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쉬' 작가 "곰탕→치킨, 밥벌이 위해 고군분투 중인 모든 이 응원"
OSEN 장우영 기자
발행 2020.12.31 16: 05

‘허쉬’가 음식에 삶을 투영한 회차별 부제로 특별한 공감을 더하고 있다.
JTBC 금토드라마 ‘허쉬’(극본 김정민, 연출 최규식, 제작 키이스트 JTBC 스튜디오)가 회를 거듭할수록 진한 여운을 안기고 있다. “밥은 펜보다 강하다”는 월급쟁이 기자들의 밥벌이 라이프는 세대와 성별을 초월하는 현실 공감으로 시청자들을 웃기고 울렸다. 여기에 매회의 시작을 알리는 회차별 부제도 화제를 모았다. 드라마의 전반을 관통하는 1회의 ‘밥’을 시작으로, 각 회차의 핵심 소재이자 중심 서사와 궤를 같이하는 ‘음식’을 부제로 내걸어 이목을 집중시킨 것. 호기심을 자극하는 동시에, 그 안에 함축된 의미를 곱씹게 하며 또 다른 재미를 선사하고 있다.
앞서 최규식 감독은 “기자들이 먹고사는 이야기를 다루다 보니 음식을 떼려야 뗄 수 없었다. 김정민 작가도 주제와 음식의 연관성을 염두하고 대본을 집필했다. 음식과 에피소드가 어떻게 이어지는지 보는 것도 또 하나의 관전 포인트”라고 꼽은 바 있다. 김정민 작가 역시 “다양한 음식들이 상징하는 의미에 삶을 투영, 이 순간도 밥벌이를 위해 고군분투 중인 모든 이들을 응원하고 싶었다”며 의도를 밝혔다. 이에 시청자들의 마음에 짙은 여운을 남긴 회차별 음식 부제를 짚어봤다.

