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영화산업이 고사하기 직전이다. 1차로 토대가 되는 멀티플렉스 등 극장 산업이 무너졌다. 9일 영화 관계자들에 따르면 올 한해 영화관 관객수는 6천만~7천만 명 사이에 불과할 것으로 예상됐다.
이같은 수치는 역대 최다관객영화(영화관입장권 통합전산망 집계) 1~4위 네 개 영화 관객수와 엇비슷한 규모다. 지난 2014년 개봉한 '명량'은 1761만명을 동원해 굳건히 1위 자리를 지키고 있으며, 2위 '극한직업'(2019년) 1626만명, 3위 '신과함께-죄와벌'(2017년) 1441만명, 4위 '국제시장'(2014년) 1374만명의 순이다. 4위까지 관객수를 더한 숫자는 6255만 7786명이다.
한국 영화산업은 멀티플렉스 등 극장업의 토대 위에 배급 및 제작, 기획사 등이 피라미드로 쌓여진 구조다. 극장업이 붕괴되면서 재무구조 등이 더 취약한 상부 조직이 일순간 와르르 쏟아지고 있다.
지난 해 극장 관객수는 2억 2천만 명 선으로 올해 예상치의 4배 수준에 달한다. 문제는 국내 극장가의 손님이 코로나19 확산 증가세에 발맞춰 더 가파르게 줄고 있다는 점이다. 8일 박스오피스 1위를 달리는 영화 '이웃사촌'의 하루 관객수는 6584명에 불과하다. 5위까지를 더해야 겨우 1만 명을 넘어설 정도로 바닥을 기고있다. 정부의 사회적 거리두기 단계가 격상되기 이전에 비해 절반 아래로 뚝 떨어진 수치다.
극장가 최대 대목 가운데 하나인 연말연시에도 상황이 나아질 기미는 조금도 안 보인다. 거리두기 2.5단계 격상과 맞물려 공유 박보검 주연의 한국영화 기대작 '서복’(감독 이용주)이 최근 개봉 연기를 결정하는 등 악순환의 연속이다. 저녁 관객이 많은 극장에서 오후 9시 이후 영업을 할 수 없는 게 결정타로 작용했다.
연초 코로나19 확산과 함께 극장가는 정부 직접 규제의 직격탄을 맞았다. 밀폐된 공간에 많은 관객이 몰린다는 업종 특성으로 인해 첫번째 방역 타깃으로 손꼽혔다. 결과는 급격한 관객 감소로 이어졌고 극장업계는 막대한 적자로 존폐의 기로를 헤매고 있다.
극장업계는 억울하고 안타까운 심경을 토로하는 중이다. 철저한 방역과 한 좌석 띄어앉기 등의 선제 조치로 2차 감염자 ‘0’에 가까운 성과를 주목해달라는 호소다. 또 정부가 특별고용안정사업에서도 극장 등을 제외하는 바람에 코로나19에 따른 경영악화에도 별다른 지원은 끊겨있는 상황이다. 결국 직원 구조조정이 이어지고 있지만 최대 멀티플렉스인 CGV조차 적자규모가 3천억 원을 넘어설 정도로 위기를 겪는 중이다. /seon@osen.co.kr
[사진] 영화 포스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