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를 통해 힐링 하시길 바란다.”
픽사의 한국인 애니메이터 김재형이 12일 진행된 화상인터뷰에서 “이번 영화는 전체적으로 봤을 때 너무 마음에 든다. (코로나19) 상황이 그렇지만 조심하셔서 꼭 영화관에서 보셨으면 좋겠다”라고 이같이 말했다.
영화관 관람을 강조한 이유에 대해 그는 “(모든 영화가 그렇지만) 저희가 영화관의 큰 스크린을 기준으로 만든다”라며 “미국에서는 (극장)개봉하지 못 했지만 한국에서 개봉을 하게 돼 기쁘다. 그래도 상황이 상황인 만큼 최대한 안전하게 영화관에서 보셨으면 좋겠다”고 밝혔다.
국내 출신 애니메이터로서 그가 참여한 애니 영화 ‘소울’(감독 피트 닥터, 수입배급 월트디즈니컴퍼니 코리아)은 예기치 못한 사고로 영혼이 된 조(제이미 폭스)와 지구에 가고 싶지 않은 영혼 22(티나 페이)가 함께 떠나는 특별한 모험을 그린다. 이달 20일 극장 개봉을 앞두고 있다.
“인물의 움직임, 연기를 만들어낸 일을 했다”는 김재형은 주인공 조 가드너에 대해 “감독님이 처음에 ‘이런 캐릭터를 원한다’고 말씀을 하셨다. 캐릭터 디자인을 하는 분들이 그렇게 만들었다”고 전했다. 감독의 기획의도에 따라 캐릭터와 가장 잘 어울릴 행동, 의상 등 외형을 제작한 것.
이어 캐릭터 디자인과 움직임에 대해 “(장소 이동시) 선으로 돼 반짝거리는 이유가 땅의 에너지를 받아 생긴 거다. 처음부터 한 가지로만 정해진 게 아니라 자유롭게 변할 수 있는 것이었다. (지구, 우주, 태어나기 전 공간 등) 어느 곳에서든 자연스럽게 튀어나올 수 있다는 콘셉트였다"고 설명했다.
김재형은 한국에서 의대를 졸업하고 전문의로 활동했었다. 하지만 일하는 것에 있어서 기쁨을 느끼지 못해 고민 끝에 그만두기로 했다고.
"의사가 돼서 병원에서 일을 했었지만 즐겁지가 않았다. 그만두는 건, 의대에 들어가서 공부를 할 때부터 계속 고민을 했던 부분이었다."
김재형은 연세대 의대를 졸업하고 미국 아카데미 오브 아트 유니버시티에서 컴퓨터 애니메이션을 전공했다. 이후 블리자드 엔터테인먼트를 거쳐 2008년 픽사에 입사했다.
이어 그는 “처음에 (의학)공부를 했을 때처럼, 나중에는 원하는 결과가 나와도 기쁘지 않더라. 기쁨이 점점 줄어드는 느낌을 받았다”라며 “몸이 힘들고 결론적으로 내가 이 일을 즐기지 못했기 때문에 그만두어야겠다는 판단을 내렸다”고 당시를 회상했다. 그러면서 “내가 의사 일을 더 잘할 수 있다는 보장이 없었고 그만 두고 즐겁게 할 수 있는 일을 찾고 싶었다”고 애니메이터로서 제2의 인생을 시작한 과정을 전했다.
픽사에 입사한 후 그가 참여한 작품은 ‘라따뚜이’(2007) ‘UP’(2009) ‘토이스토리3’(2010) ‘카2’(2011) ‘메리다와 마법의 숲’(2012) ‘몬스터 대학교’(2013) ‘인사이드 아웃’(2015) ‘굿 다이노’(2015) ‘카3’(2017) ‘코코’(2017) ‘인크레더블2’(2018) ‘토이스토리4’(2019) ‘온워드: 단 하루의 기적’(2020) 등이다.
‘온워드: 단 하루의 기적’, ‘토이 스토리4’, ‘인사이드 아웃’. ‘메리다와 마법의 숲’, ‘업’ 등에 이어 피트 닥터 감독과 ‘소울’에서 다시 한번 호흡을 맞추게 된 것.
앞선 영화들과 비교했을 때 ‘소울’만의 강점이 무엇이냐고 묻자, “감독님의 스타일이 크게 바뀐 부분은 없다. 영화의 주제가 비슷하든 바뀌든, 콘셉트가 달라지면 (그에 따라서 모든 게) 다르게 진행됐다고 생각하시겠지만 제가 감독님과 몇 번 작업을 해본 결과, 영화마다 스토리나 콘셉트를 적절하게 찾아서 그것에 가장 어울리는 작업을 매번 한다”라고 답했다.
조 캐릭터 디자인에 대해 “아프리칸 아메리칸(아프리카계 미국인) 주인공인 영화가 그렇게 많지 않다. 그래서 캐릭터 디자인을 할 때 특히 조심을 많이 했다”고 말문을 열었다.
이어 “우리가 맞다고 생각하고 디자인을 해도 그들의 입장에서 봤을 때 아니거나 기분이 상할 수 있다”라며 “우리는 캐릭터에 애정을 갖고 관객들에게 좋은 인상을 남기고 싶은 마음이 크다. 그럼에도 그들을 정확히 모르고 작업을 하면 문제가 생길 수 있기 때문에 사전에 논의를 많이 했다”고 밝혔다.
김재형은 “제가 처음에 작업한 장면은 오디션 현장에서 조가 피아노 연주를 하는 장면이었다. 피아노를 어떤 방식으로 연주하게 담할지 고민을 많이 했다. 특히 22, 고양이 안에 들어간 조를 잘 표현하기 위해 노력했다”고 했다.
그는 지금껏 한 번도 본 적 없는 '태어나기 전’ 세상에 많은 신경을 썼다. “완전히 다른 콘셉트다. 새로운 영혼들이 태어나기 직전의 공간이기 때문에 밝게 했고, 상상력을 가득 담아 만들고자 했다. 디테일 하게 신경쓰면서도 복잡하지 않게 보이도록 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사후 세계로 가는 영혼들과 대조를 이루도록 했다. 그렇지만 사후세계로 갈 때 다들 불행한 것은 아니다. 생을 마치고 가는 모습이 불행하게 보이지 않도록 그렸다”고 밝혔다. ‘소울’은 모든 사람이 자신만의 영혼을 가지고 태어나고, 그것을 만드는 세계인 태어나기 전 세상이 있다는 특별한 세계관을 구축했다.
김재형은 "작업자 입장에서 제가 완성한 부분을 보는 게 고통스럽다. 항상 더 잘했으면 좋겠다. 완성본을 보면서 ‘이렇게 했으면 어땠을까?’라고 아쉬운 마음이 들었다”고 밝히기도. 다만 완성된 ‘소울’의 만족도는 높다고 강조했다.
“제가 작업한 부분 말고, 영화를 전체적으로 보면서 놀라웠다. 제가 작업하는 동안엔 전체적으로 보지 못했었는데 완성본을 보고 조화를 잘 이루고 있다는 점에서 좋았다. 이번 작품에서 제가 한 부분은 비록 아쉽지만 제가 일조한 부분이 있어서 뿌듯하다.(웃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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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월트디즈니컴퍼니 코리아