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콜' 전종서, 충무로 이단아→기대주 우뚝…"마음가짐 늘 똑같아"(종합)[인터뷰]
OSEN 김보라 기자
발행 2020.11.30 12: 32

 “‘버닝’의 해미와 ‘콜’의 영숙은 너무나도 다른 캐릭터다. 하지만 연기할 때 마음가짐은 똑같았다.” 
매혹적인 에너지가 뿜어져 나오는 눈빛부터 길고 늘씬한 체구까지, 제 몫을 다하는 신예 전종서(27)의 연기가 심상찮다. 그녀는 지난 2018년 개봉한 이창동 감독의 영화 ‘버닝’으로 시작해 올 11월 선보인 ‘콜’(감독 이충현)까지, 자신의 이름 세 글자를 관객들에게 확실히 각인시키고 있는 중이다. 2018 칸영화제 경쟁 부문 진출작 ‘버닝’부터 넷플릭스 공개작 ‘콜’까지 국내를 넘어 전 세계에. 
전종서는 30일 오전 진행된 화상인터뷰에서 “연기하는 게 너무 재미있기 때문에 앞으로 만날 작품 역시 마음가짐과 태도는 달라지지 않을 거 같다”고 힘주어 말했다.

연기경험이 전무했던 그녀가 데뷔작 ‘버닝’을 통해 세계 3대 영화제에 속하는 칸 국제영화제에 진출했었는데, 칸 영화제에서의 행보는 시작에 불과했다. 두 번째 영화 ‘콜’을 통해 캐릭터 변신에 성공하며 완전히 다른 얼굴을 보여줬기 때문이다.
이날 전종서는 “넷플릭스를 통해 개봉하게 됐다는 얘기를 듣고 좋았다. 저 역시 넷플릭스를 너무 사랑한다”라며 “그 안에 모든 콘텐츠를 거의 봐왔기 때문에 ‘콜’이 넷플릭스를 통해 공개된다고 하니 많은 분들에게 더 가깝게 다가갈 수 있게 된 거 같아 좋았다”라고 밝혔다. 당초 이 영화는 극장 개봉할 예정이었지만, 코로나 사태로 날짜를 고심하다가 이달 27일 오후 넷플릭스를 통해 전 세계에 공개됐다.
전종서가 주연을 맡은 영화 ‘콜’(감독 이충현, 제작 용필름, 제공 넷플릭스)은 한 통의 전화로 연결된 서로 다른 시간대의 두 여자가 서로의 운명을 바꿔주면서 시작되는 광기 어린 집착을 그린 미스터리 스릴러. 전종서는 1999년을 살아가는 28세 살인마 영숙을 연기했다.
영숙은 일단 살인할 타깃이 결정되면 표정부터 달라지기 시작한다. 범죄가 일어나는 장소는 언제나 그녀의 집이 주무대이며, 가수 서태지를 좋아하는 그녀의 옷은 독특하고 화려하다. 영화 ‘사탄의 인형’(감독 톰 홀랜드, 1991) 속 척키 캐릭터의 무시무시한 표정 연기가 떠오를 정도로 매 순간 긴장과 소름을 유발한다는 얘기다.
“영숙이 같은 캐릭터도 보여 드리고 싶었다. 연쇄살인마, 사이코패스, 반사회적 인격장애 등 영숙을 수식하는 단어가 많은데 저는 어떤 인물이라고 정의 내린 뒤 출발하진 않았다. 그냥 하나의 인물로 생각했고 제가 납득이 가게 만들었다. 물론 누가 봐도 말도 안 되는 행동들을 하지만, 제가 연기하는 인물이기에 연기하는 것에 있어서 타당성을 찾아야만 했다. 보시는 분들이 설득돼야 하기 때문에 연기를 함에 있어서 저는 그 부분을 찾기 위해 노력을 했다”고 말했다.
출연을 결정한 이유에 대해 전종서는 “‘콜’은 시나리오 때문에 택했다. '버닝'을 소개한 이후 거의 곧바로 촬영에 들어갔던 거 같다”며 “영숙이라는 캐릭터는 연기하면서 꼭 한 번 해보고 싶었던 인물이었다”라고 대답했다.
