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중문화예술 분야 우수자도 군 입대를 연기할 수 있는 병역법 개정안이 공포된 가운데 업계에서는 "법안의 혜택을 받을 수 있는 대중문화예술인은 BTS 외에 전무하다"는 우려 섞인 목소리를 내고 있다.
앞서 국방부는 지난 22일 군 징집∙소집을 연기할 수 있는 대상에 '대중문화예술 분야 우수자'를 추가하는 내용의 병역법 일부개정법률안을 공포했다.
국방부에 따르면 입영연기 대상의 구체적인 범위 등은 향후 대통령령 개정 시 규정한다. 또한 국방부는 이로 인해 입영 연기가 남발되지 않고 최소화되도록 엄격히 정할 계획이며, 문화 훈·포장을 받은 수훈자 중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이 국위선양에 공이 있다고 추천한 자에 대해 만 30세까지 입대를 늦출 방침이다.
이와 관련해 한국음악콘텐츠협회(음콘협) 측은 24일 "22일 공포된 병역법 개정안에 따라 대중문화예술 분야 우수자도 군 입대를 연기할 수 있는 길이 열렸다"며 "하지만 대상자를 정하는 시행령에서 그 자격을 '훈.포장 수상자 중 문체부장관 추천인'으로 한정할 것을 검토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사실상 이 법안의 혜택을 받을 수 있는 대중문화예술인은 BTS를 제외하면 전무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입장을 밝혔다.
음콘협 측은 "현재 대중문화예술인에게는 포장 없이 훈장만 주어지는 상황으로, 훈장 수상자로 추천을 받으려면 해당 분야 활동 15년 이상의 조건이 필요하다. K팝 가수들이 10대 중후반부터 활동을 시작하는 현실상 15년 경력조건을 충족하려면 30대가 넘은 상태이므로 사실상 혜택이 불가능하다"고 전했다.
또한 "지금까지 훈·포장을 수상한 가수의 평균 연령대는 67.7세로 입영연기 기준으로는 부적합하다는 것이 중론”이라며 “여타 순수 예술인과 스포츠인들에게 주어지는 병역 면제가 아니라, 만 28세 이전의 군입대 의무를 만 30세까지 연기해주는 조건이기에 형평성의 문제는 더욱 불거질 것"이라고 지적했다.
앞서 방탄소년단은 지난 2018년 한류와 우리말 확산의 공로를 인정받아 이례적으로 화관문화훈장을 받았다. 이에 방탄소년단이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의 추천을 받으면 새로운 병역법의 대상자로 분류, 방탄소년단에서 가장 나이가 많은 진은 2022년까지, 막내인 정국은 2027년까지 각각 입대를 연기할 수 있게 된다.
한국음악콘텐츠협회 최광호 사무총장은 "국가에서 케이팝을 통한 국가 브랜드 제고의 공로를 인정하여 어려운 상황에서도 좋은 취지의 제도를 만들어준 것에 감사한다"며 "하지만 실질적으로 아무도 적용 받을 수 없는 법안이 된다면 어떠한 의미가 있는지 되묻고 싶다. 정부 방침으로 시행령이 만들어지면 제2의 BTS가 나와도 혜택을 받는 것이 불가능하다"고 밝혔다.
이어 "이 법안이 단순히 BTS 병역문제만 아니라 케이팝 산업진흥을 위한 정부의 통큰 결정이라고 본다면, 분명 법안의 취지와는 다르게 시행령을 설계하고 있는 것이라는 점에서 재고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mk3244@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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