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거의 인기와 명성에 사로잡혀 있는 한물간 배우 차인표(차인표 분)는 유달리 ‘4대 천왕’이라는 수식어에 집착한다. 현재까지 유명세를 유지하고 있는 (극중)배우 최민식, 송강호, 이병헌과 어깨를 나란히 하기 위해 나름대로 노력하지만 쉽지 않다.
그러던 어느 날 차인표는 한 예능 프로그램에 3대 천왕들과 함께 출연할 기회를 얻는다. 단, 언제든 차인표가 빠질 수 있다는 조건으로. 시간이 맞으면 차인표도 기꺼이 끼워주겠다는 제작진의 통보다. 매니저 김아람(조달환 분)은 자기 배우의 남은 자존심에 상처를 내지 않기 위해 뒤에서 고군분투 하지만, 그 역시 점점 허세만 가득한 차인표를 감당하기 어려워진다.
‘차인표’(감독 김동규, 제작 어바웃필름, 제공 넷플릭스)는 대스타였던 배우 차인표가 전성기의 영예를 되찾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과정을 코믹하게 그린 영화다.
산책을 나갔던 차인표는 재건축을 위해 출입이 제한됐던 학교의 샤워장에 들어갔다가, 갑자기 무너지는 바람에 건물의 잔해에 깔려 갇히게 된다. 이같은 상황에서도 ‘배우의 이미지’를 생각한 차인표는 “그냥 너만 조용히 와서 날 꺼내주면 된다”며 매니저를 채근한다.
차인표가 배우 차인표 역을 맡아 자아성찰을 하는 ‘차인표’는 한물간 배우들의 마지막 자존심을 풍자하는 블랙코미디 영화다. 초반부터 배우들의 엉뚱한 행동으로 소소한 웃음을 유발하며 차인표의 서사를 쌓아간다. 목숨이 위험한 상황에 놓여도 과거 톱배우의 이미지를 지키고 싶다는 차인표의 허세와 욕망이 피식 웃음을 안긴다.
연예계나 배우들의 세계를 잘 아는 사람이 본다면, 자신의 현 위치를 정확히 모르는 혹은 알고 싶지 않은 한물간 배우의 말과 행동이 우스꽝스러워 보는 내내 웃음이 터질 수 있다. 다만 처음부터 끝까지 쉼 없이 터질 웃음을 기대했다면 다소 지루할 수 있겠다.
배우가 자아성찰을 하고, 예상 가능한 성숙미를 선보인다. 사람들에게 점점 잊히는 여느 중년 남배우가 재기를 꿈꾸는 이야기가 뼈대라, 배우와 매니저를 보는 재미가 두드러져야할 작품이다.
그런 점에서 차인표를 연기한 차인표, 그의 매니저 김아람을 연기한 배우 조달환의 케미스트리가 가장 돋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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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넷플릭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