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연(박신혜 분)은 오랜만에 고향집으로 돌아오고 잘못 걸려온 한 통의 전화를 받으며 1999년에 사는 영숙(전종서 분)과 소통을 시작한다.(*스포일러가 일부 포함돼 있습니다.)
엄마(이엘 분)로 인해 고립감과 외로움을 느끼던 영숙은 위급할 때마다 서연에게 통화를 시도하고, 현재를 살아가는 서연은 우연하지 않은 계기로 영숙이 과거에 자신의 집에 살았던 여자라는 사실을 알게 된다.
‘콜’(감독 이충현, 제작 용필름, 제공 넷플릭스)은 한 통의 전화로 연결된 서로 다른 시간대의 두 여자가 서로의 운명을 바꿔주면서 시작되는 광기 어린 집착을 그린 미스터리 스릴러. 러닝타임 112분.
친구가 없던 영숙은 말이 잘 통하는 서연과 전화로 이야기를 나누며 점점 애정을 느끼고 가까워진다. 또한 좋아하는 가수에 대한 소식도 접한다. 반복되는 괴로운 하루하루에 지친 영숙은 미래에 사는 서연이 자신의 과오를 바꿔줄 수 있다고 믿으면서 탈출을 시도한다.
‘콜’은 서연이 의문의 전화를 받기 시작하는 영화 초반부터 엔딩 크레딧이 올라가는 순간까지 눈을 뗄 수 없는 몰입감을 선사한다. 과거에 사는 영숙이 미래에 사는 서연의 일상을 단번에 마음대로 바꿀 수 있음을 시사하며, 두 여자를 둘러싼 극도의 서스펜스를 만들어낸다.
나름대로 절친한 사이였던 영숙과 서연이 하나의 사건으로 인해 틀어지고, 자신의 계획대로 앞으로의 삶을 바꾸려는 두 개의 의지가 충돌하는 과정이 영화 ‘콜’에 몰입하는 힘을 만들어낸다. 장애물을 헤쳐나가려는 두 여성의 고군분투가 절박한 감정을 고조시킨다.
다만 무선 전화로 연결된 과거와 현재. 과거의 여자와 현재의 여자가 각자 이루고자 하는, 간절한 마음으로 사건을 다룬다는 점은 기존의 판타지 영화 및 드라마에서 자주 볼 수 있는 클리셰이기 때문에 소재면에서 새롭지는 않다.
눈여겨 볼 점은 배우 전종서. 영숙을 연기한 그녀의 광기 어린 표정과 말투, 날선 시선이 영화의 집중도를 높이며 결말을 궁금하게 만든다. 전종서와 박신혜가 추격전을 펼치는 중・후반부는 시공간 활용을 제대로 하며 긴박한 심리를 잘 묘사했다.
‘콜’은 단편영화 ‘몸 값’(2015)으로 대구단편영화제, 대단한 단편영화제, 서울국제초단편영화제, 파리한국영화제, 아시아나국제단편영화제 등에서 수상한 신예 이충현 감독의 상업장편 데뷔작이다.
이달 27일 넷플릭스를 통해 전 세계에 공개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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