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로 인한 비수기 극장가에 여성 감독들이 활기를 불어넣고 있다. 올해는 ‘내가 죽던 날’의 박지완, ‘애비규환’의 최하나 감독이다.
앞서 지난 2019년에는 김보라 감독의 ‘벌새’, 김도영 감독의 ‘82년생 김지영’, 김한결 감독의 ‘가장 보통의 연애’, 이옥섭 감독의 ‘메기’가 관객들을 끌어모으며 흥행에 성공했다.
현재 상영 중인 ‘내가 죽던 날’(제공배급 워너브러더스 코리아, 제작 오스카10스튜디오 스토리퐁)은 유서 한 장 남긴 채 사라진 소녀 세진(노정의 분)과 그 사건을 추적하는 형사 현수(김혜수 분)의 선택을 그린다.
‘애비규환’(제작 아토ATO 모토MOTTO, 배급 리틀빅픽처스)은 똑 부러진 5개월 차 임산부 토일(크리스탈 분)이 15년 전 연락 끊긴 친아빠(이해영 분)와 집 나간 예비 아빠(신재휘 분)를 찾아 나서는 설상가상 첩첩산중 코믹 드라마. 20대 초반의 혼전 임신을 다루지만 영화는 밝은 기운을 잃지 않는다. 괜한 무게를 잡지 않고 관객들을 훈계하지 않으며 아름답게 토일과 엄마 선명(장혜진 분)의 행복한 앞날을 응원한다.
두 영화 모두 장편 상업영화 데뷔작이라고는 믿기지 않을 만큼 작품적, 연출적으로 성숙한 면을 보여주면서 인물들의 심리묘사로 관객 모두를 통하게 했다. 박지완 감독은 ‘초능력자’(2010) 스크립터 출신이며, 최하나 감독은 단편 ‘고슴도치 고슴’(2012) 이후 첫 영화다.
올해는 코로나 여파로 극장 상황이 더욱 좋지 않은데 여성 감독, 여성 주연의 영화가 연이어 개봉하며 극장가에 다양성을 불어 넣었다는 점에서 고무적이다. 좀 더 많은 관객이 이 영화들을 관람하고 함께 소통했으면 좋겠다는 마음이 짙다.
중요한 것은 유명 여성 감독들의 성공신화가 아니라 신인 감독들이 남성 중심적 영화 장르 문화를 어떻게 바꿔 나가고 있고, 이것이 젊은 영화인들에게 어떤 영향을 끼치고 있는가이다.
남자배우, 남성 캐릭터 중심의 범죄 스릴러 영화가 여전히 강세를 보이는 상황 속에서 여성 감독의 연출작이 줄지어 나오며 관객들에게 호평을 얻는 일은 한국 영화계에 새로운 발견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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