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O가 팬 사찰 논란이 있는 키움 히어로즈에 대한 처분을 또 한 번 유보했다.
KBO는 지난 22일 상벌위원회를 열고 키움 문제를 어떻게 해결할지 논의했다. 오랜 회의와 심의에도 결론을 내지 못한 상벌위는 키움의 추가 소명 요청을 받아들여 결정을 하루 연기했다.
하지만 KBO는 23일에도, 또 하루가 24일에도 결론을 내지 못했다. 상벌위에서 23일 최종안을 정운찬 총재에게 보고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올해를 마지막으로 임기가 끝나는 정운찬 총재는 자신의 마지막 과제를 두고 고심하는 모습이다.
이번 의혹에 대한 사실관계는 크게 복잡할 것이 없다. 지난해 6월 허민 이사회 의장이 2군 선수들과 캐치볼 등을 하는 영상이 언론에 공개되면서 논란이 일었다. 그런데 올해를 마지막으로 키움 유니폼을 벗은 이택근이 지난 11월 허민 의장의 논란이 있었을 당시 구단이 CCTV로 팬을 사찰하고 자신에게 제보자에 대한 정보를 강요했다며 징계 요청서를 제출해 논란에 불이 붙었다.
KBO는 조사에 나섰고 양 측의 주장을 모두 취합해 어느정도 사실 관계를 정리한 상황이다. 키움측에서는 CCTV로 제보자를 확인한 것은 맞지만 보안상의 이유였고 일반 팬인 것을 확인한 뒤에는 별도의 조치를 취하지 않았기 때문에 절대 사찰은 아니라고 해명했다. 이택근에게 제보자에 대해 물어본 것도 김치현 단장의 개인적인 호기심이라는 설명이다.
키움과 이택근 모두 해석에 차이는 있지만 구체적으로 어떤 일이 있었는지에 대해서는 큰 이견이 없다. 상벌위에서도 양 측의 소명을 듣고 나름의 결론을 내렸고 정운찬 총재에게 보고까지 마쳤다.
사실 관계 자체는 단순한 사안이지만 명확한 규정이 없는 것이 문제다. 이택근은 품위손상을 이유로 징계를 요청했는데 해당 조항에서 정하고 있는 처벌 대상 행위 중 이번 키움 논란에 적용할 수 있는 것은 없다.
처벌 행위를 명시한 표에서 기타란에 “이 표에서 예시되지 않은 품위손상행위를 하였을 경우 이 표의 예에 준하여 적절한 제재를 가할 수 있다”라고 나와 있지만 ‘적절한 제재’가 어떤 징계인지는 결국 주관적인 판단이 들어갈 수밖에 없다.
KBO 관계자는 “총재께서 좀 더 생각을 하고 결정하려고 하시는 것 같다. 크리스마스 연휴도 있기 때문에 이번주에 결과를 발표하기는 어려울 것”이라면서도 “다음 총재에게 이 문제를 넘기지는 않으실 것이다. 총재 본인의 의지도 강하시다. 오늘 종무식을 마쳤지만 다음주에도 만일의 상황에 대비할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KBO의 고민이 길어지면서 키움에 중징계가 나오는 것이 아니냐는 예측도 점점 힘을 얻고 있다. 모두가 예상할 수 있는 처분이 나온다면 이렇게 길게 고민할 이유가 없기 때문이다.
키움측에서는 이번 논란이 시작됐을 때부터 규정에 어긋나는 일은 하지 않았다고 자신했다. 이택근은 “구단에서 진정한 사과를 하지 않는다면 법정 공방도 불사하겠다”라며 강경한 입장을 천명했지만 키움 역시 “KBO에서든 법정에서든 확실하게 문제를 해결하는 것이 오히려 낫다”라며 자신감을 보였다.
키움의 자신감에는 이번 일에 구체적으로 적용할 수 있는 규정이 모호하다는 점도 깔려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KBO 관계자는 “키움에 징계를 내린다면 적용할 수 있는 규정이 없지는 않다. 품위손상 조항에 포괄적으로 해석될 수 있는 문구도 명시되어 있고 총재 부칙에서 징계 근거를 찾을 수 있다. 그렇지만 징계에 확실한 근거가 필요한 것은 분명하다. 터무니 없는 처분이 내려지지는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정운찬 총재 임기 마지막 과제로 남은 키움 논란이 어떤 식으로 해결될지 이목이 집중된다. /fpdlsl72556@osen.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