팝아티스트 낸시랭이 최악의 결혼 생활을 겪고 이혼 승소와 함께 돌아왔다. 이를 자신의 아픔에 그치지 않고 작품에 투영해 전 세계 불합리한 고통을 겪고 있는 여성들에게 긍정적이고 희망적인 메시지를 전하고자 한다.
낸시랭은 19일 오후 서울 마포구 합정동 진산갤러리에서 초대전 ‘스칼렛 페어리’ 전시회 기자간담회를 가졌다.
낸시랭의 이번 기자간담회는 약 3년에 걸친 이혼 소송을 마친 후 갖는 첫 간담회라는 점에서 궁금증을 모았다. 낸시랭은 2017년 12월 문화예술 사업가를 자처하는 왕진진과 혼인신고를 했다가 이듬해 10월 SNS에 이혼하겠다는 뜻을 밝히고 소송을 냈다. 지난 9월 10일 서울가정법원 가사6단독 강하영 판사는 “두 사람은 이혼하라”고 판결했다.
길고 긴 소송 끝에 드디어 이혼이라는 마침표를 찍게 된 낸시랭. 그는 “요즘 얼굴이 좋아졌다는 말을 많이 듣는데, 서류상으로 확실하게 정리가 됐기 때문이다. 이렇게 오래 걸릴 줄은 몰랐다. 웨딩드레스를 입어본 적도, 결혼식, 웨딩 반지, 웨딩 화보도 한 적 없다. 그 사람이 혼인신고 먼저 하자고 해서 한 게 이렇게 될 줄은 몰랐다”고 밝혔다.
낸시랭은 “족쇄가 풀린 느낌이다. 위자료 5000만원 판결이 났는데, 이는 대한민국 최고 수치라고 하더라. 돈을 받을 수는 없지만 그 사람이 낸시랭에게 얼마나 나쁜 짓을 했는지에 대한 반증으로 청구하게 됐다”고 말했다.
이어 낸시랭은 “이번 일을 겪으면서 귀신은 무섭지만 사람이 무섭다는 걸 느끼게 됐다. 이성적으로 다가오는 남자가 있으면 무섭다. 트라우마가 생겼다”며 “개인사적인 일이 터지고 난 뒤 故 설리, 故 구하라가 극단적인 선택을 했다. 리벤지 포르노 때 나도 그런 생각을 할 뻔 했다. 하지만 느낀 게 있다면 그런 생각을 할 때 누가 옆에 있어주면 떨칠 수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낸시랭은 “나만의 믿음이 있어서 극복해 나갈 수 있었다. 아티스트여서 작품에 몰입하는 시간들이 더 많다보니 상대적으로 고통과 아픔이 덜 느껴진 게 아닌가 싶다. 내게는 아트가 전부이고, 예술을 통해 나 뿐만이 아닌 상처와 아픔을 겪는 사람들을 나만의 긍정적이고 화려한 색감의 작품으로 치유하고 위로하고 싶다”고 덧붙였다.
특히 낸시랭은 아픈 가정사와 함께 이혼 소송에 걸쳐 얻은 것들을 ‘웃프’게 밝혔다. 낸시랭은 “그 사람 때문에 진 사채빚까지 8억 원의 빚이 있고, 이제 9억 8000만 원 정도다. 월 이자만 600만 원 나간다는 기사가 나가자 처음에는 창피했는데, 오히려 잘 됐다는 생각이 들고, 더 열심히 활동하려고 한다”고 말했다.
낸시랭은 “여성의 입장에서 말씀드리고 싶은 건 일단 혼인신고하지 말고 서로 좋으면 한 번 살아보는 게 좋을 것 같다. 나도 사실 10개월 동안 동거하다가 이렇게 끝났다. 결혼하기로 마음 먹었느면 웨딩드레스는 입어보고 결혼식도 하고 가족들과 행복을 누리면서 시작하라. 혼인신고는 몇 년 후에 해도 나쁘지 않을 것 같다”고 조언했다.
아픔을 겪으며 돌아온 낸시랭은 더 단단해져 있었다. 그는 이번 전시회 ‘스칼렛 페어리’를 통해 자신 뿐만 아니라 불합리한 고통을 받는 전 세계 여성들을 위로하고 응원하고자 한다.
낸시랭은 “이번 전시가 코로나19 시대에 예술을 통해서 미술 작품을 통해 치유하고 힐링되는 마음이 있었으면 한다. 개인전을 보러 오신 분들이 색채의 향연, 컬러가 에너제틱하고 아름다워서 보는 것만으로도 숨이 턱 막혔던 게 풀린다고 한다. 내용은 몰라도 수호천사인 것 같다고 한다. 이번 내 개인적 스칼렛 페어리를 통해 내 작품들이 아픔을 대신 치유해주고 꿈까지 이뤄주는 긍정적인 에너지 매개체가 됐으면 한다”고 말했다. /elnino8919@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