물을 떠올리게 만든다. 정치적인 언급에 대한 부담감도 있을 것 같지만 정우는 크게 신경 쓰지 않았다.
정우는 “매 작품 선택하면서 정치적, 사회적 이슈가 있을 법한 그런 소재의 작품이 있었던 것 같다. 사실 그것에 대해서 크게 관심이 없다. 그건 그냥 어떤 영화적인 장치, 소재 그 이상, 그 이하도 아닌 것 같다. 캐릭터와 그 감정이 전달해주는 것은 분명히 있을 거라고 생각했다”라고 소신을 밝혔다.
지난 3년 동안 정우는 작품으로 관객들을 만나지 않았지만 꾸준히 연기 활동을 해왔다. ‘이웃사촌’을 비롯해 영화 ‘뜨거운 피’(감독 천명관)와 ‘더러운 돈에 손대지 마라’(감독 김민수)를 촬영했다. 그리고 1년 3개월 동안 휴식하면서 다시 연기하기 위해 자신의 채우는 시간을 가졌다. 
정우는 “표면적으로는 본의 아니게 공백이 있었으나 그런 생각을 한다. 어떤 일이든 조금만 생각을 달리 하면 감사함을 느끼게 되는 것 같다. 사실 나는 세 작품 연속으로 촬영을 하면서 내 안에 꺼내 쓸 재료들이 많이 고갈됐다. 그리고 1년 3개월 정도 쉬었다. 그 시간을 가지면서 또 다시 절실함을 채우는, 배우로서 비워내고 채우는 시간을 가져서 굉장히 값졌던 것 같다”라고 털어놨다.
그러면서 휴식기에 대해서 “정말 단순한 패턴으로 지냈다. 항상 마인드 컨트롤을 할 때 걷는다. 눈 뜨자마자 걷고 아침 먹고 또 걷고 점심 먹고 또 걷고. 중간에 제의가 들어온 대본이나 시나리오를 보는 시간을 가졌다”라며, “하정우 선배님에 대한 팬심이 있다. 걷기 학교. 나는 걷는 게 내 정신 건강을 위해서 하는 행위이기도 하지만 다이어틀 하기 위해서 하는 것도 있다”라고 덧붙였다. 
사실 휴식 시간을 가지면서도 연기를 하고 싶은 마음은 뜨거웠다. 정우는 휴식기에도 연기를 너무 하고 싶었지만 기존과 다른 모습을 보여주고 싶었다고. 
그는 “연기를 너무 하고 싶었다. 다만 기존에 보여줬던 모습의 작품이 아닌, 다른 작품으로 연기를 하고 싶은 갈증이 있었다. 그래서 지금 하고 있는 작품은 성격이 아예 다르다”라고 전했다. 
평소 예능 출연이 많지 않고 공식적으로 서로에 대해서 언급하는 경우가 별로 없는 정우, 김유미 부부. 최근 정우는 라디오에 출연해 결혼 생활에 대해서 한 마디 했던 것만으로도 크게 화제를 모으기도 했다. 이날 인터뷰에서도 정우는 매우 조심스럽게 결혼 생활에 대해 전했다.
정우는 ‘극 중 인물과 실제로 다른 남편이냐?’라는 질문을 받고 “대권이는 굉장히 가부장적이고 가족에게 사랑을 표현하는 방식이 굉장히 투박한 인물인 것 같다. 나는 대권의 스타일은 아니다. 그렇게 가부장적이지 않다”라고 말했다. 
그러면서도 가족이나 결혼 생활에 대해서 언급하는 것은 조심스러워했다. 정우는 “나 같은 경우에는 사실 가족 부분에 있어서 언급하는 게 조금은 더 살아 보고, 지내 보고라는 생각이 든다. 한 10년, 20년”이라며, “라디오에서도 한 마디 밖에 안 했다. 한 마디 했는데 감사하게도 많은 관심을 가져주시고 응원해주셔서”라며 웃었다.
공식적으로 가족을 언급하는 것에 대해서 정우는 “그렇게 싫지는 않은데 내가 생각하는 거, 그리고 김유미 씨가 생각하는 게 서로 공통적으로… 뭐라고 해야 할까요? 조금은 조심스럽다. 내가 사는 모습이 그냥 단순히 자랑이 될까봐. 그리고 좀 더 지내보고 20~30년 사신 분들 있지 않냐”라고 웃으며 덧붙였다. 
3년을 기다린 끝에 드디어 내놓는 영화인 만큼 더 각별한 애정과 기대에 찬 정우였다. 
‘이웃사촌’은 오는 25일 개봉된다. /seon@osen.co.kr
[사진]리틀빅픽처스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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