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성치⋅성룡 닮고파"..차인표, '차인표'로 젠틀맨 틀을 깨다(종합)[인터뷰]
OSEN 선미경 기자
발행 2021.01.07 13: 42

배우 차인표(54)가 틀을 깨고 나왔다. ‘바른생활 사나이’, ‘젠틀맨’으로 설명되던 이지미를 깨고 새로운 도전에 나서 관객들을 즐겁게 해주고 있다. 웃음과 짠함이 동시에 느껴지는 영화 ‘차인표’를 통해서다. 
차인표는 7일 오전 화상으로 넷플릭스 영화 ‘차인표’(감독 김동규) 개봉 인터뷰를 진행했다. 지난 1일 넷플릭스를 통해 전 세계에 공개되면서 많은 관심을 받고 있는 작품이다. ‘차인표’는 대스타였던 배우 차인표가 전성기의 영예를 되찾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과정을 코믹하게 그려냈다. 
사실 차인표는 영화 ‘차인표’ 출연을 한 차례 거절한 바 있다. 5년 전인 2015년 출연 제의를 받았지만 쉽게 출연을 결정하지 못했던 것. 4년 후 다시 차인표에게 제의가 왔고, 이번에는 큰 결심을 하고 출연을 결정하게 됐다. 

차인표는 “5년 전에 2015년이었는데 그 당시까지는 간간이 영화 제의도 있었고, 미국 영화 제의도 있었다. 이것 저것 좀 더 해볼 수 있는 여지나 기회가 있었던 것 같다”라며, “대본을 봤을 때 기획도 신박하고 제목도 내 이름으로 돼 있어서 실험적이어서 참여하고 싶기도 했다. 워낙 저예산으로 된 기획이고 영화를 만든다고 해도 제대로 배급될 수 있을까 싶었다”라고 솔직하게 말했다. 
이어 차인표는 “그리고 나서 4년이란 세월이 흐르면서 계속 경력의 정체기가 오더라. 영화가 됐든 좀 더 해보고 싶고, 팬 여러분들에게 아직도 열심히 활동하고 있다는 것을 상기시켜주고 싶었다. 그러려면 강력한 한 방이 있어야 하는데 정체기를 겪다 보니까 다시 일하고 싶은 마음이 있었다. 그런 상황에서 다시 해보고 싶다는 제의를 해서 하기로 결정했다”라고 이번 작품에 출연한 이유를 밝혔다. 
오랜만에 출연한 영화는 극장이 아닌 넷플릭스를 통해서 관객들을 만나게 됐다. 코로나19가 좀처럼 잦아들지 않으면서 넷플릭스를 통한 공개를 택한 것. 극장에서 관객들을 만날 기회가 없어 아쉽기도 하지만, 개봉을 못하고 있는 작품들이 많은 상황에서 넷플릭스 공개는 고마운 일이기도 했다. 
차인표는 “사실 정상적인 상황 같았으면 지금처럼 주목받을 만한 사이즈의 영화는 아니라고 생각한다. 그럼에도 우리는 상당히 운이 좋게 이런 어려운 상황에서 넷플릭스에서 공개하게 됐다. 영화가 많이 공개되지 않는 이런 시기에 공개가 돼서 많은 분들에게 관심을 받아서 기쁘기도 하다. 기쁜 마음이 많이 있다. 나도 영화계에 몸 담고 있는 사람이고, 영화 만들어 놓고 개봉 못하고 있는 수많은 사람들 생각하면 미안하기도 한 마음이 공존한다”라고 전했다. 
이번 작품에서 차인표는 영원히 4대 천왕이고 싶은, 왕년의 대스타 차인표 역을 소화했다. 인지도는 예전 같지 않지만 열정은 가득한 왕년의 스타로, 젠틀한 이미지가 가장 중요한 그에게 치명적인 타격을 입힐 커다란 문제에 휘말리게 된다. 
허구의 이야기지만 차인표라는 이름을 제목 전면에 내세운 만큼 부담감이 컸다.  차인표는 “부담스러웠다. 소재도 소재지만 제목이 제일 부담스러웠다. 제목이 ‘차인표’이면 광고고 내 이름으로 할텐데, 너무 희화화되지 않을까 하는 부담이 됐었다. 더 큰 부담은 이렇게까지 했는데 관객들에게 외면당하면 더 큰 상처일 것 같기도 했다. 그래서 부담이 있었다”라고 털어놨다. 