방송화면 캡쳐

▲ ‘곰탕’ (2회) : 한준혁X이지수, 더 뜨겁고 거창하게 끓어오르다!
한준혁(황정민)에게 ‘곰탕’은 마음의 빚이었다. 매일한국이 보도한 가짜 뉴스로 억울하게 세상을 등진 이용민(박윤희) PD에 대한 미안함과 죄책감 때문이었다. 6년 전 그날 이후, 한준혁의 마음은 한동안 뜨지 못한 곰탕처럼 식어서 굳어버렸다. 하지만 인턴 오수연(경수진)의 정규직 전환 문제로 나성원(손병호) 국장과 대립한 그는 후배들에게 “옆에서 누가 뭐라고 지껄이든, 불 끄지 말고 더 뜨겁게 끓었으면 좋겠어”라고 당부했고, 자신 역시 “먹다가 식었으면 다시 끓이든가 해야지”라는 김현도(전배수) 형사의 한 마디에 마음에 불씨를 당겼다. 지난 6회 방송에서는 이용민 PD가 남긴 ‘곰탕’이라는 시의 내용처럼, 더 뜨겁고 거창하게 끓어오를 한준혁과 이지수의 변화를 예고해 기대감을 고조시켰다.
김정민 작가도 2회 ‘곰탕’을 기억에 남는 부제 중 하나로 꼽았다. 그는 “삶이건 사랑이건 누구나 영원히 끓기만을 바라지만, 열정이란 세월과 현실 앞에 끝내 차갑게 식어버리는 게 세상의 이치”라며 “다만, 한 번쯤 뜨겁게 끓어볼 기회조차 제대로 주어지지 않는 젊은 청춘들에게 준혁은 선배로서의 부채감, 기자로서의 죄책감이 있다. ‘곰탕’은 아직 그 불 끄지 말라고 토로하는 준혁의 입을 통해, 아직 기회를 얻지 못한 청춘들에게 따뜻한 위로의 말 한마디라도 건네주고 싶었다”고 전했다. “더불어 그런 말을 내뱉으면서도 정작 오래전 불을 꺼버린, 준혁과 같은 세상의 모든 ‘고인물’들에게도 아직 끝나지 않았다고, 다시 불을 켜면 된다는 희망도 주면서”라고 덧붙였다.
▲ ‘육개장’ (3회) : “노 게인, 노 페인” 인턴 오수연과 작별하는 방법
한준혁, 이지수는 냉혹한 현실 앞에 소중한 사람들을 잃는 슬픔을 겪었다. 3회의 부제인 ‘육개장’은 그들의 장례식에서 빠지지 않고 등장하는 음식이었다. 과거 이지수는 아버지의 마지막 모습이 떠올라 육개장을 밀어냈고, 한준혁도 오수연의 장례식에서 연거푸 술잔만 들이켰다. 하지만 오수연이 남기고 떠난 ‘아무것도 얻으려고 노력하지 않는다면 고통도 없을 것이다’라는 메시지, ‘노 게인, 노 페인’은 대한민국 어딘가에서 또 다른 ‘오수연’으로 살아가는 취업준비생, 비정규직, 단기 계약직, 인턴들의 마음을 움직였다. SNS의 추모 물결에서 이어진 조문 행렬 풍경은 조금 특별했다. 무언의 약속처럼 각자 육개장 컵라면을 들고 장례식을 찾은 것. 이에 한준혁은 “작별을 하려면 마지막으로 육개장 한 그릇 정도는 같이 하는 게, 고인과 상주에 대한 예의고 문상 온 사람들의 책임”이라며 숟가락을 들었고, 이지수 또한 눈물로 첫술을 뜨며 감동을 불러왔다.
김정민 작가는 “지수는 피투성이가 되어 돌아온 아버지가 생각나 빨간 육개장을 차마 먹지 못했다. 하지만 수연의 장례식에 자발적으로 모여든 청춘들은 각자 육개장 컵라면을 하나씩 들고 나타난다. 그 모습에 지수도, 준혁도 육개장을 먹게 된다”는 설명과 함께, “때때로 온라인상의 청춘들을 보며 안타까운 탄식이 흘러나올 때도 있지만, 어떨 때는 가슴 뻐근한 감사와 감동을 느끼기도 한다. 기본을 아는 청춘들에게 감사를 전하고 싶었다”며 숨겨진 의미를 밝혔다.
▲ ‘양념 반, 후라이드 반’ (6회) : 치킨과 아버지, 그리고 “세상에 반반은 없다”
6회의 부제인 ‘양념 반, 후라이드 반’에는 아버지를 향한 이지수의 그리움이 담겨있었다. 엄마 강여사(이지현)와 치킨집을 찾은 이지수는 “치킨에 뭘 묻히는 건 닭에 대한 예의가 아니고, 치킨에 대한 모독”이라던 아버지의 말을 떠올리며 웃었다. 하지만 모녀(母女)는 생전에 청렴하고 결백했던 언론인이자 남편, 아버지 이용민에 대한 원망과 슬픔을 늘어놓았다. 이지수는 “치킨에 양념 좀 묻혔다고, 그게 뭐 대수라고. 훨씬 더러운 것 묻히고도 시치미 뚝 떼고 잘 먹고 잘사는 사람들 수두룩한데… 얼마나 거창하고 고고한 일 한다고 그깟 가짜뉴스 따위에! 이게 뭐, 얼마나 더럽혀졌다고”라며 울컥 차오르는 감정을 토해내 시청자들의 눈시울을 붉혔다.
그러나 이지수는 자신의 첫 기사가 데스크에 의해 다시 쓰여지는 과정을 지켜보며 그런 아버지와 한준혁을 조금은 이해할 수 있게 됐다. 양념 반, 후라이드 반 치킨을 두고 마주 앉은 한준혁에게 “난 아빠처럼 후라이드 치킨만 고집할 생각 없어요. 뭐 좀 묻었으면 어때요? 입에 들어가면 어차피 다 똑같은 치킨인데. 그냥 적당히 반반 섞어서 어중간하게 살아야죠”라는 이지수. 그 모습에 한준혁은 무거운 책임감을 느꼈고, 이지수는 “치킨은 결정 못 내리겠으면 그냥 반반 시켜도 상관없지만, 후배가 적당히 반반 섞어서 어중간하게 버틸 거라고 말할 때는 그러면 안 된다고 해야 하지 않냐”며 “나 진짜 기자 만들어 줘요”라고 부탁했다. 여기에 방송 말미에는 부정부패로 얼룩진 매일한국 곳곳의 모습이 비춰졌다. 그 위로 더해진 “세상에 반반은 없다”는 한준혁의 내레이션과 “죄를 지었다면 정당하게 대가를 치러야지”라는 결의에 찬 목소리는 두 사람의 ‘정면돌파’를 더욱 기대케 했다.
한편, JTBC ‘허쉬’ 7, 8회는 신년 특집 프로그램으로 휴방하고 오는 1월 8일, 9일에 방송된다. /elnino8919@osen.co.kr

Copyright ⓒ OSEN.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