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번 논란을 일으킨 '괘씸죄'였을까.
23일 고척스카이돔에서 열린 두산과 NC의 한국시리즈 5차전, NC가 두산에 5-0 승리를 거뒀다. NC는 시리즈 전적 3승2패로 창단 첫 한국시리즈 우승의 9부 능선을 넘었다.
영건 에이스 구창모의 7이닝 무실점 완벽투, 주장 양의지의 고대하던 홈런포 등 이슈거리가 넘쳤다. 하지만 경기 후 작은 논란이 생겼다. 1차전 ‘마스크 논란’을 일으킨 애런 알테어가 공식 시상식에서 배제됐다.
이날 알테어는 0-0으로 맞선 5회말 1사 2루에서 중전 적시타를 때려냈다. 승부의 추를 기울게 만든 변곡점의 중심이었다. 그리고 NC는 완승을 거두며 알테어의 선제 적시타가 결승타가 됐다.
문제는 경기 후. 알테어가 결승타의 주인공이 되면서 올해 포스트시즌부터 신설된 ‘오늘의 깡’(결승타) 시상식의 주인공이 되어야 했다. KBO와 후원사인 농심이 함께 프로모션을 진행하고 있는 ‘오늘의 깡’은 포스트시즌 경기의 결승타 주인공에게 주어지는 시상 부문이다. 올해 포스트시즌에서 엄연한 공식 시상 부문이다.
그러나 알테어는 ‘오늘의 깡’의 주인공이 되지 못했다. 쐐기 투런포를 때려낸 양의지가 수상의 주인공이 됐다. 결승타라는 확실한 기준이 있었지만 알테어의 이름이 불리지 못했다.
‘오늘의 깡’의 후원사인 농심 측에서 기준의 유연한 변경을 문의했고, KBO는 당혹스러웠지만 어쩔 수 없이 이를 받아들였다. KBO는 "결승타는 알테어지만, 후원의 취지나 목적을 고려해서 후원사와 협의해서 양의지로 시상했다. 선수의 의사를 묻거나 하지는 않았다"고 말했다. 알테어의 거부 의사는 없었다고 한다. 그러나 결론은 후원사도 이미 논란이 일었던 알테어가 수상자의 이름에 오르기 거북했던 셈이다. 후원사가 알테러를 먼저 외면했다.
지난 1차전 쐐기 스리런 홈런으로 데일리 MVP를 수상했음에도 “마스크를 쓰고 많은 사람들 앞에 서면 불편하다. 인터뷰 등 많은 말을 하게 되면 호흡이 곤란하다”는 이유로 시상식과 공식 인터뷰 자리를 취소시킨 알테어다. 초유의 사태였다. 그저 개인적인 불편함, 불안감으로 넘길 수도 있었다. 그러나 한국시리즈 식전 행사 등 마스크를 착용해야 했던 최소한의 상황에서도 마스크를 쓰지 않은 사실이 발각되며 비난의 목소리는 더욱 커졌다. 결국 알테어는 이전 한 차례 벌금 이후 이번 사건을 통해 20만원의 벌금 징계를 받았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가 점점 화산되는 추세인 상황에서 공식적인 자리에서 마스크 착용은 선택이 아닌 필수다. 모든 프로스포츠 관계자들이 노력하고 있는 부분이다. 하지만 알테어는 자신의 개인적인 불편함 혹은 신념으로 이를 외면했다.
마스크를 착용하고 대화를 나누고 인터뷰를 하는 것은 이제 모두를 위한 배려이자 존중이다. 국내 선수들은 모두 인터뷰 자리에서 마스크를 쓰고 등장한다. 그러나 알테어는 자신만의 불편함으로 KBO의 공식 행사, NC 구단의 공식 입장에 완전히 어깃장을 놓았다. 문제는 알테어와 NC 구단이 이를 대수롭지 않게 여기는 분위기다. 계도를 하기 보다 이를 은폐하기에 급급하다.
지난 1차전 당시 논란이 불거진 이후, 알테어는 자신의 타석이 돌아오는 이닝이 아닐 때는 덕아웃에 없다. 마스크 착용에 대한 거부감이 있으니 아예 논란 거리를 만들지 않기 위해 자신의 타석이 아닐 때는 라커룸에 있다가 수비에 투입된다는 후문이다. 알테어를 이해시키고 설득시키는 것이 아닌 숨기는 것이 구단의 이후 대처였다.
논란 이후 구단은 "알테어가 상황이 심각하다는 것을 인지했고 본인의 어려움으로 인해 이러한 상황이 일어난 것에 미안함을 표했다. 앞으로는 KBO와 방역수칙을 존중하며 앞으로 행사 및 사진 촬영시 마스크 착용할 것이다. 구단도 주의를 시킬 예정이다. 경기 전 행사에서 마스크를 쓰지 않은 것은 잘못한 것이 맞다. 아무래도 마스크를 착용한 상태에서 말을 하는 것이 불편한 것 같다. 알테어 스스로 방역 지침을 따르겠다고 했다. 더그아웃 내에서 마스크를 쓰고, 사진 촬영이 필요한 경우에도 마스크를 착용하겠다고 했다. 구단에서도 관리하겠다. 끝까지 안 되겠다고 하면 선수단에서 따로 빼는 것까지 고려 중이다"고 말했다. 하지만 알테어는 이런 모습을 보여주지 않고 있다.
결국 알테어 한 명의 존재로 인해 메인 스폰서와 KBO가 정한 기준에서 벗어나는 프로모션을 진행할 수밖에 없었다. 스폰서는 알테어를 외면했다. 이미 ‘오늘의 깡’에 대한 기준을 정한 상태에서 보도자료까지 나갔다. 이에 대한 기준을 정했고 조율을 해야 하는 KBO는 난감할 수밖에 없었다. 그러나 알테어로 인해 시상 기준이 변했다. /jhrae@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