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미디언 배일집이 생활고를 겪었던 시절을 고백했다.
25일 방송된 KBS2TV 'TV는 사랑을 싣고'에서는 원로 코미디언 배일집이 40여 년 전 자신에게 결혼자금을 빌려줬던 친구를 찾아 나선 가운데 생활고를 겪었던 시절을 회상했다.
이날 배일집은 아버지가 사업 실패 후 두 집 살림을 했던 이야기를 전했다. 배일집은 "달랑 아버지가 남겨놓은 게 집 한 채였다. 다행히 방은 많았다. 하숙도 주고 사글세도 했다"라며 "누나들이 학교를 가려면 등록금을 내야하니까 전세가 필요했다. 내가 안되겠다 싶어서 군대를 빨리 갔다"라고 말했다.
이어 배일집은 "군예술단에 들어갔다. 그 안에서 쇼를 맡았는데 내가 하고 싶은 것을 마음껏 할 수 있었다"라며 "월남에도 내가 죽어도 어쩔 수 없다는 각서를 쓰고 갔다. 공연할 때 폭탄도 떨어지고 죽을 고비를 몇 번 넘겼다"라고 회상했다.
배일집은 "여동생에게 편지가 왔다. 대학에 합격했다는 내용이었다. 오빠 돈을 등록금으로 쓰면 안되냐고 물어봤는데 어머니가 펄펄 뛰셨다고 하더라. 내가 어머니한테 편지를 써서 등록금으로 쓰라고 했다"라며 "당시 월급을 다 집으로 보냈다. 실질적인 가장이었다"라고 말했다.
배일집은 "영대 부모님이 굉장히 선한 시골 어르신이었다. 세 식구가 식사하는 모습을 보면 우리 아버지는 나가서 왜 안 들어오실까 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게 그렇게 부러웠다"라고 말했다.
배일집은 과거 가족들과 함께 살았던 집과 비슷한 추억의 장소를 방문했다. 배일집은 "여긴 굉장히 잘 사는 집이다. 우리땐 포마이카 장롱이 있었다. 결혼 예물을 할 때 자개장은 상류층이었다"라고 말했다.
배일집은 "어머니가 빨랫돌에 큰 자갈을 비비고 계셨다. 그게 뭐냐고 물어보면 넌 몰라도 된다고 하셨다"라며 "그땐 가마니에 쌀을 팔았는데 쌀이 터지면 방앗간에서 그걸 모아두는데 그걸 가져와서 흙을 골라내서 밥을 하셨다. 그 밥도 먹고 컸다"라고 말했다.
배일집은 "유일하게 하소연 할 수 있었던 친구였다. 내가 속상해하면 날 위로해줬다"라며 "내 속마음을 알아줬던 친구다. 신인이라 수입도 없고 가정형편도 어려웠다"라고 말했다.
이어 배일집은 "결혼 날짜를 받고 돈 때문에 고민할 때 영대는 내 집안 사정을 알고 있었다"라며 "시장에서 곱창전골 시켜서 둘이 소주한 잔 하면서 내가 먼저 돈을 빌려달라고 이야기했다. 축의금 받고 나서 준다고 했다"라고 말했다. 배일집은 "그 당시에 굉장히 큰 돈인데 어떻게 그걸 빌려줄 수 있었는지 서로를 정말 믿었던 친구 같다"라고 말했다.
한편, 이날 배일집은 40여 년 만에 친구 길영대와 재회하며 감사의 마음을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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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 KBS2TV 'TV는 사랑을 싣고' 방송캡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