팝아티스트 낸시랭이 힘든 시간을 겪은 뒤 더 성숙해져 돌아왔다.
낸시랭은 19일 오후 서울 마포구 합정동 진산갤러리에서 초대전 ‘스칼렛 페어리’ 전시 기자간담회를 가졌다.
낸시랭은 2003년 베니스비엔날레가 열리는 이탈리아 베네치아 산마르코광장에서 빨간 란제리를 입고 바이올린을 켜는 퍼포먼스로 주목을 받았다. 이어 루브르미술관 디렉터 드미트리 살몬이 기획한 프랑스 앵그르 미술관 ‘앵그르 인 모던’에 초대 받아 전시했고, 루이비통과 함께한 오디오 작품, 미국 유명 락그룹 린킨파크 워너뮤직과 캔버스 페인팅 작품 등 아트 컬래버레이션도 활발히 펼쳤다. 국내에서도 다양항 활동을 펼치며 이름을 알렸다.
낸시랭은 이번 ‘스칼렛 페어리’ 전시회에서 2020 낸시랭 개인전 ‘스칼렛 페어리’는 자연의 화려한 꽃과 로봇 메카닉을 결합한 ‘스칼렛’(Scarlet) 시리즈의 일환으로 상처를 치유해주며 꿈을 이루어주는 요정을 콘셉트로 한다. 극사실로 표현한 유화 신작을 비롯해 주력 작업인 ‘터부요기니’(Taboo Yogini) 등 총17점을 선보인다.
낸시랭은 “이번 초대전은 주제가 페어리, 요정이다. 터뷰요기니가 스칼렛을 만나게 됐다. 불합리한 고충을 겪는 여성들을 위해 터부요기니가 싸워주는 긍정적이고 행복한 메시지를 담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낸시랭은 “포르노 리벤지, 가정폭행, 협박 등 한 여성이 당할 수 있는 고충은 다 겪은 듯 하다”며 “나 혼자만의 아픔이 아니라 전 세계 여성들이 갖는 불합리한 고통을 진지하게 고민하게 됐다”고 덧붙였다.
무엇보다 이날 기자간담회가 주목을 받은 건 낸시랭이 이혼 승소 후 가진 자리이기 때문이다. 지난 10일 서울가정법원 가사6단독 강하영 판사는 낸시랭이 남편 왕진진(본명 전준주)을 상대로 낸 이혼 소송에서 “두 사람은 이혼하라”고 원고 일부 승소로 판결했다.
낸시랭은 문화예술 사업가를 자처하는 왕진진과 2017년 12월 혼인신고를 했다가 이듬해 10월 SNS를 통해 이혼하겠다는 뜻을 밝히고 소송을 냈다. 왕진진은 낸시랭으로부터 폭행 등의 혐의로 고소를 당해 수사를 받던 중 잠적했다가 지난해 5월 서울 서초구에서 체포됐다.
결혼 2년 9개월 만에 이혼 판결을 받은 낸시랭은 “얼굴이 많이 좋아졌다는 말을 많이 듣는데, 서류상으로 이혼이 약 3년 만에 확실하게 정리가 됐기 때문이다. 이렇게 오래 걸릴 줄은 몰랐다. 족쇄가 풀린 느낌이다. 위자료 5000만원 판결이 났는데, 대한민국에서 최고 수치라고 하더라. 그 사람에게 돈을 받을 수는 없지만 얼마나 낸시랭에게 나쁜 짓을 했는지에 대한 반증으로 청구 소송을 했다”고 말했다.
이어 낸시랭은 “웨딩드레스를 입어본 적도, 결혼식, 반지, 화보도 해본 적이 없다. 어떻게 보면 그 사람이 혼인신고 먼저 하자고 해서 한 게 이렇게 힘들게 이혼을 하게 될 줄은 몰랐다”고 덧붙였다.
낸시랭은 개인적인 아픔도 밝혔다. 그는 “아픈 가정사도 있다. 어머니가 암 투병을 하시고, 그와중에 아버지는 도망가 연락이 두절됐다. 가장의 입장이 되어서 어머니의 암투병을 도와야했다. 그동안의 방송 활동도 생계형으로 해서 이미지를 따지는 건 사치였다”며 “3년 동안의 이혼 소송으로 인해 개인전을 열지 못했다. 쌓였던 응어리를 올해 3개의 개인전을 통해 보여주게 됐다”고 말했다.
특히 낸시랭은 “귀신은 무섭지 않지만 사람이 무섭다는 걸 느끼게 됐다. 나도 이제 이성적으로 다가오는 남성들에 있어서 트라우마가 생겨서 무섭다. 이성적으로 다가오면 무섭게 느껴진다”고 덧붙였다.
끝으로 낸시랭은 “이번 전시가 코로나19 시대에 예술을 통해서 미술 작품을 통해 치유하고 힐링되는 마음이 있었으면 한다. 개인전을 보러 오신 분들이 색채의 향연, 컬러가 에너제틱하고 아름다워서 보는 것만으로도 숨이 턱 막혔던 게 풀린다고 한다. 내용은 몰라도 수호천사인 것 같다고 한다. 이번 내 개인적 스칼렛 페어리를 통해 내 작품들이 아픔을 대신 치유해주고 꿈까지 이뤄주는 긍정적인 에너지 매개체가 됐으면 한다”고 당부했다.
2020 낸시랭 개인전 ‘스칼렛 페어리’는 오는 27일까지 진산갤러리에서 만날 수 있다. 또한 낸시랭은 오는 12월 23일부터 12월 27일까지 서울 삼성동 코엑스 서울아트쇼 ‘Seoul art show’ 아트페어에도 참여하며 활발하게 활동할 예정이다. /elnino8919@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