부담감 속에서 차인표는 이번 작품 출연을 결정하면서 큰 결심을 하기도 했다. 극 중 실제 자신을 연기하고, 제목으로 내세웠지만 영화 대본에 대해서 토를 달지 않겠다는 것. 영화 속 차인표는 김동규 감독이라는 제3자가 바라본 자신이라고 생각했고, 실제 모습과 하나씩 비교해 잔소리를 한다면 영화가 만들어지기 힘들다고 생각했다고. 
차인표는 “어떻게 보면 김동규 감독이라는 제3자가 바라고 차인표다. 나라는 실체는 여기 있는데 차인표를 김동규 감독의 눈으로 해석한 거다. 그것이 대중이 나를 바라보는 주된 시선이라고 생각했다. 대중이 나에게 그런 이미지를 심어주었고 기대한다면 어느 정도 부응해야 한다는 것이 나의 책임이라는 생각을 하면서 살았다”라고 말했다. 
이어 “최대한 대본에 나온대로 연기를 하고, 토를 달지 않으려고 결심을 단단하게 하고 촬영 전부터 준비했다. 김동규 감독이 만들어 놓은 세계관이 있는데 내가 주된 소재로 사용된다고 해서 잔소리를 시작하면 영화가 안 만들어질 것 같았다. 가장 크게 결심한 것이 이 영화 대본에 대해서 참견하지 말자고 했다”라고 덧붙였다. 그렇지만 결정적으로 아닌 한 가지만은 감독에게 말해 수정했다고. 차인표는 “원래 대본에 있는 극 중 차인표는 정치를 하고 싶어서 기웃거리는 모습이 있었는데 사실이 아니고, 이미지가 굳어질까 그 부분은 말해서 수정했다”라고 설명했다. 
물론 대중의 관심을 받는 연예인, 배우라는 직업으로 살아온 만큼 극 중 인물과 비슷하거나 공감되는 면도 많았다. 차인표는 “극 중 매니저와 싸우면서 하는 대사 중에 ‘네가 지금 월급을 받는 것도 다 내 이미지 때문이야’라고 읍소하는 장면이 있는데, 그 대사가 웃프면서도 어떻게 보면 나를 포함한 대부분의 연예인들이 공감하지 않을까라는 생각이 들었다. 나와 비슷한 직업을 가진 사람들이 공감하는 부분이 아닐까 생각한다”라고 전했다.
그러면서 “대중을 즐겁게 해주는 게 우리의 일인데, 그렇기 때문에 많은 사랑도 받고 관심도 받는 반면에 때때로 일상에서는 그렇기 때문에 포기하고 감수하고 그래야 할 부분도 있다고 생각한다. 예를 들어 산에서 산책하는데 전화기를 갑자기 빼앗기고 등을 얻어맞고 그런 게 있다. 그런 게 이런 직업을 가졌기 때문에 감수해야 할 일이라고 생각한다. 이런 직업을 가지고 있는데 그런 관심도 못 받는 것에 비해서는 훨씬 감사한 처지인 것 같다”라고 솔직하게 말했다.
차인표는 오랜만에 내놓는 영화, 자신의 이름을 내건 작품인 만큼 가족들과 함께 ‘차인표’를 감상했다. 아내 신애라 뿐만 아니라 대학생인 아들과 사춘기 두 딸도 함께 영화를 봤다고. 
차인표는 “영화를 같이 봤다. 나도 이 영화를 본 적이 없다. 더빙할 때 중간 중간 내 장면만 봤었다. 넷플릭스에서 공개하는 날에 아내와 아들, 두 딸과 함께 봤다”라며, “아내도 굉장한 코미디를 더 많이 기대했던 것 같은데 코믹한 장면도 나오지만 남편이 불쌍하게 되니까 측은한 느낌도 든다고 반응했다”라고 전했다. 
아이들의 반응에 대해서는 “우리 아들은 좋아했다. 대학생인데 친구들도 좋아한다는 피드백을 줬다. 딸들은 지금 사춘기다. 봐준 것만으로도 감사하다. 거의 처음 있는 일이다. 아빠 영화 본다니까 끝까지 앉아서 봐준 것만으로도 감사하다. ‘아빠 수고했어’라고 한마디 하고 갔다”라고 말하며 웃었다. 
차인표는 이번 작품을 통해 개인적으로 틀을 깨고 나오는 계기를 마련할 수 있었다. 오랫동안 그가 가지고 있던 생각의 틀을 바꾸고 새롭게 보는 시간이 되기도 했다. 
