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예능은 내 삶의 전부가 된 것 같다.”
가수 김종국이 ‘2020 SBS 연예대상’에서 대상의 주인공이 됐다. 가수로서 연예대상을 수상하는 것은 매우 이례적인 일. 이로써 김종국은 이효리와 함께 가요대상과 연예대상을 모두 사상하는 기록을 세우게 됐다.
대상을 수상한 김종국은 예능에서 자신을 이끌어준 유재석과 강호동에게 고마워한 것은 물론, 무엇보다 SBS 예능을 아끼고 사랑해준 시청자들에게도 감사 인사를 전했다. 평소와 달리 긴장하고 울컥하는 모습을 보여주면 떨리는 소감을 전한 김종국이다.
김종국은 먼저 “제가 이런 감정이 올 줄 몰랐다 진짜. 제가 가수로 대상 받아봤다. 그때는 안 이랬다. 너무 덤덤해서 그 이후에 ‘내가 그때 상 받았던 걸 왜 즐기지 못했을까’ 했다”라며, “그만큼 이게 나한테 너무 가치 있었던 것 같다”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김종국은 “재석이 형한테 상을 받았다. 나는 잘 모르는 분들도 계시겠지만 가수였다. 음반이 나오면 가수로서 홍보하는 수단으로 나왔고, 때로는 하기 싫어서 재석이 형이 뭘 시키면 째려보면서 복화술로 ‘하지 말라’고 했다. 내가 그렇게 할 만큼 그 정도로 내가 예능을 할 줄 몰랐고, 사람들 앞에 서는 것 자체가 너무, 그러니까 숫기가 없던 사람이었다”라며, “그런데 ‘X맨’이란 프로그램 하면서 재석이 형, 호동이 형을 만나서. 지금은 음악이 있지만 예능은 삶의 전부가 된 것 같다”라고 고마움의 인사를 전했다.
특히 김종국은 “코로나 때문에 많이 힘드시잖아요, 어찌 보면 올 한 해가 원래 가지고 있던 당연하다고 생각하는 것을 참 더 감사하다고 생각하게 만들어주는 한 해였던 것 같다. 이게 잘 마무리돼서 다시 활기찬 세상이 오더라도 오히려 올해를 잊지 않고 살 수 있는 좋은 교훈이 되는 한 해가 될 거라고 생각한다. 많은 분들 힘내시고, 내가 열심히 일하는 모습을 마저도 보여드리는 것이 죄송할 정도로 많이 힘들다. 내가 할 수 있는 최대한으로 조금이라도 즐거운 드리고 웃음 드리려고 노력하겠다”라고 코로나19로 힘든 시간을 보내고 있는 대중에게도 응원을 전했다.
김종국은 올 한 해 ‘런닝맨’과 ‘미운 우리 새끼’에 출연하며 많은 활약을 보여준 만큼, 대상 수상에 동료들도 시청자들도 아낌 없는 축하를 보내고 있다. 유재석은 직접 김종국에게 대상을 수상하며 “정말 받을 분이 또 받는 것 같다”라며 축하를 보냈다.
신동엽도 “너무 늦은감이 있다. 충분한 자격이 있다. 너무나 많은 분들이 내 일처럼 기뻐하고 있다”라며 김종국을 축하해줬다. 시상식 현장의 동료들 모두가 기뻐하는 수상이었다.
유재석과 신동엽도 인정한 김종국의 대상 수상이 있기까지 15년, 김종국의 예능사를 짚어봤다.
# X맨
김종국의 예능 입문작은 아니지만 그를 예능계에서 주목받게 만들어준 프로그램은 단연 SBS ‘X맨’이었다. 유재석과 강호동이 공동 진행을 맡았고, 당시 주목받는 수많은 가수와 방송인들이 출연했던 프로그램이다.
특히 김종국은 ‘X맨’에서 게임에 탁월한 실력을 발휘한 것은 물론, 당시 가수 윤은혜와 러브라인을 형성해 인기를 얻기도 했다. 이른바 윤은혜의 ‘썸남’으로 두 사람의 예능 로맨스가 주목받았고, 아직까지도 예능계 원조 커플로 회자되고 있다. '런닝맨'에서 멤버들은 아직도 김종국을 놀리며 종종 언급하기도 한다. 예능에서 김종국의 이미지를 굳히는데 결정적인 역할을 했던 프로그램이라고 할 수 있다.
# 패밀리가 떴다
김종국이 다시 예능계의 핵으로 재부상하게 된 프로그램은 당시 최고의 인기를 얻었던 SBS 예능프로그램 ‘패밀리가 떴다’였다. 김종국은 소집해제 후 ‘패밀리가 떴다’ 고정 멤버로 합류하면서 인기를 얻었다.
‘패밀리가 떴다’는 시골의 한 농가를 찾아 주인 어르신들을 여행보내드린 뒤, 1박2일간 그 집에 머물며 일손을 돕고 친목을 다지는 프로그램. 유재석과 이효리를 필두로 윤종신, 김수로, 박예진, 빅뱅 대성까지 탄탄한 라인업을 자랑했다. 김종국은 뒤늦게 합류했음에도 프로그램에 자연스럽게 녹아들었고, 근육과 힘의 상징으로 캐릭터를 잡으면서 다시 예능 전성기를 맞기 시작했다.
# 런닝맨
그리고 김종국의 활약은 ‘런닝맨’으로 이어졌다. 지난 2010년 시작돼 올해 10주년을 맞은 ‘런닝맨’은 김종국의 예능사에 빼놓을 수 없는 프로그램. 물론 중간에 위기도 있었지만 원년 멤버로 10년 동안 활약해오면서 프로그램의 인기를 이끌었다. 게임을 통해 미션을 해결하는 프로그램인 만큼 김종국의 활약 역시 컸다.
김종국이 대상 소감에서 ‘런닝맨’ 멤버들의 얼굴을 보고 울컥했다고 밝혔을 정도로 그에게 각별한 프로그램일 수밖에 없다. 이번에도 유재석과 호흡을 맞춘 김종국은 ‘런닝맨’을 통해 예능인으로 확실하게 자리 잡을 수 있었다.
# 미운 우리 새끼
김종국은 지난 2018년 ‘미운 우리 새끼’에 합류하면서 다시 한 번 예능에서 정점을 찍었다. ‘미운 우리 새끼’는 스타들의 어머니들도 함께 하는 프로그램인 만큼 가족을 노출시키는 것에 대한 부담도 있었을 법하지만 이로 인해 김종국은 더욱 바르고 반듯한 이미지가 되기도 했다.
김종국은 ‘미운 우리 새끼’를 통해서 그동안 버라이어티에서 보여주던 모습과는 다른 모습도 보여줬다. 리얼한 일상을 담는 프로그램인 만큼 인간 김종국에 좀 더 다가갔다. ‘런닝맨’에서 보여주던 모습과는 또 다른 김종국의 인간적인 모습은 좋은 반응을 얻었다. 결국 김종국은 ‘런닝맨’과 ‘미운 우리 새끼’를 통해서 예능 전성기를 이어가며 올해 대상의 주인공이 됐다. /seon@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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