‘하고 싶었던 이유가 무엇이냐’고 묻자 전종서는 “영숙을 악역이라고 생각했다기보다 아이콘처럼 만들 수 있겠다 싶었다”며 “아직은 영화에서 착한 역, 나쁜 역으로 나뉘는 거 같은데 저는 모두가 캐릭터라고 생각한다. 연기적으로 설명을 드린다면, 관객들이 악역에 대해 공감을 하고 그렇게 행동할 수밖에 없었겠다는 생각을 하실 거 같았다”고 캐릭터를 통해 관객을 설득하는 작업을 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전종서는 “이충현 감독님의 ‘몸 값’이라는 단편영화를 보고 너무 깜짝 놀랐다. 이 감독님이 ‘콜’을 연출한다는 얘기를 듣고 출연을 선택한 것도 있었다”고 추가 설명을 보탰다. 이 감독은 단편영화 '몸 값'(2015)으로 데뷔했으며 '콜'은 첫 번째 상업 장편영화다.
영숙과 서연(박신혜 분) 캐릭터에 대해 그녀는 “두 사람이 절대 만나지 못하는 선상에 놓여있지만, 평행으로 놓여 있다는 느낌을 받았다. 그렇기 때문에 만들어진 영화를 놓고 봤을 때도 두 캐릭터의 모습이 동시다발적으로 보였다. 에너지도 같아야 하고 공통적으로 보이길 바랐다”고 했다.
전종서는 “영숙이 무언가를 할 때 마치 거울처럼 존재하는 게 서연이었고, 역시 서연이 무슨 행동을 할 때 영숙이 거울 같은 존재였다”며 “영숙이 과열돼 있다면 서연이 그만큼 무너져야 했다. 예를 들어 영숙이 가까워지려고 다가가면 그만큼 서연이 멀어져야 했기 때문이 반비례하는 게 있었다”고 설명했다.
그녀는 “저희가 동시에 촬영했던 게 아니라 제 분량을 한 달간 먼저 촬영했고 이후 제가 찍은 걸 박신혜 선배가 모니터 하고 그 에너지에 맞춰서 서연의 에너지를 가져갔다. 서로가 서로에게서 답을 찾았던 거 같다. 그럴 수밖에 없었던 구조였다”고 촬영 과정을 설명했다.
치킨을 먹는 장면을 언급하자, “촬영을 시작하기 전에 저는 대본을 심도있게 팠다. 1페이지부터 마지막 페이지까지 감독님과 하루 종일 얘기를 했다. 제가 생각한 게 맞는지 감독님에게 확인하며 의견을 맞췄다. 그림을 흡사하게 맞춰놓고 촬영에 들어간 거다. 모든 장면에 대한 시뮬레이션을 이미 끝낸 뒤 촬영에 임했기 때문에 그날 그날 오늘 내가 찍을 촬영에만 집중을 했었다”고 회상했다. 
전종서는 “치킨 먹는 장면은 영숙의 모든 상황이 진행된 상황에서 나온 모습이다. 근데 그 장면을 첫 촬영날 찍어서 에너지를 높게 끌어올렸다. 저는 영숙의 감정이 점차 고조되고 낮아지는 모습을 숫자로 잡아놓았고, 오늘은 몇 번까지 끌어 올려야겠다는 생각을 갖고 임했다”고 표현 과정을 전했다.
“영숙이 팽이처럼 휙휙 도는 감정을 갖고 있는 거 같다. 어떤 일로 감정에 변화가 생긴다면 영숙은 남보다 더 과격하고 날이 서 있고, 과잉됐고, 과열돼 있다. 저는 그런 (성격적인) 부분을 특히 극대화시키려고 노력했다.”
전종서는 영숙을 단순히 악역이나 사이코패스가 아닌, 외롭고 연약한 인물로 봤다고도 전했다. “자신에게 오는 모든 요소들에 예민할 수밖에 없는 아이이기 때문에 작은 타격도 크게 받을 거라고 생각하면서 연기를 했었던 거 같다”고 밝혔다.
1994년생인 전종서는 사실 가수 서태지의 인기를 실감한 세대는 아니다. 이에 “유튜브를 통해 접했는데 왜 그렇게 많은 사람들이 서태지를 좋아하고 미쳐있었는지 열기를 느낄 수 있었다”라며 “서태지의 노래는 처음부터 끝까지, 빼놓은 음반 없이 다 들었다. 근데 모든 앨범에 스토리가 있더라. 요즘 노래는 비트에 치중하고 일렉트로닉 하게 바뀐 거 같은데 서태지의 음악엔 감동과 스토리가 있다. 모든 앨범이 하나의 작품 같아서 연기하는 데 있어서 많은 영감을 받았다”고 말했다.
‘콜’은 넷플릭스를 통해 전 세계 안방극장에서 상영 중이다. 러닝타임 112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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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넷플릭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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