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쉬’ 황정민의 이유 있는 변화가 묵직한 울림을 선사했다.
지난 18일 방송된 JTBC 금토드라마 ‘허쉬’(극본 김정민, 연출 최규식, 제작 키이스트·JTBC 스튜디오) 3회에서는 인턴 오수연(경수진)의 죽음으로 거세게 요동치는 매일한국의 모습이 그려졌다. 한준혁(황정민)은 침묵을 강요하는 현실에 맞서듯 다시 펜대를 움켜쥐었다. 6년 만에 자신의 이름을 걸고 올린 한 페이지의 기사는 세상을 떠들썩하게 만들며 변화를 예고했다.
이날 방송에서 매일한국 곳곳에 지각변동이 감지됐다. 오수연이 생을 마감한 지 하루도 되지 않아 편집국장 나성원(손병호)은 남은 인턴들에게 수습기자 발령을 통보하고 위기를 모면하려 했다. 이지수(임윤아)를 비롯한 동료들은 그가 했던 말들을 듣고도 모른 척하며 누구도 선뜻 나서지 못했다. 박명환(김재철) 사장과 나국장은 또 다른 이슈로 오수연의 뉴스가 묻히길 바라며 묵묵부답으로 일관했고, 데스크의 지시를 받은 디지털 뉴스부 엄성한(박호산) 부장은 인턴들에게 오수연의 장례식 참석까지 막으며 단속에 나섰다.
이지수가 직시한 현실은 상상 이상으로 가혹했다. 가슴은 뜨겁게 끓어오르기 시작했고, 슬픔과 분노로 뒤섞인 감정의 불씨는 한준혁에게로 튀었다. 오수연의 유서를 곱씹던 한준혁 앞에 불쑥 나타나 “수연 언니는 자살한 게 아니에요. 타살당한 거지”라며 알 수 없는 말들을 늘어놓았다. 하지만 이지수는 오수연의 마지막 모습과 함께, 지난밤 엘리베이터가 닫히던 찰나의 순간을 생생하게 기억하고 있었다. 이해할 수 없다는 한준혁에게 “선배 역시 왜, 라는 질문에 그렇게 자유로울 수 있는 사람은 아니잖아요”라고 쏘아붙이는 이지수의 모습은 그를 괴롭게 했다.
인턴의 죽음은 언론의 민낯을 그대로 보여주고 있었다. 경쟁이라도 하듯 어뷰징 기사가 쏟아졌고, 매일한국도 예외는 아니었다. 그런 가운데 한준혁은 엄부장의 부탁으로 부고 기사를 맡게 됐다. 복잡한 심경으로 하염없이 송고창만 바라보던 그는 이지수의 일침과 오수연의 인사를 떠올리며 “지금 당장 중요한 건 누가, 왜, 이런 것들을 따지는 게 아니라 우선 수연이의 물음에 대답하고 수연이와 잘 작별하는 것”이라 되뇌었다. 그렇게 고쳐 쓴 부고 기사는 또 다른 ‘오수연’으로 살아가는 취업준비생, 비정규직, 단기 계약직, 인턴들의 마음에 불씨를 당겼다. SNS의 추모 물결에서 이어진 청춘들의 조문 행렬은 한준혁의 마음도 움직였다. “나, 돌아버린 게 아니라, 돌아온 거야”라고 선언하는 그의 얼굴에는 희미한 미소가 번지기 시작했다.
한편, 이지수는 동료들 몰래 장례식장을 찾았다. 6년 전 아버지의 장례식에서 밀어냈던 빨간 육개장을 눈물과 함께 삼키며 그 역시 오수연과 작별했다. 어떤 다짐이라도 한 듯 감정을 추스른 이지수는 한준혁에게 부고기사를 봤다며 “작별 잘 했으니까, 이제 누가 수연 언니를 죽였는지 알아봐야죠”라고 말했다. 하지만 여전히 납득할 수 없다는 한준혁의 반응에 “기자라면 한 명쯤은 잊지 말고 끝까지 파봐야 되는 것 아니에요?”라며 울컥했고, 끝내 이지수는 “6년 전 선배한테 무슨 일 있었는지 다 알아요”라고 고백했다. 한준혁과 이지수의 요동치는 감정이 변화를 예고하며 궁금증을 더했다.
‘허쉬’는 월급쟁이 기자들의 현실을 있는 그대로 그려내며 폭넓은 공감을 선사했다. 여기에 부조리와 불합리로 점철된 우리 사회의 이면을 꼬집으며 던진 화두는 가슴 묵직한 울림을 안겼다. 진실에 침묵하고, 거짓과 타협하며 모든 것을 덮으려는 나국장과 박사장의 모습은 씁쓸했다. 하지만 변화의 바람은 예상치 못한 곳에서 일기 시작했다. 오수연이 남긴 ‘노 게인, 노 페인’이 사람들의 마음을 움직인 것. 한준혁은 다시 펜대를 쥐고 ‘진짜 기자’가 되리라 결심했고, 현실을 직시한 이지수의 눈빛은 더욱 단단해졌다. 매일한국에 감지된 지각변동은 월급쟁이 기자들에게 어떤 변화를 가져오게 될지 이들의 활약을 더욱 기대케 만든다.
한편, ‘허쉬’ 4회는 19일 밤 11시에 JTBC에서 방송된다. /elnino8919@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