차인표는 “내가 혼자 착각을 하고 있었던 것 같은 게 대중이나 내 팬들이 나에게 어떤 이미지를 부여해줬다. ‘저 사람은 바른생활 사나이일 것 같다, 젠틀맨이다’ 예전에 그런 이야기를 많이 듣다 보니까 나에게 그 이미지가 덧입혀져 있던 것 같다”라며, “나를 바라보는 사람들이 그렇다면 나는 최대한 그 이미지에 부합하기 위해 노력하는 삶을 살아야겠다는 생각이 형성됐던 것 같다. 그러한 생각이 굴레가 돼서 내가 거기 갇혀 있었던 게 아닌가 생각이 든다”라고 털어놨다. 
이어 “작품을 하고 안 하고를 판단할 때도 그러한 스스로 만든 굴레 안에서 생각한 게 아닌가 싶다. 그렇게 몇 십년이 지나고 보니까 그 사이에 나는 변화가 되지 않고, 변화가 되지 않는 나를 기다리다가 팬들은 떠나가고 나는 그 굴레에 갇혀 있었다”라며, “영화 속에 보면 무너져 있는 건물에서 나오지 못하고 갇혀 있는 것과 연결된 것 같다. 기다리고 기다리다 나에게 선택할 수 있게 떨어진 대본이 ‘차인표’였다. 여기서 나오고 싶어서 선택했다. 영화의 호불호, 성적과 관련 없이 이것을 선택하고 찍고 공개가 된 것에 있어서 어느 정도 만족한다”라고 밝혔다. 
차인표는 “내가 마지막으로 영화에서 주연을 했던 게 2008년 ‘크로싱’이라는 영화가 마지막이었던 것 같다. 그 다음은 조연으로 참여하거나 예술영화에 참여한 적이 있지만, 본격 상업 영화에 참여한 적은 없다. 12년 만에 이번 영화를 했는데, 많은 분들이 좋아해주시고, 특히 내가 그렇게 바랐던 대로 내 팬 여러분들이 ‘기다렸어요’ 하면서 응원을 많이 해주시는데 그 모습을 보니까 너무 행복하더라. 너무 만족스럽다. 내가 이렇게 변신하려고 노력했더니 나의 진정성을 알아주는구나라는 생각을 해서 행복했다. 이제는 보여드릴 것을 다 보여드렸으니까 기존의 이미지에서 탈피해서 이것 저것 할 수 있는 것을 많이 해서 팬 여러분들과 자주 만나고 싶다”라고 솔직한 마음을 전했다.
그러면서 차인표는 드라마 ‘사랑을 그대 품안에’로 인기가 높았던 과거에 비해 생각할 여유가 있는 지금이 만족스럽다고도 말했다. 차인표는 “지금이 더 좋은 것은 내가 하고 싶은 것을 하고, 하기 싫은 것을 안 하는 어느 정도 선택할 수 있는 여유가 있다. 생각할 수 있는 시간도 있고 여건도 된다. 가족도 있고”라고 말했다. 
이어 “그 당시에는 변화가 몰아치니까 생각하고 대처할 수 있는 시간이 없었다. ‘사랑을 그대 품안에’가 방송되고 나는 하루 아침에 스타가 됐다. 이후 러시아에 가서 ‘까레이스키’라는 드라마를 찍고 군대에 갔다. 그리고 휴가 때 결혼을 했다. 뭘 해낼 여유가 없었다”라고 털어놨다. 
차인표는 “그때 좋았던 것은 아무래도 젊음이다. 젊었을 때는 젊은 것에 대한 감사를 못했던 것 같다. 지금 만약 그때로 돌아간다면 하루 하루를 감사하며 살 것 같다. 매일 매일 만나는 사람에게 충실하고, 감사함을 더 표현하고”라고 덧붙였다. 
새로운 장르를 함께 개척하고 도전하며 틀을 깨오 나올 수 있었던 차인표, 그는 ‘차인표’를 계기로 앞으로도 다양한 도전을 하고 싶다고. 무엇보다 차인표는 남을 웃기고 자신도 웃을 수 있는 배우가 되고 싶다고 바람을 밝혔다. 
“제일 닮고 싶은 배우나 감독이 주성치와 성룡이다. 연기를 얼마나 더 하게될 지 모르겠지만 그렇게 특화된 배우가 됐으면 좋겠다. 남을 웃길 수 있고 나도 웃을 수 있으면 좋겠다. 인생은 짧으니까요.” /seon@osen.co.kr
[사진]넷플릭스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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