똑같지 않아 더 좋은 김종관표 '조제', 결코 잊을 수 없는 아름다움[Oh!쎈 리뷰]
OSEN 선미경 기자
발행 2020.12.07 07: 32

애틋해서 더 아름답다. 다시 만난 한지민과 남주혁은 좀 더 깊은 사랑을 나눈다. 서로를 가장 아름답게 빛나게 해주는 애틋함, 아련함이 있어서 더 깊은 여운이다. 
자신을 조제로 불러달라는 그녀, 처음 만날 그날부터 조제(한지민 분)는 영석(남주혁 분)에게 잊을 수 없는 이름으로 남는다. 조제는 할머니와 단둘이 사는 집, 그곳에서 책을 읽고 상상하며 자신만의 세계를 살고 있다. 우연히 만난 조제에게 특별한 감정을 느끼기 시작한 영석은 조금씩 조제의 공간에 들어선다.
조제는 천천히, 그리고 솔직하게 다가오는 영석이 어렵고, 처음 경험해보는 사랑이 설레는 한편 가슴 아프다. 결국 자신에게 찾아온 낯선 감정, 자신만의 세계에 한 발씩 들어오는 영석을 밀어내려하는 조제다.

영화 ‘조제’(감독 김종관)는 지난 2003년 개봉된 일본 영화 ‘조제, 호랑이 그리고 물고기들’(감독 이누도 잇신)과 다나베 세이코의 동명 소설을 원작으로 하고 있다. ‘조제, 호랑이 그리고 물고기들’이 워낙 명작으로 꼽힐 뿐만 아니라 국내 관객들에게도 많은 사랑을 받은 만큼 김종관 감독의 시선으로 새롭게 태어난 ‘조제’에 대한 기대가 클 수밖에 없다.
김종관 감독, 한지민과 남주혁을 만난 ‘조제’는 새롭게 태어났다. 김종관 감독은 원작을 그대로 옮겨오는 대신 똑똑한 변주를 택했다. 주인공들에게 국내 정서와 맞는 현실을 입혔고, 이야기와 연기는 물론 음악과 공간까지 전체적인 흐름을 하나로 아름답게 맞춰놨다. 조제와 영석의 이야기를 따라가면서 공간과 음악에 담긴 감성까지 조화를 이룬다. 
눈 내리는 밤, 벚꽃비가 떨어지는 거리, 그리고 스코틀랜드의 풍경까지 아름다운 장면들은 ‘조제’의 감성을 온전히 전달받는 또 다른 관전 포인트다. 조제가 사는 공간인 집부터 영석과 함께 하는 놀이공원, 수족관까지 감성이 살아 숨쉰다.
무엇보다 이번 영화에서 돋보이는 것은 한지민과 남주혁의 ‘케미’다. 드라마 ‘눈이 부시게’ 이후 다시 만난 한지민과 남주혁은 깊고 아름다운 사랑을 나눈다. 풋풋하기도 애틋하기도 한 조제와 영석의 마음을 눈빛으로 아련하게 그려가는 두 배우들의 케미는 완성도에 더없이 중요한 역할을 해냈다. 
한지민은 눈빛만으로도 조제에 들어가 있었고, 그녀만의 감성으로 새로운 조제를 완성했다. 가장 아름다웠던 시간, 그리고 아픔 속에 결국 성장해내는 모습 역시 보기 좋다. 남주혁도 좋은 연기를 보여줬다. 복잡한 영석의 감정선을 훌륭하게 따라갔다. 남주혁은 이 시대 청춘의 얼굴이기도 한 영석에 완벽하게 몰입한 모습이다. 아파서 더 아름답고 잊기 힘들다.
김종관 감독의 ‘조제’가 더 와닿는 지점은 원작을 그대로 따라가지 않았다는 점이다. ‘조제, 호랑이 그리고 물고기들’이 워낙 좋은 작품으로 평가받는 만큼 비교는 피할 수 없는 상황. 김종관 감독은 부담감 속에서 그만의 시선과 감성으로 원작과는 다른 ’조제’를 완성하면서 관객들에게 새로운 분위기로 다가선다. 
일본 영화 속 조제보다 나이대를 올리며 분위기까지 바꿨다. 발랄하고 사랑스러웠던 일본의 조제를 지나 동화 속을 살고 있는 듯한 새로운 조제다. 또 김종관 감독은 영화 결말에 굳이 ‘왜?’라는 설명을 넣지 않았다. 직접적인 설명이나 하나의 결론보다는 관객들이 생각할 수 있는 여러 가지를 열어뒀다. 조제와 영석의 결말이 다른 사람들과 마찬가지로 하나의 이유로 결정지어 지지 않으므로 더 깊은 여운으로 다가온다. 
김종관 감독의 새로운 시선, 새로운 결이 잘 어우러진 작품으로 충분히 가치 있는 ‘조제’다. 다만 일본 영화의 분위기까지 복사판 리메이크를 원했던 관객들이라면, 새로운 ‘조제’가 많이 어색할 수도 있다. 비교를 빼놓고 본다면 김종관표 '조제'는 충분히 아름다웠다. 오는 10일 개봉. 러닝타임 117분. /seon@osen.co.kr
[사진]영화 스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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