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사 스타강사로 방송가에서 뜨거운 러브콜을 받고 있는 설민석의 신화가 무너졌다. 선을 넘은 표절률을 보인 논문과 역사 왜곡 등 한국사 강사로서는 치명적인 2연타를 맞아버린 것. 겸손한 마음으로 더 배우고 공부하겠다면서 복귀 가능성을 남기긴 했지만 그를 보는 시선은 아직 반반이다.
단국대학교 연극영화과를 나와 연세대학교 교육대학원에서 역사교육학 석사 학위를 받은 설민석은 2002년부터 한국사 강사로 활약했다. 강의를 통해 스타 강사로 주목을 받던 설민석이 전국구 스타강스로 발돋움 한 건 2012년 MBC ‘무한도전’에 출연하면서부터다.
연극영화과 출신인 설민석은 자신의 전공을 살려 자칫 딱딱하고 어려울 수 있는 역사를 쉽고 재미있게 풀어냈다. 설민석의 연기와 긴장감을 높이는 스토리텔링 등이 더해지면서 그의 강의에 많은 이들이 몰입하게 됐고, 이를 바탕으로 설민석은 다양한 방송 등에서 러브콜을 받으며 뜨거운 사랑을 받았다.
MBC ‘선을 넘는 녀석들’, tvN ‘요즘 책방 : 책 읽어드립니다’ 등에 출연하고 SBS ‘집사부일체’에 사부로 출연하는 등 주목을 받은 설민석은 지난 12일 tvN ‘설민석의 벌거벗은 세계사’에도 출연하며 자신의 이름을 건 첫 프로그램을 선보이는 쾌거를 이뤘다. 이런 방송 활동의 결과로 설민석은 ‘2019 MBC 방송연예대상’에서 버라이어티 부문 특별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그만큼 대중은 설민석을 신뢰했고, 그와 함께 출연하는 스타들도 그를 신뢰했다. 하지만 그 신뢰는 2주 만에 와르르 무너져내렸다.
설민석이라는 브랜드가 가진 신뢰에 금이 생긴 건 ‘역사 왜곡’이다. ‘3‧1운동 당시 민족 대표 33인이 ‘룸살롱’인 태화관에서 낮술을 마셨다’ 등의 논란이 있었던 가운데 자신의 이름을 건 ‘설민석의 벌거벗은 세계사’ 첫 회였던 독일 편부터 역사 왜곡이 불거졌다. 특히 2회 이집트 편을 본 곽민수 한국이집트연구소장은 “사실관계 자체가 틀린 게 너무 많아 하나하나 언급하기 힘들 정도”라며 “재미있게 역사 이야기를 한다고 사실로 확인된 것과 그냥 풍문으로 떠도는 가십거리를 섞어서 말하는 것에 저는 정말 큰 문제 의식을 갖고 있다. 그런데 설민석이 진행하는 프로그램은 그 문제의식의 극치라고 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연이은 역사 왜곡 논란에 설민석은 “강의 중 오류를 범했고, 그 부분을 자문위원께서 지적을 해주셨다. 제작진이 시청자 분들에게 사과의 말씀을 드렸다. 제작진은 아무 잘못이 없다. 내가 부족하고 모자라서 생긴 부분인 것 같다. 여러분의 말씀들, 더 잘하라는 채찍질로 여기고 더 성실하고 열심히 준비하는 모습 보여드리겠다”고 사과했다.
역사 왜곡으로 금이 생긴 가운데 설민석이 가진 ‘신뢰’의 벽은 ‘논문 표절’이라는 펀치를 얻어 맞고 ‘와르르’ 무너졌다. 그가 2020년 연세대학교 교육대학원 졸업 당시 제출한 석사 논문 ‘한국 근현대사 교과서 서술에 나타난 이념 논쟁 연구’가 논문 표절 검증 사이트 ‘카피킬러’ 분석에서 표절률 52%를 나타낸 것. 747개 문장으로 이뤄진 설민석의 석사 논문 중 187개 문장이 표절률 100%를 기록했고, 표절의심문장은 332개로 분석됐다. ‘복붙’(복사해서 붙여넣기‘한 부분도 많았다.
설민석은 “연구를 게을리하고, 다른 논문들을 참고 하는 과정에서 인용과 각주 표기를 소홀히 하였음을 인정한다”며 “제 강의와 방송을 믿고 들어주신 모든 분들, 학계에서 열심히 연구 중인 학자, 교육자분들게 누를 끼쳐 죄송하다. 다시는 이런 일이 반복되지 않도록 모든 일에 더 신중히 임하겠다”며 “저에게 보내주셨던 과분한 기대와 신뢰에 미치지 못해 참담한 심정이다”고 밝혔다.
책임을 통감한 설민석은 출연 중인 모든 방송에서 하차했다. tvN ’벌거벗은 세계사‘와 MBC ’선을 넘는 녀석들‘에서 하차한 것. ’벌거벗은 세계사‘ 측은 “향후 방송과 관련해서는 정해지는대로 말씀드릴 것”이라고 말을 아꼈고, ’선을 넘는 녀석들‘은 이번주 방송(1월 3일)은 결방하며 향후 프로그램 방향에 대해 논의 중이라 전했다.
방송에서 하차한 설민석은 유튜브 ’설쌤TV’도 중단한다. ‘설쌤TV’ 측은 커뮤니티에 “당분간 재정비의 시간을 갖도록 하겠다. 코로나에 건강 유의하세요”라는 공지를 남겼다. 재정비 이유를 명확하게 밝히지는 않았지만 설민석의 강의가 주 콘텐츠가 되는 만큼 역사 왜곡, 논문 표절 논란이 그 배경이 되지 않았느냐는 추측이 이어지고 있다.
역사 왜곡과 논문 표절이라는 2연속 치명타에 ‘설민석’이라는 브랜드는 무너지고 말았다. 스타 강사의 뒷모습은 그저 씁쓸할 뿐이다. /elnino8919@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